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rement Pension] 인생 100세 시대에 퇴직연금이 ‘딱’ 인 다섯 가지 이유
생명 연장의 꿈이 실현되면서 인생 100세 시대의 문이 열렸다. 이에 따라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도 바빠졌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증가 속도는 실로 눈부시다. 수명에 대한 공식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61.9세였던 데 비해 2010년에는 79.6세로 늘어났다. 40년 만에 17.7세가 증가했다. 매년 0.44년, 3.7개월씩 늘어난 셈이다.

생명 연장 기술이 계속 발달하는 한 앞으로도 수명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생 100세 시대도 이런 트렌드 속에서 나온 말이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 이외에는 수명 증가를 중단시킬 일이 없다.

그렇다면 수명 증가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 곧 돈 문제다. 일하는 기간은 늘지 않는데 그 이후의 기간은 한없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에겐 없다. 오직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뿐이다. 더 오래 일하거나 일하는 기간 동안 더 많은 노후 자금을 축적해가는 수밖에 달리 확실한 방법이 없다.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마련해가는 데 퇴직연금은 실로 좋은 수단이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 때문이다.


퇴직 후 안정된 생활을 돕기 위해 탄생한 퇴직금

첫째, 퇴직연금의 재원인 퇴직금이 지니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반세기 전에 도입된 퇴직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퇴직금을 근무의 대가로 받아야 할 당기급여의 이연으로 보는 임금후불설, 기업이 근로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퇴직할 때 지급하는 것으로 보는 공로보상설, 퇴직 이후 종업원의 생활 안정을 위해 기업이 시혜적 차원에서 베푸는 것으로 보는 생활보장설 등이 그것이다. 그 성격이 어디에 있든 퇴직금의 궁극적 목적은 바로 종업원이 퇴직 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위 세 가지 설의 공통점은 재직 중에는 찾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1990년대 후반에 변화가 생겼다. 재직 중에도 필요하면 당겨쓸 수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렇다고 퇴직금의 근본 성격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월급은 현재의 생활비, 퇴직금은 노후 생활비라는 투 톱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했다. 과식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롭듯 퇴직금을 당겨쓰면 노후가 불안해진다. 못이 산소에 노출되면 녹슬고 약해지듯 퇴직금이 중간 정산에 익숙해지면 노후 자금이 고갈된다.

퇴직금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꽁꽁 숨기는 것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퇴직연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기본적으로 중간 정산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둘째, 퇴직연금 자산 운용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다. 자산 운용에서 시간만큼 내 편인 것도 없다. 문제는 그 시간을 내 편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굴려야 하는 자산이다. 퇴직연금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의 자산 운용은 간접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확정급여형(DB형)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주식에 투자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간접투자를 활용하고 있으며, 확정기여형(DC형)의 경우 원천적으로 직접투자가 불가능하다. 간접투자를 하면 전문가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시장의 등락에 따른 심리적 변동을 제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간접투자를 위주로 하는 퇴직연금에서는 심리적 진폭을 완화해줌으로써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기 편하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자산 운용에 대한 공부는 필수
[Retirement Pension] 인생 100세 시대에 퇴직연금이 ‘딱’ 인 다섯 가지 이유
셋째, 퇴직연금제도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때문이다. 인생 100세 시대의 도래는 대응 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사람은 익숙한 것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금을 모으는 관행이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예·적금 같은 저축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축적해왔다. 그때는 10%대의 높은 금리였기 때문에 저축을 통한 자금 축적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상황이 다르다. 금리 수준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 역시 부모세대처럼 저축을 통한 자금 축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서는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자산 운용 환경의 패러다임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기계발 전문가 구본형의 책 제목처럼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을 잘 활용하면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에서는 가입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만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다.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교육 내용을 사업자에게 요청만 하면 된다. 너무나 쉬운 일 아닌가.

넷째, 퇴직연금은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노후대비책은 단연 연금이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은 백미라 할 만하다. 죽을 때까지 연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연금액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는 것뿐이다. 가입자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에서는 다르다. 가입자의 연령이나 직업, 개인의 위험 선호도 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의 종류를 선택할 수도, 적립금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즉 퇴직연금에서는 국민연금과 달리 맞춤형 노후 설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말이다. 100세 시대는 노후가 긴 만큼 개개인이 처할 수 있는 상황 역시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런 다양성을 감안한 노후 설계를 위해서는 퇴직연금이 제격이다.

다섯째,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의 취약한 부분을 훌륭하게 보완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에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국민연금의 수령 시기는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55세를 전후해 현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10년 가까운 세월을 매우 어렵게 보내야 한다. 퇴직연금은 바로 이런 어려운 시기에 좋은 친구가 된다.

고령화의 면면을 생생하게 파헤친 <회색쇼크>의 저자인 테드 피시먼은 “사람의 나이는 그 사람을 개선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그 사람에 관한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익명의 예언자”라고 했다. 인생 100세는 우리를 개선시킬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인생 100세가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 쪽으로 만들기 위해선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아주 특별한 동반자임에 틀림없다. 퇴직연금의 성패에 100세 시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