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
경복궁 서쪽,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가스트로 통(Gastro Tong)’은‘미식’을 뜻하는 ‘가스트로’와 통할 ‘통(通)’의 합성어다. 맛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을 만들겠다는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곳이다. 그림같이 예쁜 레스토랑을 찾고 있었다면 가스트로 통의 오픈 소식이 더없이 반갑겠다.

부부가 음식점의 위치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유러피언의 오랜 전통이 느껴지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개조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한옥들이 남아 있는 통의동은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동네였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한옥의 지붕을 그대로 살린 가스트로 통의 외관은 멀리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다음으로 부부가 위치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주(主) 도로에서 한 블록 뒤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 ‘골목’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가스트로 통을 찾아가는 길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웃집을 방문하는 듯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가스트로 통의 실내에는 4~6명이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이 한쪽에 마련돼 있는데 이 공간은 변형이 가능해 10~15명의 소그룹 또는 50여 명까지 연회를 즐길 수 있다. 소규모 손님 접대에도 좋지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후 잠시 들러 맛난 음식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제격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미식 여행 강좌가 진행되는데, 주인장인 히니 씨와 김 대표가 직접 선별한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선보인다. 다양한 유럽 음식과 와인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 김·히니 대표 부부가 선정하는 베스트 20 와인은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들로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런치에는 허브 와인 닭간 무스와 고구마 블리니에 생강향의 당근 스프 또는 계절 샐러드가 애피타이저로 제공되는데, 주 요리는 소고기 굴라시 스튜와 스위스 홈메이드 스패츨리 파스타 등 총 선택 항목이 무려 8가지나 돼 더욱 즐겁다. 이 중 오리 가슴살 요리는 잦은 접대 자리로 약해진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담백한 오리 가슴살을 수비드(저온에서 양념과 재료를 넣고 진공포장 상태에서 장기간 조리) 방식으로 조리한다.

디너 메뉴는 ‘가스트로’ 코스와 ‘통’ 코스로 나뉜다. ‘가스트로’ 코스는 닭고기 무스로 속을 채운 가슴살을 곁들인 당근 스프, 시저 샐러드, 오렌지 코냑 소스의 바닷가재 파이 등이 나온 뒤 주 요리로 구운 피망을 곁들인 와규 등심 참숯구이, 염지 숙성시켜 풍부한 육즙을 지닌 오리 가슴살 요리, 시금치를 곁들인 샤프론 바닐라 소스의 농어 요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통’ 코스는 구운 관자 요리를 곁들인 미나리 스프, 시저 샐러드, 포트와인 소스의 거위 간, 계절과일 젤리에 이어 주 요리로 허브 레드 와인 소스의 버섯볶음과 한우 안심 참숯구이, 채소를 곁들인 갈비찜 요리, 궁중요리 도미면 스타일의 농어 요리, 송아지 정강이 찜 요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사이드 메뉴도 다채롭다. 가스트로 통 홈메이드 살라미, 치즈, 햄, 고추, 마늘, 허브로 절인 올리브와 앤초비, 여러 가지 버섯볶음, 토마토와 치즈를 곁들인 알프스 감자 요리 러스트, 채소 구이가 준비돼 있어 부담 없는 식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안겨준다. 쌀쌀한 가을철 마음이 허해진 이들에게 가스트로 통의 방문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가슴속까지 채워주는 깊은 맛의 찜 요리와 와인이 기다리고 있는 가스트로 통에서 올 가을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위치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5-2번지
문의 02-730-4162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10시
가격대 디너 메뉴 가스트로 코스 6만6000원, 통 코스 7만9000원
런치 세트 메뉴 2만~4만 원대(부가세 별도)
* 주차 가능(발레파킹)
글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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