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김영일 본부장은 전 세계 증시의 동반 불안은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대책이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환경을 마련해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주가를 높은 수준에서 떠받치고 있었으나 실제 발표되는 지표들이 이 기대를 무너뜨리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며 “다만 미국의 경기 회복이 느리지만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고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영일현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겸 CIO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부
김영일현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겸 CIO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부
올해 8월 초부터 최고운용책임자(CIO)를 겸직하게 된 김 본부장은 한국투신운용의 주식, 채권, 대안투자 등 모든 운용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1989년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로 시작한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KB자산운용과 한화투신운용을 거쳐 지난 2008년 다시 한국투신운용으로 돌아왔다. 가치투자 1세대이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가 그동안 있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느리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갑자기 커졌다”고 했다.

경기 회복이 견조할 때는 조금 속도가 느려져도 상관없지만, 경기가 미약하게 회복하는 상태에서 그 속도가 느려질 때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번질 가능성까지 겹치며 전 세계 증시가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전 세계 증시의 동반 불안은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대책이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 정상 등이 모여 정책 공조를 논의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 홀 미팅(Jackson Hall Symposium)’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값 하락도 경기 회복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초기에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떨어뜨려 시장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원자재 값이 하향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소비자의 구매력을 향상시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중국의 인플레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였으나 원자재 값 하락으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당장 적극적으로 긴축 완화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정책 변화는 선진국 경기가 힘을 못 쓰는 현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입장에서도 인플레 상승 위험이 사라지면 추가 양적완화(QE)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쓸 수 있는 여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투자 유망 업종으로는 건설과 조선, 금융을 추천했다. 건설과 조선은 모두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낙폭이 과대해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정유 및 석유화학, 발전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어 우리나라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상승 추세를 고려할 때 수주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비해 주가는 많이 빠져 저평가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조선도 전 세계적인 수주량 감소 등 전반적인 시황은 안 좋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우수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최근 주가 하락이 지나친 것으로 판단했다. 조선 업체들은 지난 몇 주간 30% 가까이 하락하며 중국, 일본 등의 경쟁사들보다 두 배가량 주가가 더 떨어져 주가가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금융은 투자자들의 우려에 비해 환경이 나쁘지 않음에도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혔다.

한편 정보기술(IT) 업종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지만 중기적으로는 투자해볼 만한 업종이란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IT 업종은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금방 치고 올라오기는 힘들겠지만 주가가 매우 싸졌기 때문에 향후 이익 모멘텀만 형성된다면 다른 업종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의 정책 변화는 선진국 경기가 힘을 못쓰는 현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의 정책 변화는 선진국 경기가 힘을 못쓰는 현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정도면 IT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여 1∼2년 정도 투자를 생각한다면 지금 투자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화학·정유는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되기 위해선 좀 더 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하락장에서 이들 업종의 주가가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반기 동안 워낙 많이 올라 아직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특히 하반기 증시에서는 업종별 균형 잡힌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상반기와 같은 차별화된 상승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도주 중에서 자동차 업종은 비교적 밸류에이션이 낮은 편이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지진의 피해에서 벗어나 정상화되고 있고 또 원화 절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요인도 있기 때문에 향후 강력한 이익 모멘텀을 다시 보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주는 완성차 업체보다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 업종에 투자한다면 완성차 쪽이 낫다고 조언했다.

내수주와 중소형주에 대해선 강세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원화 강세가 중기적 추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화 강세로 수혜를 얻을 수 있는 항공 관련주와 아직 밸류에이션이 낮은 일부 내수주는 괜찮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내수주들이 많이 올라 상대적 투자 매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며, 중소형주도 대형주의 이익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홀로 이익 개선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4분기에는 지금보다 증시가 좋아지겠지만 지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성급히 주식시장을 떠나기보다는 인내를 갖고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글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