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헌 톱 파이낸셜 리서치 대표

송경헌 대표는 증권감독원과 동서증권을 거쳐 영국계 아틀란티스자산운용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역임한 투자 전문가다. 현재는 외국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있다. 투자처로서 펀드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펀드 투자의 길을 물었다.
[Road To Investment] “펀드는 재테크의 꽃,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주목하라”
주가가 상승하다 조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현재 주식시장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까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 이후 각국이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선진국들은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올 초 주가 상승은 빠른 경기회복세를 주가가 반영한 것입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주식을 집중 매수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이머징 국가들의 빠른 경기회복세는 인플레이션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경기가 견조해서 2010년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과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긴축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인도 등도 높은 인플레로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도 4% 이상의 물가상승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주가에 부정적입니다. 그런데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 좋습니다. 인플레 우려로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탁월한 기업실적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Road To Investment] “펀드는 재테크의 꽃,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주목하라”
향후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며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주가는 더 간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장 큰 걸림돌이 인플레입니다. 고유가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적어보이고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인플레를 잡으려고 하는데 여의치가 않아 보입니다. 위안화 절상으로 인플레를 억제시켜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한국도 고물가로 인해 금리 인상과 원화 강세가 좀 더 빠르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호재입니다만 금리인상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현재 12개월 예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10.6배 수준입니다. 2007년 10월 말 고점에서 13배 수준까지 갔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고평가 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야를 세계로 돌리면 중국,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현재 PER이 2007년 10월 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PER과 2007년 고점에서의 PER을 비교해 코스피가 아직도 저평가 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2007년 10월 말 고점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이 1.17배 수준이었습니다. 2007년 10월, 코스닥과 코스피의 총 시가총액이 1140조 원이었고, 그해 GDP가 975조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시가총액이 1284조 원, 지난해 GDP는 1172조 원으로 1.09배 수준입니다.

2011년 경제성장률을 4.5%로 가정하고 2011년 4월이 3월 말 대비 코스피가 4.5% 상승했습니다(당시 주가지수 2200 선). 시가총액과 GDP를 업데이트하면 1.08배 수준입니다. 이 지표로 보면 코스피는 좀 더 갈 수 있으나 곧 과거 고점에 이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코스피는 좀 더 가겠지만 고점도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펀드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까요.

“현 시점에서 신규 가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장이 고점에 이르면 주가는 장기 사이클의 고점에 이를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분할해서 환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그런 식의 펀드 투자는 경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증권가의 분위기와는 조금 상반되는 듯합니다.

“맞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적립식 장기투자의 장점을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펀드 투자는 2~3년 주기가 맞다고 봅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봅시다.

다우존스는 1999년에 1만 포인트를 찍었습니다. 1980년 이후 20년 사이 5배 가까이가 오른 것이죠. ‘펀드를 장기 보유하라’는 말도 미국 증시가 호황이던 당시에 미국의 펀드회사가 주장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후 지금까지 12년 동안 다우존스는 2000포인트가 상승한 데 그쳤어요.

일본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닛케이지수는 1989년 말 3만9000 수준에서 21년이 지났는데 아직 1만 아래에 있습니다. 한국 증시도 그런 패턴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령화와 4%대의 GDP 성장률 등을 감안하며 그럴 가능성이 커요. 물론 성장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 증시가 미국과 일본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Road To Investment] “펀드는 재테크의 꽃,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주목하라”
그럼에도 펀드를 재테크의 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근거가 궁금합니다.

“현재 시중금리는 4~5% 수준이며, 앞으로 금리는 오르겠습니다마는 재테크가 가능한 고금리의 시대는 오기 어렵습니다. 특히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앞으로도 1~2% 수준에 머무를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죠. 주식시장이 좋을 때 들어가면 연 12~15%의 수익은 가능하니까요. 이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수익률은 8~11%가 됩니다.”

한국에서 펀드 투자가 본격화된 게 10년이 채 안됩니다. 송 대표는 언제, 어떻게 펀드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증권감독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동서증권에서 국제영업 부장과 기업분석 부장을 지냈습니다. 그때 슈로더증권에 파견을 나가 한국-유럽 펀드(Korea-Europe Fund)를 운용했습니다. 그게 인연이 돼 영국 소재 자산운용사인 아틀란티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아틀란티스 한국 중소기업 펀드(Atlantis Korean Smaller Companies Fund)’를 운용했습니다.”

실제 투자 경험도 많으실 텐데, 아틀란티스자산운용에서는 주로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셨습니까.

“펀드 운용을 하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많았습니다. 아틀란티스자산운용에서는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를 해서 재미를 봤습니다. 녹십자, 빙그레, 전북은행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입니다.”

