2012년 한국 경제는 미국과 유럽의 연이은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 전문가들이 201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보는 이유다.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에게 2012년 경제 전망을 들었다.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
左顧右眄, “살피고, 살피고, 또 살펴라”
[2012 자산시장 대전망] 1000자로 풀어본 2012년 한국 경제
2009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다가오는 2012년에 자산 시장 전반을 암운으로 뒤덮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위기로 대변되는 유럽,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미국, 고물가로 인해 긴축 위험에 빠져 있는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3대 축 중 그 어디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경제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위기는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위협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의 투자자금 환수 등과 같은 외국계 자본의 유출입 확대는 국내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크게 해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신용 창출 활동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11년 말 9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 문제와 결부돼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충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위협요인들은 전 세계의 적극적인 정책 공조가 이루어져도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이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이뤄지는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국가 간의 원활한 공조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2년 경제는 저성장과 높은 변동성으로 대변되는‘뉴 노멀(new normal)’의 기조가 고착화되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러한 위협요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기가 금융위기 때 수준만큼 급락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약하나마 미국 경기는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 또한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급준비율을 완화하는 등 경기 완화 정책의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전 세계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은 경기 하락에 대한 최종 수비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2012년 중 상반기에 남유럽의 국채 상환 만기가 집중돼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직접적인 경기 침체 효과가 1년 이상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경기는 점차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때일수록 신중한 투자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2012년 한 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추이와 자금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신중한 행동만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
[2012 자산시장 대전망] 1000자로 풀어본 2012년 한국 경제
“저성장에 맞춘 미래 설계가 필요하다”

2012년 우리 경제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2010년 하반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경기는 언제부터 회복될 것인가.

2012년 우리 경제는 2011년(3.7% 추정)과 비슷한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까지 재고 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의 생산 활동 위축으로 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2분기 이후에는 수출과 내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우선 수출 측면에서 보자. 국제통화기금(IMF)이 2012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0년 평균(3.7%)보다 높은 4%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로 지역 등 선진국의 국가채무 위기를 고려할 때 그 정도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국 등 주요 이머징마켓의 물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정책당국이 통화를 신축적으로 운용하면서 이들이 내수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이머징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73%이고, 아시아 국가 비중은 58%다. 이들 지역으로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12년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가계 부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자산도 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어느 정도 증가할 여력은 있다. 그러나 2012년에도 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이다. 우선 정책당국이 가계 대출을 조절하고 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낮은 금융자산과 은퇴가 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여기다가 부동산 경기의 침체도 소비 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우리 경제가 연평균 3.5% 성장할 정도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 2012년에 3.8% 성장한다면 ‘A’학점에 가깝다. 각 경제주체들이 저성장에 맞춰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신흥 개도국에 희망을 건다”
[2012 자산시장 대전망] 1000자로 풀어본 2012년 한국 경제
2012년 세계 경제는 치명적으로 보이는 여러 경제 악재와 싸워가는 지루한 경기 회복 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미국 발 금융위기의 외상으로 갑자기 입원한 세계 경제가 치료 중에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고질병을 발견한 셈이다. 경제 위기가 해결점이 없거나 영원히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미국의 대공황도 48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고, 아시아 외환위기도 2년여 만에 해결점을 찾았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경기나 유럽의 재정위기도 예전의 성장 활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만간 해결 방안을 찾으리라 본다.

당분간 세계 경제의 희망은 신흥 개도국이다. 중국은 성장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인도, 브라질, 아세안 및 중동 국가들과 함께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줄어드는 해외 수출 수요를 중국 내 투자와 소비의 활성화로 대체해 갈 것이다. 비록 개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6%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세계 GDP의 과반을 차지하는 선진국들은 2% 이하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돼 대외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한국은 2011년 하반기에 하락하는 경기가 2012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초반에는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설비투자의 축소와 건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건설 투자의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가계 부채 증가와 지속되는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역자산효과 등으로 민간소비는 부진할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기, 적어도 해결의 틀은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으로 인해 하반기 대외 환경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줄 버팀목은 수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세계교역이 줄어들지만 우리나라 수출의 개도국 비중이 이제 70%를 넘고 있어 선진국 경기 위축 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개도국에서 선호하는 제품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어 기대해 볼 만하다.

원자재 가격은 경기 후퇴로 안정될 것이나 개도국의 수요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며, 환율 시장은 때때로 불거지는 유럽의 문제로 변동성이 높아져 2012년 내내 자본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