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나?” “됐다!”

‘가수’보다는 최고경영자(CEO)란 말이 한결 친숙해져 버린 (주)아이웨딩네트웍스 김태욱 대표와 최근 야구해설자로 변신한 ‘양신’양준혁 선수가 19년의 우정을 거름 삼아 우리 사회에 작은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청소년야구 활동 지원과 야구 인재 양성을 목표로 발족한 (재)양준혁 야구재단이 그것. 양준혁이 이사장을 맡은 재단에 친구이자 사업가인 김태욱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기부문화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행복한 비전을 보탰다.
[Noblesse Oblige] 김태욱·양준혁 19년 지기 친구, 꿈의 서포터즈로 ‘등판’
김태욱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 웨딩사업에 뛰어든 연예인 출신 CEO가 던져 준 신선했던 인상을 잊을 수 없다. 다시 만난 그는 세월이 만들었을 법도 한 ‘흔적’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여전한 모습이다. 하지만 6년 전 강남 모 건물의 한 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던 회사의 규모는 엄청나게 변모해 있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5층짜리 건물 전체를 200여 명의 직원이 채우고 있었다. 김 대표의 11년 비즈니스 라이프를 설명하기에 별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을 듯했다.

오랜만의 해후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던 차에 김 대표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 사람. ‘양신’ 양준혁 선수다. TV에서만 보던 환상적인 ‘만세’ 스윙의 주인공은 유니폼 대신 멋진 슈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악수와 함께 건네는 명함에는 (재)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었다. 19년 지기 고향 친구가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 서포터즈(Dream Supporters)’를 자청한 사연, 지금부터 시작한다.

19년 고향 친구의 의기투합

김태욱, 양준혁 두 사람에게서 발견한 공통점 하나. 바로 ‘변신’이다. 한 사람은 가수에서 사업가로, 한 사람은 프로 야구 선수에서 해설자와 방송인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또 하나는 대구가 고향이라는 사실. 첫눈에 ‘필(feel)’이 통해 친구가 된 지 꼭 19년째다. 마흔 둘 닭띠끼리의 대화는 물론 사투리가 기본이다.

money : 19년 전이면 각각 가수로, 선수로 활동하실 때인데 어떻게 만나셨나요.

양준혁 : 패널 여럿이 참여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만났어요. 저는 그 당시 신인 선수였죠. 그런데 사람, ‘딱’ 보면 알잖습니까. 말하는 거 보니까 대구사람 같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나이도 동갑이잖아요. 경상도 사람끼리 긴 말 필요 없잖아요. “됐나?” 하면 “됐다!”지요. 그 후로 가까워졌죠.(웃음)

money : 우정만 나눈 게 아니라 좋은 일도 함께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야구재단은 어떻게 만드시게 됐나요.

양준혁 : 지난해에 은퇴하고 대전광역시 갑천에서 제 이름을 걸고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개최한 적이 있어요. 야구장이 부족해서 16개 축구장을 빌려서 진행했죠. 총 60개 청소년 야구팀이 참여했는데, 그 행사를 치르면서 느낀 게 참 많았습니다. 사실 야구재단 만드는 일은 2년 전부터 마음속으로 은퇴 준비를 시작하면서 구상했던 일 가운데 하나였어요. 야구대회 이후에 이제 할 때가 됐다 싶었죠.

김태욱 : 준혁이가 야구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저는 참 좋았습니다. 마침 제가 웨딩사업 이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이 친구가 야구재단 일을 저한테 물어왔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게 됐죠.

6월 20일에 새로운 사업인 ‘굿바이셀리(www.goodbuyselly.com)’를 론칭하는데 ‘굿바이셀리’의 회원들이 야구재단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각 회원들이 기부한 돈이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회원들에게 공개하며 투명한 기부문화를 만들어 갈 겁니다.

money : ‘굿바이셀리’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인가요. 지금 하고 계신 웨딩 쪽과는 연관성이 크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요.

김태욱 : 가장 쉽게 설명 드리자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것이죠. ‘굿바이셀리’도 결국 회원들이 인맥을 구축하는 공간인데, 차이가 있다면 ‘경제활동’이 키워드가 된다는 점입니다.

