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동향에 특히 정보가 빠른 안효문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한국에서 돈을 빼더라도 더 나은 시장을 찾지 못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나면, 다음은 유동성 장세에 대비해야 합니다 ”
안효문 AK투자자문 대표는 “경기침체와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라며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면 이 자금이 한국이나 중국 같은 이머징마켓, 그리고 원자재 시장 쪽으로 몰려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제2차 양적완화(QE2)가 종료됐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2013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고,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도 750억 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유동성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머징과 원자재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금리가 매우 낮은 통화를 빌려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2013년까지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난다면 적어도 5% 이상의 환율 절상이 기대되는 우리나라로 자금이 들어올 유인이 크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8월 이후 외국인이 팔고 나간 이상으로 다시 외국계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AK투자자문의 전신은 선에셋투자자문이다. 한국투자신탁에서 주식운용본부장과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안 대표는 1999년 회사를 나와 선에셋투자자문을 세웠고, 2005년 AK파트너스(홍콩)와 손을 잡으면서 사명을 AK투자자문으로 바꿨다.

현재 계약 잔고는 일임형 2500억 원, 자문형 3400억 원가량으로 주요 고객은 사학연금, 지방행정공제회, 대한생명, 농협 등이다. 2007년부터 홍콩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해오고 있어 해외 투자자 동향 등 해외 정보에 빠르다는 평가다.

하반기 시장은 1700~20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릴 때 급하게 내렸지만 악재들이 해소되고 안도감이 들면 생각보다 빠르게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유럽 재정위기나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단시일 내에 완벽하게 해결될 수 없겠지만 시장이 안도할 수 있는 수준의 해결책만 나와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시장의 지나친 불안이 해소돼 선순환 과정에 진입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뺀다고 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다시 ‘사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우리나라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졌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투자 매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00을 넘어서면 대기 매물이 많겠지만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고 대외 환경이 우호적이라면 매물이 쏟아져도 증시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기업 실적은 주당순이익(EPS)이 10~20% 정도 손상될 전망”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지금 주가 수준은 주가수익비율(PER) 8배 정도로 싼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PER이 7.4배였고, 지난달 1700 밑으로 내려간 후 다시 180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 상당히 하단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수가 오를 때마다 개인들이 대량 매도하고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지 않고 있지만 수급적으로도 시간이 갈수록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봤다.

유럽 재정위기 해소 후 시장의 관심은 다시 글로벌 경기 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나쁘지 않게 나오면서 더블딥 우려는 거의 해소됐지만 부동산 경기와 소비, 고용 등이 여전히 침체 상태라는 것. 다만 미국은 언제든지 경기부양책을 쓸 준비가 돼 있는 만큼 다시 더블딥 상황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도 최근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으로 의도한 부분이 크며 인플레이션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재정 투자를 할 것이 많아 별 문제가 안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계획한 주택 1000만 호 건설 중 아직 600만 호 건설이 남아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 투자 할 것이 많다”며 “인플레만 둔화된다면 중국에 의해 우리나라 경기가 큰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주택건설 투자에 따른 수혜주로 우선 석유화학을 꼽았다. 벽지와 마감재, 부엌재 등 집을 짓는 데에는 시멘트와 철강 외에도 석유화학 제품들이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 외에 화장품, 음식료, 의류 등 중국 내 소비와 관련이 높은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때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을 최우선으로 들었다. IT업종은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에서 벗어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안 대표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 소매판매는 계절적으로 뒤로 갈수록 좋아진다”며 “IT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수출만 봐도 10월 이후로 수출 물량이 늘어난다”고 했다. 또 “미국 쪽에서 IT 기업들의 실적이 좋게 나오고, 개인용 컴퓨터(PC)와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를 멈추는 등 IT가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정유 업종도 상당히 좋게 평가했다. 유가 대비 정제 마진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경기 둔화 우려가 가시면서 유가도 반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기관들이 손절매 규정에 따라 보유한 물량을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에, 지금 주가가 쌀 때 매수해 놓으면 향후 경기가 살아나고 기관들이 매수할 때 강한 상승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고점 대비 주가가 반 토막 상태인 조선 업종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반등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안 대표는 “수주 실적으로만 봤을 때 지금 조선사들의 도크는 꽉 차 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추가 수주에 여유가 많지 않은 상태”라며 “여기에 해운사들이 다들 어려움에 처해 있어 내년과 내후년 발주가 잘 안 나오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좋은 투자처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나면, 다음은 유동성 장세에 대비해야 합니다 ”
“미국 쪽에서 IT 기업들의 실적이 좋게 나오고, 개인용 컴퓨터(PC)와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를 멈추는 등 IT가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효문 AK투자자문 대표


안효문
현 AK투자자문 대표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국투자신탁 펀드매니저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 리서치센터장


글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