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 지수에 의하면 주택 가격은 2006년도 최고치에 비해 31%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외곽 지역의 새로 개발된 신도시 쪽으로 이주한 중산층에게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미국의 부자들이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해서 이런 경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통 미국 최고의 ‘부자 동네’하면 떠올리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동네 비벌리힐스는 가구당 중간소득으로 비교한 부자 동네 순위에서는 미국의 8위(중간소득 연 44만913달러)에 들어간다. 최근 들어 비벌리힐스에 사는 스타들의 부동산 거래를 살펴보면 부자 동네 부동산 거래를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주연 배우 샤론 스톤은 2006년도에 1100만 달러에 구입한 5에이커 대지에 9개의 방과 8.5개의 화장실(미국에서는 욕실이 없는 화장실을 0.5개로 친다)이 있는 집을 900만 달러 정도에 내놓았다. 스톤이 구입 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집이라고 하는데, 이런 점은 그녀의 팬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200만 달러씩이나 손해를 보고 팔려니 배는 좀 아프지 않을까 싶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로 유명한 마크 월버그는 여러 개의 폭포수가 있는 풀장이 딸린 집을 3년 전 1590만 달러에서 대폭 가격을 내려 1395만 달러에 부동산 시장에 내놓았다. 토크쇼의 호스트 엘렌 디제너러스는 2007년도에 2900만 달러에 구입한 집과 5000만 달러를 더 들여 사들인 집 주변의 부동산 등을 포함해 모두 4900만 달러에 내놓았다고 한다.

TV 시트콤 <프렌즈>로 유명해진 제니퍼 애니스턴은 2006년도에 1350만 달러에 구입한 집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후 4200만 달러에 시장에 내놓았으나 결국 700만 달러 정도를 내려서 팔았다고 한다. 애니스턴의 집을 700만 달러나 깎아서 구입한 사람은 ‘채권왕’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운용사 핌코(Pimco)의 빌 그로스 회장이다. 비벌리힐스는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LA)가 내려다보이는 선셋 스트립에 위치한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집은 2003년도에 500만 달러에 구입한 것이다. 2008년도에 약 800만 달러에 내놓았으나 원하는 가격을 훨씬 밑도는 4460만 달러에 결국 거래가 성사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중간소득을 비교로 최고의 부자 동네는 비벌리힐스의 바로 옆 동네인 홈비힐스(Holmby Hills)가 차지했다. 홈비힐스는 비벌리힐스, 벨 에어(Bel Air)와 더불어 LA의 내로라하는 부자 동네로 불린다. 중간소득이 58만5925달러로 미국 내 1위를 차지한 홈비힐스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공연 준비를 위해 월세 10만 달러를 주고 임대하며 살다 사망한 집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2004년도에 1850만 달러에 거래된 이 집은 2008년도에 3800만 달러로 시장에 나왔다가 지금 다시 2900만 달러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 1억5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온 할리우드 재벌 캔디 스펠링(Candy Spelling)의 집도 홈비힐스에 위치해 있다. 이 집은 28개월 동안이나 팔리지 않다가 결국 8500만 달러에 영국의 자동차 경주 재벌 버니 에클스턴(Bernie Ecclestone)의 22세짜리 딸인 페트라 에클스턴(Petra Ecclestone)이 구입했다. 가격 감정을 어떻게 했는지 정말 ‘부르는 게 값’이었던 모양이다. 이 저택 안에 있던 가구와 미술품은 페트라 에클스턴이 집과는 따로 600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한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권의 부당한 주택 차압 스캔들로 주택 차압이 잠시 주춤하며 가격의 안정세를 찾는 것으로 보였으나 주택 차압률이 상승하며 전망이 다시 어두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고용지표, 소비자 지출 등 여러 차원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빈부와 관계없이 모두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의 집 거래 동향
김세주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