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에라주리즈 와이너리


지난 10월 31일 신라호텔 23층 연회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와인을 가리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는 칠레 와인인 ‘세냐 2008(Sena 2008)’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칠레 와인의 자존심인 세냐를 생산하는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Wine]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세냐 와인은 지난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물리치고 2등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신라호텔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놀랍게도 세냐 2008 빈티지가 1위에 뽑혔다.

병당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샤토 무통 로트칠드 1995(Chateau Mouton Rothschild 1995), 샤토 마르고 2001(Ch. Margaux 2001), 샤토 라투르 2005(Ch. Latour 2005), 샤토 라피트 로트칠드 2007(Ch. Lafite Rothschild 2007) 등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의 대결에서 20만 원대의 세냐가 압승한 것이다.

세냐 2008은 국내에는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새 빈티지로 내년부터 국내 시장에 시판될 예정이다. 이날 대회에서 세냐 와인은 상위 5위 안에 3개나 들며, 칠레 와인의 힘을 과시했다.



로버트 몬다비와 만든 칠레 최초 아이콘 와인, 세냐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 세냐는 칠레 최초의 아이콘 와인이다. 세냐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쓴 ‘로버트 몬다비’와 칠레 최고(最古) 양조장인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 필립 로트칠드가 합작해 만든 ‘오푸스 원(Opus one)’에 이어 두 번째 조인트 벤처로 탄생시킨 와인으로 속칭 ‘오푸스 투’로 불린다. 로버트 몬다비가 1985년 칠레를 처음 방문했을 때 칠레가 고급 와인 생산의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인 것을 간파하고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에라주리즈의 채드윅 회장을 만나 1995년 탄생시킨 걸작이다.

에라주리즈는 품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으며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 ‘세냐’를 선보인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였다. 세냐는 ‘바이오 다이내믹’ 공법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바이오 다이내믹 공법은 화학 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땅의 지력과 포도나무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천적을 활용하고 천문학과 점성술의 이론까지 결합시켜 포도나무를 가꾼다.



애호가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에라주리즈의 와인들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세냐를 만든 에라주리즈는 칠레 고급 와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들은 매년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며 칠레에서 손꼽히는 프리미엄급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보케이트에서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 97점, 카이 96점, 세냐 95점 등 칠레 와인 중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칠레 와인 톱 3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에라주리즈의 와인은 중저가 와인들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지난 5월 열린 ‘제6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에서 국내 수입, 판매되는 3만~5만 원대 칠레산 레드 와인 100여 종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에라주리즈의 ‘아르볼레다 시라(Arboleda Syrah)’가 1등을 차지했다. 품질로 승부하는 에라주리즈의 와인들은 이 시음 평가에서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쉬라즈’(4위)와 ‘아르볼레다 카베르네 소비뇽’(9위)까지 10위 안에 3개의 와인이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Wine]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130년, 5대째 대물림한 전통의 와이너리

에라주리즈는 칠레 와인 역사와 함께 한 와인 명가다.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azuriz)가 포도 생산에 이상적인 아콩카과 밸리를 개발해 포도를 생산한 이래 에라주리즈 와인은 130여 년간 고급 칠레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다. 에라주리즈는 “최고의 땅에서 최고의 와인이 난다”는 철학으로 아콩카과, 카사블랑카, 쿠리코, 마이포 밸리 등에서 선별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이렇게 선별된 포도를 사용해 친자연적인 공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한다.

에라주리즈는 돈 막시미아노 이래 5대째 그 전통을 잇고 있으며 패밀리 와이너리의 전통을 고수함과 동시에 와인 제조 기술의 근대화를 통해 ‘고급 칠레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5대손인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과 시설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고품격 특등급 와인 세냐는 채드윅 회장의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칠레 최초의 아이콘 와인이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