11년간 아이웨딩네트웍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먹구구식 웨딩산업 분야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이에요. 당시로는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이었죠.

경쟁력 있는 웨딩업체끼리 상생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동반 성장을 이끌면서 ‘웨딩서비스 보증제도’나 ‘가격정찰제’ 등을 정착시켰습니다. 지난해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에서 사업모델에 대한 냄새를 맡았어요.

money : 그러니까 한국의 ‘페이스북’을 구축하는 건가요.

김태욱 : 영화를 보면서 SNS를 잘 활용하면 사업적으로 유익함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회원들끼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모니터의 역할을 함으로써 현재 공급자에게 쏠려 있는 유통의 ‘파워’를 소비자 쪽으로 옮겨가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그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들은 공급자가 직접 어필할 수도 있고, 차후에는 그 속에서 e-커머스(e-commerce)도 이뤄질 수 있겠죠. 아이웨딩네트웍스가 대한민국 웨딩산업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듯, ‘굿바이셀리’로 대한민국 유통의 혁명을 한 번 일으켜 보고 싶습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못 먹어도 페이스북’이란 말을 자주 합니다, 요즘.(웃음)

money : 김 대표께서 아무래도 ‘촉’이 발달한 사업가이니 양 선수가 야구재단 발족 전에 조언을 구했을 것 같은데요.

양준혁: 아무래도 사업을 잘 하는 친구다 보니 야구재단 이야기를 하면서 좀 도와달라고 했죠. 엄홍길휴먼재단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요. 엄 대장께서 저희 야구재단의 이사이기도 하고요.

money : 양준혁 야구재단이 중점적으로 펼쳐갈 사업은 어떤 것들입니까.

양준혁 :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정기적인 개최, 야구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 야구 캠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사업들 역시 시작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 무궁무진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뛰고 운동할 시간이 없습니다.

특히 야구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저희 재단은 야구를 통해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스포츠 역시 사회성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의 한 가지 방법이거든요.

‘번트’를 통해 희생하는 것도 배우고, 홈런은 또 ‘대박’이기도 하죠. 경기를 하다 보면 위기를 맞을 때도 있고, 또한 그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도 배울 수 있어요. 더불어 패배하는 경험도 얻게 되니 야구에 인생이 담겼다고 하는 겁니다.

또 중요한 것이 있는데, 스포츠 경기이니 규칙을 엄수해야 합니다. 친구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우정도 나눌 수 있죠. 가까운 일본에서는 야구를 국기로 정해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하게 하는데, 그래선지 일본 사람들은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money : 지난해 10월 청소년 야구대축제에는 양 선수가 5000만 원을 쾌척했다고 들었습니다. 야구재단을 꾸리기까지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양준혁 : 왜 없었겠습니까, 하하하…. 청소년 야구대축제 때는 혼자 자비로 진행해서 그리 복잡한 것은 없었는데, 재단은 법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갈 것이 많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니 시간적으로도 빠듯합니다.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안했고요. 그저 정글에서 새로운 길 하나 낸다는 생각으로 추진했습니다.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사업 경험이 많은 김 대표에게 이사를 맡아달라는 부탁도 했죠.

김태욱 : 이 친구하고 저하고 비슷한 DNA가 있는데, 바로 어떤 일을 하건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그 어려움이 결국 일이 돼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는 점이에요. 안 되는 과정도 결국 일이 돼가는 과정이거든요.
19년 지기 고향친구인 김태욱, 양준혁은 양준혁 야구재단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 서포터즈’가 되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19년 지기 고향친구인 김태욱, 양준혁은 양준혁 야구재단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 서포터즈’가 되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야구로, 열정으로 매력 있는 삶

money : 양 선수는 요즘 재단 이사장으로서, 야구해설자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정신없이 바쁠 것 같습니다. 시간관리 노하우를 한 번 들어볼까요.

