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인류가 쌓아온 지적 유산이다. 지적 유산은 현재의 토대이고 미래의 디딤돌이 된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서 고전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막상 고전을 공부하려고 할 때 마치 태산준령 앞에서 호미 한 자루로 서 있을 때의 막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적 탐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전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다소라도 덜기 위해 독법이 분명한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저자의 관점에서 고전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 공부에 대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 부동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논어>(論語), <중용>(中庸), <노자>(老子), <손자병법>(孫子兵法), <귀곡자>(鬼谷子)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독법을 제시코자 한다.

신영복 선생은 고전 읽기는 삼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는 삼독(三讀)이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그 다음으로 텍스트의 필자(筆者)를 읽고, 마지막으로 독자인 자기 자신(自己自身)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고전 공부는 고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에서 배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달의 책]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노자>에서 역설의 경쟁력을 깨우치다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이석명 지음·천지인))

대학 초년 시절 세상의 진리를 섭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접한 첫 책이 <노자>다. <노자> 81장의 첫 구절인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라는 뜻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아직도 화두로 간직하고 있다.

<노자> 전체를 감싸고 피어오르는 하나의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소박함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다. 기업경영자 또는 평범한 보통의 독자이든 <노자>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소박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 책은 <노자>의 글 중 ‘비움’과 ‘낮춤’의 주제와 관련된 구절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비움, 빔(虛), 고요함(靜), 물, 부드러움, 뒤섬, 역설, 무위(無爲), 길’의 아홉 개 소주제로 나누어 각 단락의 의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고 설명했다. 찻잔이 찻잔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핵심은 바로 찻잔 내부의 빈 공간에 있다. 이처럼 그릇의 쓸모는 그것의 외형보다 그것의 텅 빈 내부에서 나온다. 여유로운 사람은 마음이 비어 있고, 아집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를 향해 늘 열려 있다. 마음이 비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노자>는 ‘바퀴살’ 및 ‘집’의 ‘빈 공간의 효용성’을 언급하면서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높은 무대에 서길 원하는 시대다. 이름을 널리 알리고 명예를 높이 드날리며 세상으로부터 크게 주목받길 바란다. 기회만 되면 TV에, 신문에, 인터넷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노자는 우리에게 조용히 충고한다.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려 너무 애쓰지 말라고, 진정한 위대함은 위대하지 않음에 있다고 조언한다.



[이달의 책]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논어>에서 멋지게 인생을 다스리는 지혜를 얻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신정근 지음·21세기북스)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동양 고전 중 첫째로 <논어>를 든다. <논어>는 문장이 강건하지도 않고 웅변적이지도 않으며 잔잔하다. 내용도 추상적이거나 고차원적이지 않고 지상파 방송의 아침 TV 프로그램처럼 귀와 눈에 쉽게 들어온다.

중국 철학사를 통틀어 관심이 가장 넓고 생각이 가장 깊으며 종합 능력이 출중한 송나라의 철학자 주희(朱熹)도 처음에는 <논어>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늘 부모로부터 듣는 좋은 말씀과 같은 잔소리로 생각했을 정도다. 조선의 이이(李珥)도 그랬다. 두 사람은 도교와 선불교에 심취하는 등 먼 길을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논어>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쉬우면서도 깊은 맛이 바로 <논어>의 매력이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를 핵심적으로 살펴본다. 하나는 공자(孔子)의 말을 통해 자신이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덕목을 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자가 어떤 덕목을 어떻게 발현했기에 주위 사람들과 목표를 함께 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갔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 책은 <논어>를 모두 101가지 주제로 나눠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풀이해 일상생활의 해당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위해 <논어> 전문을 여섯 범주인 ‘응용, 지도력, 모델, 형상화, 덕목, 핵심 가치’로 분류했다. 전체 101개 항목은 한 달에 25가지씩 읽으면 네 달 만에 다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세 번 되풀이 하면 1년에 세 차례를 읽게 된다.

인생길에 커다란 돌덩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치워야 한다. 나의 힘으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나를 넘어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 바로 책이다. <논어>는 바로 그런 책으로의 효용과 지혜를 담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인생사의 굽이에서 손쉽게 꺼내볼 수 있는 책으로 말이다.


[이달의 책]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귀곡자>에서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전략을 터득하다

<귀곡자 교양강의>(심의용 지음·돌베개)

춘추전국시대 소진(蘇秦)은 종횡가(縱橫家)의 사상가로 여섯 나라 제후를 설득해 6개국 제후의 자격으로 유세함으로써 여섯 나라가 강력한 진(秦)나라에 대항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6개국의 재상을 동시에 겸임한다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 이런 성과를 이룩하도록 가르친 스승이 귀곡자이고, 그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책이 <귀곡자>다.

