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 지수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60만 원대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안 하는 것이 좋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와 그리스 재정위기의 여파로 삼성전자 주가가 60만 원대로 떨어졌던 지난 8월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고객 대상 투자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이때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의 예언대로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해 11월 초 1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 8월 19일 68만 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반 만에 50%가량 상승한 눈부신 반등이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 100만 원 이후의 증시 향방으로 모아진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경기 회복세가 약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 지수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이후 코스피 지수의 반등을 주도한 것은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지난 10월 이후 코스피 지수의 반등을 주도한 것은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추가 상승 vs 하락 반전

삼성전자가 100만 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건 지난 1월이었다. 삼성전자는 1월 27일 장중 100만2000원까지 올랐고 이튿날인 28일에는 장중 101만4000원까지 오른 끝에 101만 원에 마감, 최초로 100만 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1월 31일 장중 101만 원을 끝으로 90만 원대로 떨어졌고 다시 100만 원대를 회복하기까지는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1월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은 지금이 더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대수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고 지난 3분기에는 4조2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시장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를 9000억 원가량 웃도는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가격 하락기에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반도체 및 휴대전화 산업 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위를 점해 경기 하강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 상승과 하락 반전의 분기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의미 있는 숫자를 넘어선 뒤에는 방향이 바뀌곤 하는 증시의 속성이다.

주식시장은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결정적인 숫자에 도달한 후 방향이 바뀌는 속성이 있다. 일정 수준 아래에서는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강하게 작동해 주가가 계속 오르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고 나면 추가 상승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1989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후 약세장으로 전환했던 것과 2007년 10월 말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깝게는 지난 4월 말 2200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 8월 이후 급락을 경험했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00만 원에 올라선 뒤 기나긴 조정을 거쳐 11월에야 다시 100만 원대를 회복했다.



IT부품주 후광 효과 기대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인가, 아니면 조정기로 접어들 것인가 하는 질문은 코스피 지수 안도랠리의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과 같다. 지난 10월 이후 코스피 지수의 반등을 주도한 것은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을 받거나 상승세가 둔화된다면 코스피 지수의 안도랠리 역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가능성은 삼성전자가 ‘주도주’ 역할을 하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보다 길게 끌고 가는 것이다. 시장에는 삼성전자의 강세가 다른 업종 및 종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런 확산 효과는 일차적으로 삼성전자의 후광 효과를 입는 정보기술(IT) 부품주의 상승세로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과 반도체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IT 부품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9월 하순 저점을 찍은 이후 삼성전자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삼성전자 납품업체인 대덕전자(60.29%), 자화전자(40.11%), 파트론(39.89%) 등의 지난 10월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15.24%)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강세가 좀 더 지속되더라도 이는 개별 종목과 연관 업종의 제한적인 상승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삼성전자의 강세가 다른 업종 및 종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시장에는 삼성전자의 강세가 다른 업종 및 종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타 업종·종목 확산 여부는 미지수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 가능성과 함께 떠오르는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강세를 이어받을 후속주자의 등장 여부다. 코스피 지수 안도랠리의 지속 여부도 결국 삼성전자 이외의 블루칩 종목들이 본격 반등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중순 이후 강하게 반등하면서 시장에서는 다른 종목들이 뒤따라 오르는 이른바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종목별로 상대적인 가치가 일정하다고 할 때 특정 종목이 오르면 다른 종목도 상대 주가 수준을 맞추기 위해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키 맞추기’ 장세론의 근거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 주가가 급락장 직전 수준을 회복하고 코스피지수가 10월 한 달간 안도랠리를 보이면서 ‘키 맞추기’는 어느 정도 실현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업종 대표주의 주가는 여전히 지난 7월 말 대비 80%선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한 신흥 시장 수요와 엔화 강세의 혜택을 받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업종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철강·정유·화학 업종은 주요 제품의 가격 하락에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라는 악재가 겹쳐 있다. 조선, 금융 등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신용경색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설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당분간 위축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승호 한국경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