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9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는 책 축제 ‘파주북소리’가 진행됐다. 책 쓰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펼치는 지식의 축제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출판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련의 출판인들이 함께 파주 출판도시를 건설했다. 이번 책 축제 ‘파주북소리’는 파주 출판도시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사건이었다.

모든 문화는 ‘책’으로부터 창조적 상상력이 비롯되고 그것을 실현하는 행위가 시작된다. 책 없이는 어떤 문화적 살림살이도 불가능하다. 교육도 과학도 산업도, 책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미디어와 함께일 때 가능해진다. 문화와 교육, 과학 산업만 그렇겠는가.인간의 반듯한 사고와 행동, 정의로운 민족공동체를 구현하고, 도덕적인 국가의 정책을 실천해내는 데 책 없이 가능할까.

이런 의미에서 책 축제 ‘파주북소리’는 현 시대 상황에서 책의 의미와 창조적 가능성을 성찰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행위의 가치와 당위를 함께 체험해보자는 것이다. 오늘처럼 경박하게 흔들리는 우리 사회와 삶을 보다 이성적이고, 보다 성찰적으로 성숙시켜 보자는 것이다.

책 축제 ‘파주북소리’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방문한 관람객이 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책에 바치는 노래와 무용’등 여러 공연은 물론 노벨문학상 110주년 기념 특별전,‘아시아 문자전’,‘책으로 여는 실크로드 특별전’이 열렸다.

석좌들의 인문학 강연과 국제출판포럼, 아시아 대편집자 특강들도 진행됐다. 200여 개의 프로그램들이 일대 향연을 펼쳤다.‘파주북소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 출판사들이 펼치는 인문학 향연과 다양한 책 전시를 듣고 보았다. 또한 작심한 듯 책을 한 보따리씩 구입해갔다.

한 권의 책 또는 책의 문화란 종합 문화예술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 장르들을 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한편, 파주 출판도시는 ‘파주북소리’를 통해 ‘아시아 책의 수도’를 선언했다. 파주 출판도시와 파주시가 아시아의 위대한 전통과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아시아 독서·출판 운동의 발신지이자 거점이 되자는 의미에서다. ‘파주북소리’ 기간 중 아시아 각국의 저명한 출판인들과 함께 논의한 바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상’ 기획도 그 일환이다.

‘파주북소리’ 기간 중 영국의 책방마을 헤이온 와이를 만들고 전 세계에 책방마을 운동의 계기를 마련한 리처드 부스 선생이 파주 출판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책방의 의미, 고서, 새 책과 헌 책의 공존 의미에 관해 토론했다. 그는 파주 출판도시가 세계의 책방마을들과 함께 책의 문명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시키는 놀라운 힘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파주 출판도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책의 유토피아다. 지금 각 출판사의 1층 공간에 책방들을 개설해 책방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30여 서점이 이미 문을 열고 있고, 향후 100개의 서점들이 문을 열 계획이다. 선진 국가에는 이곳저곳에 그 나라의 문화적 긍지가 되고 있는 책방거리가 있다. 우리는 지난 시절 청계천 책방거리를 다니면서 가난 속에서도 내일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청계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청계천 책방거리를 없애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파주시와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출판도시 책방거리는 한국의 출판문화뿐 아니라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 브랜드가 될 것이다.

파주 출판도시의 출판인들은 한국인이 사랑하고, 아시아인이 선망하는 책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갖고 있다.‘파주북소리’는 향후 이들 서점 공간들에서 상시적으로 펼쳐지는 전혀 새로운 콘텐츠의 문화예술 축제가 될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책 축제 ‘파주 북소리’
김언호 _ 한길사 대표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