양준혁 : 별다른 관리 노하우는 없어요. 운동을 해서 그런지 어떤 스케줄이든지 그냥 닥치는 대로 다 해 버리거든요. 그리고 방송인이란 말은 아직은 좀 쑥스럽네요.(웃음)

money : 김 대표께서도 이제 신규 사업에, 야구재단 이사까지 더더욱 바빠지시겠습니다.

김태욱 : 그게 문제죠.(웃음) 그동안 저희 부부가 이런저런 단체 홍보대사를 몇 차례 했는데, 최근에 여성가족부의 ‘행복한 가족’ 홍보대사가 됐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 아닌가 싶어요.

엊그제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님과 식사를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너무나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해서 재미가 없다고 했는데, 돌아보면 일만 하느라 가족한테 투자하는 시간이 참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 아니겠어요. 매력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 가족을 위한 하모니는 점수로 치자면 영점에 가깝지 않나 싶더라고요.

money : 매력 있는 삶은 어떤 삶인가요.

김태욱 :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매력, 친구, 체력이 그것인데, 매력 있는 인생이란 결국 꿈이 있다는 거죠. 꿈이 있으니까 끊임없이 도전하게 되는 거고요.

매력 있는 삶을 위해서는 세 가지 하모니가 필요한데, 첫째는 나를 위한 하모니예요. 저 같은 경우, 열한 살 때 비틀즈 공연 비디오를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워 스물한 살 때 그 꿈을 이룬 셈이죠.

둘째는 가족을 위한 하모니이고, 셋째는 사회와 국가를 위한 하모니예요. 기업인이 지나치게 숫자를 좇다 보면 상생의 가치를 놓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와 함께 경쟁력을 키우며 상생한다면, 그것이 결국 사회와 국가를 위한 하모니에 기여를 하게 되는 거겠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위한 하모니가 영 시원찮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한테도 신경을 더 쓰려고 하고 가족 사이에 뭔가 화제가 될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해 강아지도 한 마리 입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웃음)

money : 양 이사장께서는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은퇴를 매우 빨리 맞이하셨는데, 은퇴할 때 남다른 감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양준혁 : 사실 제 은퇴는 준비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그 순간이 올 것이라고 혼자서 마인드 트레이닝을 해 왔었으니까요. 감독이 저한테 은퇴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을 때 저는 5분 만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팀(삼성 라이온스)에 제가 계륵 같은 존재가 된다면 언제든 유니폼을 벗을 각오가 돼 있었던 터죠. 제가 계속 버티고 있으면 후배들이 스타 선수로 성장하는 데 아무래도 부담이 될 테니까요. 제가 흔쾌히 은퇴를 결정하자 구단에서도 은퇴 경기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준비해 줬던 거고요.(웃음)

money : 우리나라 야구 역사에 많은 기록을 세운 스타 선수로, 미련도 남았을 것 같은데요.

양준혁 : 솔직히 있었죠. 지난해 제 기록이 3할3푼이었습니다. 1~2년만 더 하면 제가 세운 기록을 또 깰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고, 사실 다른 팀에서 ‘콜’도 있었고요.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못해서 은퇴 경기 전에 거의 통보하다시피 말씀드렸던 상황이었어요.(웃음)

구단에서 해외 유학도 제안했고, 또 돌아왔을 때 지도자 복귀도 보장했지만, 프로로서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시작하면서 지금껏 꿈꿔 왔던 일을 시작하자고 결심했죠. 지난해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하고 나서 그 생각이 더욱 공고해진 결과 지난 6개월 동안 야구재단 발족 준비를 했던 겁니다.

money : 양준혁 야구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동료, 선후배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양준혁 : 후배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기부도 그냥 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아이디어를 냈는데, 삼성 라이온스 투수인 배영수 선수는 1승당 30만 원씩, LG 트윈스 포수 조인성 선수는 도루를 저지할 때마다 10만 원씩 기부하는 식이죠.

