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는 그리스의 영향으로 하염없이 추락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생각나게 한다. 주식 가격이 요즘같이 폭락할 때 와인 가격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컬렉션의 가치를 지닌 와인
와인 가격의 추세를 보려면 영국 런던 국제 와인 빈티지 거래소인 라이벡스(Liv-ex) 100 지수를 보면 된다. 고급 와인 가격을 지수로 발표하는 라이벡스 100 지수를 확인해 보면 9월 말 발표된 지수는 322.66으로 고점을 찍었던 6월 말 364.69 대비 11.5%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대략 30% 정도 하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컬렉터가 살펴야 할 주요 와인 리스트

일반적으로 처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첫 키스의 추억같이 강렬한 칠레의 레드 와인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복합적이고 오묘한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 와인으로 취향이 바뀌게 되고 그 뒤에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넘보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프랑스의 부르고뉴 와인이나 샴페인으로 가서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컬렉션을 위한 와인은 어떤 와인이어야 할까. 와인 경매는 좋은 와인을 수집하는 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위대한 와인을 수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위대하게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 된다. 그러나 자신만의 와인 컬렉션은 자신의 예산 범위와 와인에 대한 경험치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

모든 위대한 와인 컬렉션은 항상 와인 한 병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처음으로 마셔본 와인이 아주 맛있었다면 다음에 그 와인을 한 병 또는 한 박스 구입하게 된다. 이게 발단이 돼 조금씩 와인을 사 모으게 된다. 그러다 보면 구입한 와인을 보관할 셀러를 사게 되고, 셀러가 한 대에서 두 대, 세 대로 늘어나며, 그것도 부족해 지하실을 개조해 와인 셀러를 만들게 된다. 그 사이 와인 소비자에서 와인 수집가로 변신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느꼈던 첫 키스 같은 와인에서 셀러를 가득 채울 많은 와인으로 발전된 컬렉션. 그런데 그 와인은 대체 어떤 와인이어야 할까. 이를 참고하기 위해서 1855년 보르도 메도크 지역의 등급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히틀러가 숨겨두었던 보물창고의 와인 리스트도 살펴보아야 하고, 와인 지수를 발표하는 영국의 라이벡스 지수에 포함되는 와인 리스트도 살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유럽에서 운용되고 있는 여러 와인 펀드에 투자돼 있는 와인 리스트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언급한 와인 리스트들이 실제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수많은 바릭이 저장되고 있는 대형 와이너리
수많은 바릭이 저장되고 있는 대형 와이너리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국가별 와인

이 세상에는 별과 같이 많은 와인이 있다. 게다가 더 헷갈리는 것이 매년 새로운 와인이 생산되는데 전년도에 생산된 와인과는 다른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다음의 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컬렉션용 와인과 빈티지들이다.

일단 와인을 지역으로 나누어 분류했고, 특별한 빈티지들을 소개했다. 물론 그 빈티지 와인이 아니더라도 여기 리스트에 소개되는 와인들은 매우 훌륭한 와인들이다. 특별히 빈티지를 표시한 것은 이 빈티지의 와인들이 와인 컬렉터들이나 와인 투자가들에게 인기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1) 프랑스 보르도
<보르도 레드 와인>

- 추천 샤토: 샤토 오존(Chateaux Ausone), 마르고(Margaux), 라피트(Lafite), 라투르(Latour), 오브리옹(Haut Brion), 슈발 블랑(Cheval Blanc), 페트뤼스(Petrus), 피숑 라랑드(Pichon Lalande), 르 팽(Le Pin)

- 추천 빈티지: 1961, 1982, 1990, 2000

<소테른 디저트 와인>

- 추천 샤토: 샤토 디켐(Ch. d’Yquem)

- 추천 빈티지: 1967, 1983, 1989, 2001


2) 프랑스 부르고뉴

- 추천 와인 재배자: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 르로이(Leroy), 자예(Jayer), 루이 라투르(Louis Latour),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 코슈-뒤리(Coche-Dury)

- 추천 빈티지: 1988, 1989, 1990


3) 프랑스 론 계곡

- 추천 생산자: 샤토 라야(Ch. Rayas), 자불레(Jaboulet), 기갈(Guigal), 샤브(Chave)

- 추천 빈티지: 1990, 1998

- 추가 정보: 에티엔 기갈(Etienne Guigal)은 세 개의 유명한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라 물랭(La Mouline), 라 랑돈(La Landonne), 라 튀르크(La Turque)다. 속칭 라라라 시리즈로 불린다.


