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Plan 1

노후 준비를 위한 머니 플랜에서 핵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캐시 플로(cash flow)’ 즉 현금흐름이다. 급여 형태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근로 시기와 달리 은퇴 이후에는 고정 수입이 단절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스톡(stock)’ 중심의 자산운용이다. 스톡 중심이란 가격의 상승에 초점을 맞춰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근로 시기에는 급여 형태의 현금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산관리의 초점은 투자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맞춰진다.
[Healthy & Wealthy 2nd Life] 은퇴 자금의 핵심은 캐시 플로
은퇴 이후 최대 변수는 의료비와 주택 대출금

먼저 노후의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부터 살펴보자. 재산의 크기에 상관없이 부정적인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해 놓아야 현금흐름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은퇴 전에 현금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고정비는 대출금과 자녀교육비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이런 부담이 줄어들고, 반대로 의료비가 고정비용으로 등장한다. 젊어서는 의료비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비용이지만 노후에는 생활비의 일부로 편입된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은퇴 전후의 생활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의료비 증가 때문이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줄여 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장성 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의료비 실비보험이나 암보험 등 각종 건강보험에 가입해 두면, 의료비가 현금흐름을 망치는 일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의료비 실비보험이 100세형까지 출시되고 있으므로 가급적 보장 기간이 긴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둘째 변수는 주택 대출금이다. 만일 55세 정년퇴직 시점에 대출금이 남아 있다면, 현금흐름은 급속히 악화된다. 퇴직금을 받더라도 그 돈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하므로 자금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노후를 위한 머니 플랜을 세울 때는 정년퇴직 시점 이전에 모든 대출금을 상환하는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최근 주택 구입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20~30년 장기 대출을 받았다.

예를 들어 35세에 30년짜리 대출을 받았다면, 이 사람은 퇴직 이후에도 계속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대출금이란 레버리지가 자산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공적 연금 공백기를 위한 준비의 필요성

[Healthy & Wealthy 2nd Life] 은퇴 자금의 핵심은 캐시 플로
의료비와 대출금에 대한 전략을 세운 이후에는 55~65세 시기에 대응한 현금흐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10년의 구간은 국민연금이나 주택연금과 같은 공적 시스템으로부터 전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시기다.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60~65세부터 지급되고, 주택연금도 60세부터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시기는 ‘공적 연금의 공백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시기는 자녀들이 대학생으로 여전히 교육비 부담이 존재하고, 노부모 부양 부담도 남아있는 시기다. 자산이 많은 경우에도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노후 준비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강제저축 상품을 활용해서 이 시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강제저축이란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빼낼 수 없는 상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퇴직연금, 연금저축(펀드), 연금보험이다.

퇴직연금은 퇴직 시점까지 돈을 찾을 수 없고, 연금저축(펀드)은 10년 이상 불입해야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중도 인출이 어렵다. 연금보험도 10년 이상 넣어야 발생한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퇴직연금은 퇴직이란 신변상의 변화가 오기 전까지, 그리고 연금저축(펀드)과 연금보험은 10년이란 기간을 유지할 때까지는 강제로 저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강제성을 활용하면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55~65세 10년을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산 규모가 크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즉시연금과 같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즉시연금이란 일시금을 넣고 매월 생활비를 받아쓰는 상품이다. 게다가 이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발생한 이자에 대해 전액 비과세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분리 과세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

연금 겸업형 라이프스타일로 미래 준비
은퇴설계는 스톡보다는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평안한 노후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자산운용을 해야 한다.
은퇴설계는 스톡보다는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평안한 노후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자산운용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머니 플랜은 퇴직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갑과 을의 가상사례를 통해 왜 오래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 수단인지 알아보자. 60세 퇴직 시점에 갑과 을은 모두 똑같이 1억 원의 현금 자산이 있다고 하자.

갑은 일을 하지 않고, 매월 200만 원씩 생활비로 썼다. 반면 을은 65세까지 일을 해서 생활비를 조달하고, 이 돈을 안전한 정기예금에 넣어 두었다.

갑은 매월 200만 원씩 썼으므로 5년 뒤에는 마이너스 20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1억 원-(200만 원×12개월×5년). 반면 을은 5년 동안 일을 통해 생활비를 벌었으므로 1억 원은 은행금리 5%를 적용할 경우, 1억2700만 원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5년 사이에 무려 약 1억5000만 원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일을 오래하는 것은 인생의 보람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에서도 중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과 현금흐름을 결합한 머니 플랜은 미래의 라이프스타일과 부합된다. 현실적으로 인생 100세 시대에 퇴직을 하면서 모든 노후자금을 준비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일부는 일을 해서, 또 나머지는 연금이나 월세 형태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선 이를 두고 ‘연금 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표현을 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연금 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현금흐름보다 스톡이 강조되는 환경이었다. 경제가 고도성장하고, 젊은 층들이 대거 생산 인구로 편입되면서 소득이 늘었고, 인구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젠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고 고령인구가 늘면서 생산 인구도 줄며 인구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줄어드는 국면에 진입한다.

이런 변화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스톡보다는 현금흐름이 중시되는 사회로 바뀌어갈 것이다. 평안한 노후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자산운용의 방식도 조금씩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글 이상건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