<한비자>(韓非子)가 군주론이라면 <귀곡자>는 이에 대항하는 신하론이다. 권력에 대항하는 신하들의 기술과 전략이며, 언어의 힘과 정치적 능력을 강조한다. 즉 ‘권력의 전략학’이라 할 수 있다. 본문은 ‘귀곡자는 누구인가, 귀곡자와 수사학, 설득의 기술, 유세의 노하우 패합술·췌마술’ 등의 내용과 부록으로 <귀곡자> 원문과 해석을 실었다.

중국 고대 사상 속에서 병법(兵法)과 시(詩)는 매우 밀접하다. 시는 단순히 음풍농월의 낭만적 감성을 표현하는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 속에는 진정한 뜻을 상대에게 완곡하게 암시하고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미묘하면서도 날카로움이 감춰져 있다.

<귀곡자>는 정교한 전략과 미묘한 언어라는 정치를 통해 상대를 감동시켜 설득하는 유세의 기술을 가르친다. 유세의 기술에는 병법의 전략과 시의 미묘함이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래서 <귀곡자>는 유세로 상대를 감동시켜 설득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귀곡자>는 상대가 자신이 설득당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면서도 설득되도록 만드는, 얼핏 보면 모순적인 설득을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유학자들은 이런 귀곡자를 교활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귀곡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군주에게 섣불리 도덕성을 호소하기보다, 정교한 전략과 섬세한 언어로 군주를 설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달의 책]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중용>은 인간의 매력을 함양시키는 것이다

<중용 인간의 맛>(김용옥 지음·통나무)

김용옥 선생은 2008년부터 한글세대를 위해 중국 고전을 번역하는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이 책은 중용사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들어 있고, 현대인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 내용도 풍부하다. 본문은 <중용> 33장의 내용을 저자의 혜안으로 재해석해서 들려준다. 부록으로 <중용> 원문 해석이 실려 있다.

‘중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우리 삶의 행동 규범상 ‘가운데’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근거 없는 통념에 관한 것이다. 그런 ‘중용’의 개념은 서양철학에서 온 것이다. 중용을 심층구조에서 접근하면 ‘절제’ 또는 ‘신중’을 의미한다. 저자는 ‘중용은 인간 행위와 감정 발현의 원초적 저변이며, 직선의 가운데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두루 융합하는 구심점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본문에서 “인간의 모든 ‘중(中)’은 ‘시(時)’에 속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은 가운데가 아니며,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는 객관적·절대적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상황을 말한다. 인생이란 타이밍의 예술이고, 모든 인간의 가치는 시 속에 있다. 중이란 오직 적절한 시를 만날 때만이 중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제갈공명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의 모든 움직임이 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은 시와 더불어 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성공의 요석(要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용>에서 말하는 인간은 평범한 인간인 동시에 군자다. 군자는 세상의 영향력 있는 리더들이다. 따라서 <중용>은 세상의 리더들에게 선포되는 말이다. <중용>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중시한다. 중용사상은 일상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삶의 자세에 인간의 길이 있고, 인간의 힘이 나오고, 인간의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맛은 멋이며, 중용의 함양은 ‘인간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도 21세기의 새로운 경쟁 코드로 ‘매력’을 내세우고 있다.



[이달의 책]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손자병법>에서 생존의 기술을 배우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 지음·흐름출판)

<손자병법>은 <논어>, <노자>, <주역>과 함께 중국 4대 고전으로 꼽히며,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그룹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머리맡에 두고 읽는 전략서로써, 그리고 인격 수양을 위한 수신서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의 순서는 <손자병법> 원문과 동일하게 구성돼 있어 고전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화의 대부분을 <삼국사기>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사가 펼쳐져 있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된다.

<손자병법>을 영어로 번역하면 ‘전쟁의 기술(art of war)’이지만 정작 손자는 싸움을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했다. 승부는 싸우기 전에 결정 나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하고, 혹시 싸우게 되더라도 먼저 ‘적의 의지를 꺾고’,‘고립시켜 보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만 ‘직접 부딪치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길 수 없다면 지켜야 하고’,‘이길 수 있을 때만 공격을 감행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짜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이길 만한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승리는 이미 패배한 자를 상대로 거두는 것’이라고도 한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말인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의 원문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긴다’가 아니라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다. 손자가 백승(百勝)이 아닌 불태(不殆)를 강조한 중요한 이유는 ‘싸워서 이기기’보다 ‘지지 않기’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센 사람들투성이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들과 싸워 이기기보다는 지지 않고 살아남기가 더 급한 과제일 수 있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ktkang21@han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