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테마주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발(發) 재정위기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지난 8월 이후 투자 열기가 확연히 식어버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가 급속도로 회복되던 시기에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테마주가 녹색 테마주다. 풍력,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관련 종목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에너지 절감 관련 종목들은 증시 회복기에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각종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등했다.

이에 따라 풍력과 LED를 각각 대표하는 태웅과 서울반도체는 코스닥 시장 ‘대장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태양광을 대표하는 유가증권 시장의 OCI 역시 승승장구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자력발전과 자전거 등 ‘틈새’ 녹색 테마주들도 ‘두더지 게임’ 식으로 돌아가며 급등해 시장을 달궈놓았다. 대표적인 녹색 테마주로 꼽혔던 삼천리자전거는 2009년 정부가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를 걸 때마다 강세를 보였다. 2009년 4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18거래일 동안은 별다른 조정 없이 수직 상승해 이 기간에 306.40%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업황에 대한 우려로 올 초부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녹색 테마주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발 재정위기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지난 8월 이후 투자 열기가 확연히 식어버렸다. 전문가들은 “환경 선진국인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 당분간 업황이 급격히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녹색 테마, 얼마나 빠졌길래…

지난 3월 8일 장중 기준으로 연고점(4만5200원)을 찍었던 서울반도체는 지난 11월 11일 기준으로 주가가 2만3000원까지 하락했다. 8개월여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풍력 테마인 태웅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09년 한 때 1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태웅은 2010년 1월 15일 장중 10만2700원을 기록한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11월 11일에는 3만4900원으로 내려앉았다.

유가증권 시장의 OCI는 사정이 더욱 안 좋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자문형 랩)를 통한 개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며 증시 최고의 관심 종목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OCI는 지난 5월 2일 장중 연고점인 64만7000원에 다다른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0월 5일에는 장중 17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OCI는 ‘화끈하게 올랐다 화끈하게 떨어지는 주식’이라는 뜻에서 인터넷상에서는 ‘남자의 주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급락의 배경은?

대표적인 녹색 테마주인 이들이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는 데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이후 공급은 과도하게 이뤄졌는데, 최근 환경보호 선진국인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수요가 급속히 위축된 게 악재로 작용했다.

LED를 예로 들면, 최근 LED주 약세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수요 둔화가 반영돼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LED 가전제품 수요 감소로 LED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ED TV의 경우 올 초 연내 전 세계에서 1억 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적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 예상 판매량을 9500만 대로 최근 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LED 종목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반도체의 증권업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76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32.86% 감소했다.

태양광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 태양광 소재 및 부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분기 ㎏당 80달러에 육박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한 때 5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자문형 랩이 대거 ‘팔자’에 나서며 수급도 꼬였다. 상반기 OCI가 급등한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자문형 랩은 최근 조정장에서 대부분 정리에 나섰다. 장중 기준 전고점(65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지난 4월 22일에 OCI 5%(대형 A증권사 표준계좌 기준)를 포트폴리오에 보유하고 있던 피데스투자자문은 최근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전량 처분했다.

OCI를 8% 담았던 AK투자자문도 모두 팔았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대표는 “평균 40만 원대에 매입해 30만 원대에 손절매 했다”며 “지금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됐고 태양광이 성장산업인 것은 맞지만, 폴리실리콘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KOSDAQ] 기로에 선 녹색 테마
[KOSDAQ] 기로에 선 녹색 테마
중·장기 투자 목적이라면 투자해볼 만

이처럼 안 좋은 상황에 내몰린 녹색 테마주이지만, 언제까지고 ‘구름’만 드리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내년 이후에는 서서히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적 풍력발전 업체인 지멘스는 올 7월 이후 북미 지역에서만 9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받았다고 밝혔다. 총 6건의 수주물량 모두 2012년에 설치될 예정이고 이 중 캐나다 온타리오만 제외하면 모두 미국에 설치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은 2012년에 만기가 예정돼 있는 세금감면제도(PTC) 종료를 앞두고 풍력발전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공화 양당의 발의로 PTC를 2016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된 만큼 2012년이 지나도 풍력발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SK가 전라남도에 5000MW 규모의 풍력 단지를 짓는 데 합의하는 등 풍력발전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회사들을 주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태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ED도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부 백열등의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등 2012∼2013년에 글로벌 시장에서 LED 조명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LED주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다. 중국도 앞으로 5년 내 백열등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최근 신화통신(新華通訊)을 통해 발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고전 중이기는 하지만, 녹색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자금 계획을 잘 세워 중·장기 목적으로 하는 자금이라면 투자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