4) 프랑스 샹파뉴(샴페인)

- 추천 하우스: 동 페리뇽(Dom Perignon), 크뤼그(Krug), 테탱제(Taittenger), 볼랭제(Bollinger), 살롱(Salon)

- 추천 빈티지: 모든 연도(1990년 선호)


5)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 추천 생산자: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볼리유 빈야드 프라이빗 리저브(Beaulieu Vineyards Private Reserve), 스택스 립 와인 셀러스(Stag’s Leap Wine Cellars), 던 하웰 마운틴(Dunn Howell Mountain), 하이츠 마르타스 빈야드(Heitz Martha’s Vineyards), 다이아몬드 크리크(Diamond Creek)

- 추천 빈티지: 모든 연도(1980년대와 90년대 초 와인 선호)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

- 추천 생산자: 아라우조(Araujo),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 콜긴(Colgin), 달라 발르(Dalla Valle),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신콰논(Sine Qua Non)

- 추천 빈티지: 1994, 1997, 2001, 2002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마르카신(Marcassin), 키스틀러(Kistler)


6) 이탈리아

<슈퍼 토스카나>

- 추천 와인: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티냐넬로(Tignanello)

<바르바레스코>

- 추천 생산자: 가야(Gaja), 기아스코사(Giascosa)

<바롤로>

- 추천 생산자: 콘테르노(Conterno), 기아스코사(Giascosa), 마스카렐로(Mascarello)


7) 스페인

- 추천 와인: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 우니코(Unico)

- 추천 빈티지: 특별한 해에만 빈티지 사용(1968년 선호)


8) 호주

- 추천 와인: 펜폴즈 그랑주 에르미타주(Penfold’s Grange Hermitage), 클래런던 힐스 아트랄리스(Clarendon Hills Astralis), 와일드 덕 크리크 에스테이트 덕 무크 쉬라즈(Wild Duck Creek Estate Duck Muck Shiraz)


9) 포르투갈

-추천 하우스: 킨타 도 노발 나치오날(Quinta do Noval Nacional), 폰세카(Fonseca), 그라암스(Graham’s), 테일러스(Taylor’s), 와레스(Warre’s)

- 추천 빈티지: 1963, 1983, 1985, 1994


위의 와인 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컬렉션 대상이 되는 와인들이다. 물론 투자용 와인도 포함하고 있지만 투자용 와인은 컬렉션용 와인보다 범위가 좁다. 투자용 와인은 위의 리스트 중에서도 보르도 와인에 집중된다. 사실 가격으로 보자면 보르도의 1등급 샤토 와인들보다는 페트뤼스나 로마네 콩티가 훨씬 비싸다. 이런 점은 캘리포니아의 컬트 와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로마네 콩티도 캘리포니아의 컬트 와인도 투자 대상 와인 리스트의 중요 부분을 담당할 수는 없다.

보르도 1등급 샤토 와인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라면 로마네 콩티나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은 고급 빌라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아마도 고급 빌라가 더 비쌀 수 있지만 문제는 유동성이다. 아파트는 팔려고 내놓으면 언제든 팔 수 있지만 빌라는 살기에는 좋지만 막상 팔려고 내놓으면 쉽게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 대상 와인은 보르도 1등급 샤토 와인에 집중된다. 그렇다고 투자 대상 와인에 부르고뉴나 이탈리아 와인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라이벡스 100에 포함돼 있는 와인의 비중으로 보면 투자 대상 와인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김재현 하나은행 WM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