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손실 상계만을 위해 수익률 회복이 더딘 해외 펀드를 무작정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 손실분에 대한 상계 기간이 1년 연장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 8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 딥 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인해 해외 펀드의 손실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펀드 손실 상계를 위해 기존 해외 펀드를 그대로 보유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국내 펀드나 유망한 다른 지역 해외 펀드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손실 상계만을 위해 수익률 회복이 더딘 해외 펀드를 무작정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펀드 자산 중 해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자라면 비중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관련 4개국에 비슷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는 수익률이 해외 펀드 평균과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펀드 손실 상계 1년 연장

해외 펀드 손실 상계가 1년 더 연장된 점은 일단 위안거리다. 정부는 2007년 6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해외 상장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해 왔다. 이 규정이 2009년 말로 끝나면서 작년부터는 해외 펀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작년 이후 해외 펀드에 신규 가입한 투자자도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비과세 기간 중 가입해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발생한 이익분을 과거 손실부분과 상계해 주고 있다. 펀드가 작년에 이익을 냈더라도 원금과 비교해 그 아래인데 세금을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손실 본 펀드에 웬 세금이냐’는 투자자의 불만을 반영한 조치다.

이번에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해외 펀드 원금 회복이 늦어지면서 상계 기간을 또다시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예컨대 해외 펀드 비과세 기간 중에 중국 펀드에 2000만 원을 가입해 2009년 말 30%(600만 원) 손해를 본 투자자가 현재 평가 금액이 1600만 원이라고 하자.

내년에 중국 증시가 올라 평가 금액이 1900만 원인 상황에서 환매한다고 해도 2009년 말 이후 발생한 500만 원의 이익을 기존에 발생했던 손실인 600만 원과 상계 처리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만약 내년에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올라 2100만 원에 환매한다면 10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해외 펀드의 보유나 환매 결정은 자신의 펀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상태와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외 펀드의 보유나 환매 결정은 자신의 펀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상태와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어지는 해외 펀드 환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펀드에서는 올해(9월 15일 기준)만 5조9200억 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펀드 비과세가 종료된 작년 초부터는 14조8400억 원이 빠져 나갔다. 2009년 7월부터 순유출이 지속돼 27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50조7836억 원이던 해외 펀드 설정액은 9월 15일 32조6136억 원으로 18조1700억 원 급감했다.

올 해외 펀드 자금 유출은 브릭스와 중국(홍콩H주) 펀드에 집중되고 있다. 펀드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해외 펀드는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A-1(주식)’으로 올해만 6752억 원이 순유출됐다.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와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 2[주식](종류)’,‘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1(주식)’,‘신한BNPP봉쥬르브릭스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피델리티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에서도 수천억 원씩 자금이 빠져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펀드 투자는 중국(홍콩H주)과 브릭스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 해외 펀드 설정액 32조6136억 원 중 중국(홍콩H주) 펀드가 12조8963억 원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릭스 펀드가 5조8574억 원으로 뒤를 잇고 있으며 중국 본토 펀드도 2조2647억 원이다. 전체 펀드의 65%를 이들 펀드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글로벌(2조1651억 원), 친디아(1조7129억 원) 등 순이다.


해외 펀드 보유한다면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해외 펀드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투자자라면 일부 갈아타는 게 낫고 해외 펀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자라면 손실 상계가 1년 더 연장된 이상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투자 기간도 중요하다. 허재환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년 이상 길게 보면 보유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한 중국, 브릭스 등 이머징마켓 펀드에 대한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6개월 이내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대외 불안 요인으로 인해 위험이 커진 만큼 비중 축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중국 펀드든 브릭스 펀드든 향후 1년 이내에는 현재보다 좋은 수익률에서 환매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다”며 “시간 여유가 있으면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나 브릭스 펀드의 원금 회복에는 2~3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팀장은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의 원금 회복은 2~3년에 걸쳐 완만히 이루어질 것”이라며 “이들 펀드에 추가로 자금을 넣어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고자 한다면 분할 납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펀드 갈아탄다면 중국 본토나 신흥 아시아로

무작정 지금 가입한 펀드에서 원금 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유망한 시장으로 일부 옮겨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해외로 옮겨 간다면 손실 상계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 부문을 감안하고도 수익률이 높다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2007년 3분기 중국(홍콩H주)과 브릭스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각각 29.2%와 66.9%나 상승해야 한다”며 “미미한 세금 효과를 보기 위해 원금 회복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갈아탄다면 중국 본토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 펀드가 유망한 것으로 꼽힌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 본토를 포함한 신흥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고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웅 팀장도 “중국 본토는 내년 정권 교체에 따라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인플레이션도 8~9월을 정점으로 하락해 긴축 정책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 한국경제 기자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