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U, 탈출구는 어디에?
2011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히 심각해졌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이처럼 커진 가장 큰 원인은 불안한 투자 심리 때문이다. 금값이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이처럼 불안해할까. 투자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저변에는 침체된 미국 경제와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EU)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미국 경제는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지 침체를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유럽의 경기 침체나 유로화의 위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경우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QE)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대하던 집값 상승과 실업률 하락은 좀처럼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다우지수가 버텨주고 달러화의 지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은 것은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큰 역할을 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정·관계 지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해법을 찾는 데에 지혜를 모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상황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심각한 재정 위기나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며 내부 저항도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형편이 나은 다른 나라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그러나 독일이나 프랑스, 네덜란드같이 형편이 나은 나라들은 남유럽 국가들을 도울 의지가 부족하거나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EU는 경제와 교역에 초점을 맞춘 불완전한 통합이었다. 또 EU 탄생의 근간이 되는 마스트리트 조약에 의하면 EU는 각국 정부의 공약과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이에 따라 각국이 세금 징수와 정부 지출을 따로 하는 처지이다 보니,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원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나 국가가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소위 말해, ‘총대를 메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지도자 혹은 EU의 수뇌부가 경기 부양이나 재정 위기에 대한 해법을 수시로 언급하고는 있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EU 해체 이후에 그 힘의 공백을 누가 메우고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일까 아니면 경제 원조를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나 러시아일까.

다행히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 여부도 변수이고, 그리스 지원안에 대한 유럽 각국 의회의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해소된다고 해서 유럽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유로존 문제는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선진 유럽 국가로 위기가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수에 맞게 살자.’

최근 미국과 유럽의 사태를 보며 필자는 이 격언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종환 _ (주)농심캐피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