그렇게 한두 사람씩 기부한 돈이 모이면 중학교 야구팀을 창단할 계획입니다. 야구 선수들이 만드는 야구팀인 셈이죠. 선배들이 야구 인재를 육성하며 직접 지도도 하는 건강한 순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7월 30일에 제2회 양준혁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영남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1박 2일간 열리는데, 재단 출범 후 공식적인 첫 대회라 이번에는 청소년 야구팀들의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도 할 예정이에요.”
“ 7월 30일에 제2회 양준혁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영남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1박 2일간 열리는데, 재단 출범 후 공식적인 첫 대회라 이번에는 청소년 야구팀들의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도 할 예정이에요.”
학교를 만들겠다는 ‘같은’ 꿈

money : 김 대표께서도 보통 사람들이 은퇴하는 시기에 은퇴하진 않으실 것 같습니다.

김태욱 : 예.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제겐 아직 꿈이 있고, 새로운 꿈이 계속적으로 생기는 한 은퇴라는 건 없을 겁니다. 제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학교를 만드는 일이에요.

money : 음악 전문학교를 말하는 건가요.

김태욱: 음악학교라기보다는 그저 보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이름도 지어뒀어요, ‘스터디파크(STUDY PARK)’라고요(그는 실제로 학교의 콘셉트를 구상하며 2년 동안 직접 만든 스토리 북을 보여주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집에 오면 시간을 재어가며 수학 문제를 풀고 있어요. 개인의 개성과 교육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입니다. 저는 사실 중학교 때부터 이 나라 교육제도에 불만이 많았던 학생이었어요.

11세 때 비틀즈를 보고 세계적인 뮤지션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공부보다 음악에 빠져 살 때 담임 선생님께서 학급 친구들 앞에서 저를 불러내 혼을 내시면서 “너희들, 김태욱이처럼 행동하면 절대 성공 못 한다”라고 하신 기억이 납니다.

공부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저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으셨던 거죠. 또 어떤 선생님은 제가 쓴 노래 가사를 보시고 “얘들아, 이게 시란다”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셨죠. 제가 꿈꾸는 학교는 동네에 있는 학원처럼 작은 학교일 수도 있어요.

아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의 철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문화가 있고, 아이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아이들이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교, 그 학교에서 미래 한국의 오바마도 나오고, 스티브 잡스, 그리고 김태욱도 나오겠죠.(웃음)

money : 양 이사장께서는 은퇴는 이미 하셨고, 이제 야구재단의 발걸음을 떼셨으니 남은 숙제도 많으실 테죠.

양준혁 : 요즘 저더러 ‘방송인’이 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뼛속까지 야구인입니다. 김 대표가 학교를 만들 꿈을 얘기했는데, 제 꿈도 학교입니다, 야구학교. 사실 야구를 시작하고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은 누구나 그렇듯 감독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 재단을 만들고 보니 이 일이 더욱 뜻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money : 야구재단의 사업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근접한 것은 무엇인가요.

양준혁 : 7월 30일에 제2회 양준혁 청소년 야구대축제를 제 모교인 영남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1박 2일간 열리는데, 재단 출범 후 공식적인 첫 대회라 이번에는 제가 해설을 맡고 청소년 야구팀들의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도 할 예정이에요.

money : 김 대표님의 신사업 ‘굿바이셀리’와 양 이사장님의 야구재단이 머지않아 멋들어진 ‘홈런’을 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양준혁 : 홈런은 못해도 안타는 쳐야겠죠, 하하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사무실 옆 작은 정원으로 나가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양 이사장은 요즘 야구 대신 가족들과 열심히 하고 있는 전복 양식 얘기를 꺼냈다. 전복 양식도 사업이니 사업가 선배로 김 대표는 그럴싸한 조언을 건넨다.

카메라 앞에 선 쑥스러움을 풀려는 건지 양 이사장은 대화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야구 방망이 끝에 그가 키운다는 전복도 올려주고 싶고, 김 대표의 꿈도 올려주고 싶었다.

‘양신’이 내두르는 방망이라면 모두 홈런을 치고도 남을 테니 말이다. 양준혁 야구재단이 10주년을 맞을 때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약속을 하고 기자는 발걸음을 돌렸다. 10년 후 다시 만날 땐 김 대표가 ‘스터디 파크’ 학교 부지를 보고 다니다 달려와 주기를 바라면서. 양준혁 야구재단 후원 문의 02-512-7501, www.yjh10.com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