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동산 시장은 과거 경험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전개됐다. 전국적으로 전세가가 치솟는 가운데, 지방 아파트 시장의 과열과 수도권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재건축 시장도 우호적인 정책 발표로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고, 공급 부족과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에도 거래량은 사상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 구입 수요 위축, 저금리 현상으로 인한 전세물건의 월세 전환, 재건축 및 재개발에 따른 일시적 이주 수요 증가 등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매매 시장의 경우 지방 시장은 금년 10월까지 지방 5대 광역시가 평균 11.1%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우려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청약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분양 현장이 나오고, 2년간 매매가 상승률이 30%를 넘어서는 등 오히려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으며, 미분양 급감과 함께 호황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거래 급감으로 환금성 함정에 빠지면서 호가와 실거래 가격의 괴리가 점점 확대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토지거래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 물량이 재고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여 년 동안 평균 15% 내외였으나,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절반 수준인 평균 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수도권 시장이 가격 변동 지표 이상의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의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은 공급 감소, 전세가 상승 등의 호재에도 거래 동결과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심각한 침체국면으로 판단된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호조세는 신규 공급 감소가 전세 및 매매가 상승을 촉발하고, 수급불균형 문제가 단기간 해소되지 못하는 과정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과거 경험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험에 근거할 때 향후 수도권 시장의 경우도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 급감, 전세가 폭등 등의 영향이 누적되면서 거래량 회복과 매매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2012년 부동산 시장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앞으로 전개될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과도한 가계부채의 문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12년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이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제 환경에 대한 불안감, 실질 소득 감소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지방의 상대적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형 아파트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나, 실질적인 가계소득이 개선될 수 있는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위축된 아파트 시장 전반을 회복시킬 모멘텀이 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 고령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소비자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물경기 회복 과정이 빠르게 전개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승 모멘텀의 부재, 극복할 수 있을까?
2012년 부동산 시장은 투자심리 위축,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욱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