최근에는 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준 듯합니다. 당시 수익률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성과가 좋을 때는 코스피 대비 20~30% 시장수익률(outperform)을 낸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대형주가 대세지만 중소형주 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종목이 적지 않으니까요. 최근에도 몇몇 소형주로 4~5개월 사이 40%에 가까운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하신 곳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종목이 있으신가요.

“삼성SDI와, 아틀란티스자산운용에서 펀드를 운용할 때 들어갔던 녹십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삼성SDI는 6~7년 전에 우연히 다른 일로 본사에 갔다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온다는 정보를 얻었어요.

새 CEO는 부임하면서 모든 부실을 그 해에 털어버리더군요. 적자는 불어났고 주가도 액면가인 5000원 아래로 떨어졌어요. 부실을 털어버렸으니 최소한 다음해에는 실적이 훨씬 좋아지겠다 싶었어요. 사업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래서 매입했는데 3년 가까이 보유해 10배 정도 이익을 남겼죠.

녹십자에 투자한 건 5년 전입니다. 녹십자 본사가 용인에 있었는데, 당시 분당에 사는 지인이 사우나에 들렀다 녹십자의 외국 직원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대요. 그분이 다행히 영어를 하셔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던 거죠.

거기서 얻은 정보를 저한테 주셨어요. 얘기를 듣고 방문을 해보니 기대를 해도 되겠더군요. 태반주사의 인기도 좋고, 알부민 등의 가격도 오르는 추세였고요. 4만 원대에 사서 2년 반을 보유하다 9만 원대에 처분을 했죠.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일상의 작은 정보가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Road To Investment] “펀드는 재테크의 꽃, 운용사의 대표 펀드에 주목하라”
녹십자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정보 수집 루트는 아닌 듯합니다. 대표님은 투자를 하실 때 주로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고, 분석하십니까.

“한국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환경이 정말 좋은 곳입니다.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고서가 맞는지만 판단하면 됩니다. 이런 보고서는 기초적인 회계 지식만 있어도 분석이 가능합니다. 보고서 내용을 보고 그럴듯하면 기업을 조금 더 알아보면 되고요. 사실 펀드매니저들도 그렇게 투자를 합니다.”

실패하신 경험도 있나요.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본 실패 사례를 말씀해주십시오. 아울러 패인도 함께 설명해주십시오.

“2007년 한국 펀드, 중국 펀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투자할 ㄸㅒ제 주위에서도 그런 사람이 많았습니다.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습니다. 펀드 투자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2007년 같은 ‘묻지마 투자’는 언제나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펀드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주식시장이 언제 바닥이고 언제 상투인지 알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펀드에 가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기투자가 무조건 수익을 주지는 않습니다.”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펀드에 가입해 볼까’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연일 증권시장이 좋은데 이제 가입해서는 수익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좋은 펀드를 고르는 눈을 키워야죠.”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저는 큰 회사의 펀드를 선호합니다.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같은 회사들이 여기에 속하겠죠. 그 다음엔 그 회사들의 주력 펀드를 찾아야 합니다. 3~6개월 성과를 보면 이들이 어떤 펀드를 주력으로 운용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주력 펀드들은 자금 규모가 큰 편입니다. 이런 펀드를 후보로 정한 다음, 과거 평판이나 운용 성적을 봐야겠죠. 그런 펀드들이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를 오래 하셨고, 해외 펀드에도 밝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펀드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해외 펀드는 한국 경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중국 펀드가 유망하리라 생각합니다.”

약점이라면 수출 의존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아시다시피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현대차나 삼성전자 등이 다행히 지금은 수출이 잘 돼서 실적이 좋습니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어려워져서 수출이 어려워지면 그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때는 내수기반이 튼실한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나라가 영향을 덜 받겠죠. 그런 리스크를 대비해서 해외 펀드에 드는 거죠. 중국도 앞으로 내수 비중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할 수 있죠.”

앞서 중국 펀드가 유망하다고 하셨습니다. 거기에 대한 설명이 좀 더 필요할 듯합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지속적으로 긴축재정을 해왔고, 인플레 우려도 올해가 지나면 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증시는 경제를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플레가 잡힐 것 같으면 바로 반영을 하거든요.

또 하나 리먼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등의 증시는 많이 올랐지만 중국은 여전히 답보 상태거든요. 이런 걸 종합해 보면 앞으로 중국이 유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펀드 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리먼 사태로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아직은 펀드 시장으로 돌아오기를 망설이는 듯합니다.

“2007년 펀드에 열광한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펀드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낮은 실질 금리를 생각할 때 중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경헌

톱 파이낸셜 리서치 (Top Financial Research) 대표
1977~82년 증권감독원
1982~95년 동서증권
국제영업 부장, 기업분석 부장
1995~2008년 아틀란티스자산운용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