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도 멘토이자 멘티- 연기자 김용건·하정우 부자
연예계 스타 2세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요즘이다. 2세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출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유명세에 힘입어 수월하게 연예계에 데뷔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스스로의 힘으로 시작해 데뷔 후 가족관계가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그들의 끼가 남다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멋진 중년 배우 김용건과 그의 아들 배우 하정우. 진한 연기만큼이나 매력 있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밤송이 같은 거침이 매력인 ‘아들’
패션에서도 멘토이자 멘티- 연기자 김용건·하정우 부자
2009년 <국가대표>라는 영화의 감동과 함께 비상(飛上)한 배우가 있다.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된 스키점프 선수 역할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 배우 하정우다.

그는 ‘꽃미남’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다소 거친 듯하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깎아 놓은 밤톨보다는 마치 밤송이 같은 느낌이다. 배우로서의 여운을 그림에 쏟아내고, 최근 에세이까지 출간한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쉽사리 생각나지 않는다. 남자, 배우, 화가, 작가…. 그 어떤 이름도 어색하지 않은 그는, 진정 인생을 즐기는 꾸러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그에게 있어 패션은 역시나 자신을 포장하기보다는 자유로운 감성을 표출하는 일종의 도구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껏 끼를 발산하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패션 또한 남다르다. 슈트마저도 개성 있게 소화해내는 그의 스타일에는 딱딱함보다는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헤어스타일을 중요시한다는 그의 짧은 헤어스타일과 거친 듯한 수염은 그를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처럼 보이게도, 가끔은 개구쟁이처럼 보이게도 한다. 비니가 잘 어울리는 꾸러기, 블루 컬러를 가장 좋아한다는 배우 하정우의 패션에는 느낌이 있다.



비비드 컬러를 과감하게 연출하는 ‘아버지’

중년의 모습은 그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는 말이 있다. 긴 시간 브라운관을 통해 보던 배우 김용건의 모습에서 인생의 힘든 시간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인생의 고비가 있었다고 한다. 힘든 시기에도 배우를 꿈꾸는 아들에게 배우는 못 먹어도 입성이 좋아야 한다고 가르칠 만큼, 배우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철학은 남달랐다.

중년의 남자 배우라기에는 이기적인(?) 그의 외모는 그의 감각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 직접 스타일링을 한다는 그의 패션에서는 특히 컬러의 배색이 돋보인다. 쉽게 소화하기 힘든 비비드한 컬러들을 아주 멋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머플러의 활용도 그의 스타일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다른 듯 닮은 두‘남자’

붕어빵 외모라기보다는 느낌이 닮아 있는 두 남자가 있다. 배우 하정우·김용건 부자다. 하정우는 한 때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 적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김용건을 ‘배우 하정우의 아버지’로 소개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이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다. 또한 스타일이 좋은 배우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걸어간 길을 제법 잘 걸어가고 있는 아들과, 그 아들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아버지.

지난 2월 전시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배우 김용건이 지인에게 “이번에 우리 정우가 전시를 하잖아” 하며 흐뭇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의 모습은 이전에 알던 멋진 중년 배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자신과 닮아있는 아들의 아버지였다. 한 사람의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그들의 생각과 감성이 스타일에 참 많이 녹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때론 속과 다른 겉으로 포장도 하겠지만 우리 마음 속 진한 울림이 우리의 스타일에 배어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듯 닮은 다른 두 사람은 연기에서도, 패션에서도 ‘멘토’이자 ‘멘티’였다.



글 위미경 동덕여대·경북대·세명대 패션디자인과 강사 사진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