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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개미’ 투자자들이 코스닥 테마주 투자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네오세미테크와 씨모텍 사태가 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태성 전 대표의 자살로 시작된 씨모텍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씨모텍이 이미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가운데 자회사인 제이콤이 부도를 냈다. 씨모텍과 제이콤 측이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번 사태는 사회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씨모텍 어떻게 망가졌나

증권업계는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이 결국 김 전 씨모텍 대표의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자택인 경기도 과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대표가 자살을 시도한 차 안에서는 유서도 함께 나왔다. 씨모텍이 지난달 24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의 일이었다.

김 전 대표가 증권가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9년 7월. 기업 M&A를 전문으로 내건 나무이쿼티를 창업하면서부터다. 나무이쿼티는 4개월 만에 ‘T로그인’ 등 무선모뎀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씨모텍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 인수대금 300억 원을 차입(50억 원)과 증자(250억 원)로 조달한 사실상의 무자본 M&A였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씨모텍은 지난해 3월엔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나무이쿼티는 작년 7월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했다. 8월에는 씨모텍을 통해 제4이동통신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제이콤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법적 요건 미비로 무산되기도 했다.

신사업을 추진하며 나무이쿼티는 계속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제이콤 인수에는 최소 230억 원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모텍은 올 1월 연구·개발(R&D)을 명분으로 287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 모 씨가 나무이쿼티 대표이사와 씨모텍 이사 등을 역임해 씨모텍은 ‘MB 테마주’로까지 분류됐다. 전 씨는 작년 7월 회사를 떠났다.

커지는 파문

‘한 중견기업 대표이사의 외로운 죽음’ 정도로 끝날 것 같았던 씨모텍 파문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모회사인 씨모텍과 자회사인 제이콤이 각각 최대주주 나무이쿼티와 이 회사 소유주 등을 상대로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 이 과정에서 나무이쿼티의 ‘실체’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8일 제이콤 직원들은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자인 김창민 씨 등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제이콤의 현금 82억 원과 자회사 제이엔씨홀딩스의 현금 200억 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이다.

김 씨와 나무이쿼티의 또 다른 실소유자로 추정되고 있는 이철수 씨가 씨모텍에서 256억 원을 횡령·배임한 것으로 알려진 지 나흘 만의 일이다. 고발된 김 씨는 나무이쿼티 설립과 씨모텍 인수를 주도하고, 이 씨는 인수자금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이쿼티는 씨모텍과 제이콤 인수에 각각 300억 원과 230억 원을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 530억 원으로, 이는 두 회사에 대한 횡령액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인수할 기업의 현금과 예금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뒤 회사자금을 횡령해 이를 갚았다는 의구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와 제4이동통신사업 진출, 저축은행 인수 등 기업가치 부양을 위한 노력들이 벽에 부딪히면서 올 감사에서 부실이 대거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씨모텍의 시가총액은 534억 원이며, 부도 직전 제이콤의 시총은 166억 원이었다. 씨모텍에는 1만4000여 명, 제이콤은 8000명이 주주로 등록돼 있어 횡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투자자는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액주주들은 씨모텍의 상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모임인 네비스탁에 의결권 권한을 위임하는 등의 노력으로 회사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채시장과 결탁한 무자본 M&A로 인해 소액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시장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ARKET ISSUE] 씨모텍 사태가 일깨워 준 코스닥 테마주 투자주의보
부실기업 구분법

씨모텍의 이번 사태는 지난해 증시를 충격에 빠트렸던 네오세미테크 퇴출 사태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2009년 9월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네오세미테크는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숨겨왔다.

우회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전혀 잡아내지도 못했다. 상장 이후 이 회사는 대규모 매출계약 공시를 수시로 했으며 거래정지 되기 불과 한 달 전에 중국 업체와 매출액 1000억 원의 2배 이상인 2298억 원의 대규모 매출거래 계약을 했다고 ‘거짓’ 공시를 했다.

전문가들은 ‘개미’ 투자자들이 코스닥 테마주 투자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네오세미테크와 씨모텍 사태가 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실적이 동반되지 않은 테마주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네오세미테크 분식회계를 밝혀내 국민포장을 받은 서학수 대주회계법인 이사는 “부실회사에 잘못 투자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재무제표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매출과 자산이 급증하는 회사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의 매출이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이때는 매출을 부풀렸는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꾸준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데 회사채 발행과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계속 모으는 기업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회사의 현금흐름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흑자도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 이사는 또 고유 사업과는 관련 없는 신규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회사도 부실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태양광업체가 땅을 사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고유 사업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측에서 강조하는 성장성에 현혹되기보다는 재무제표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실적이 탄탄한 기업인지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010 회계연도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심사 결과 유가증권 상장사 2곳, 코스닥 4곳의 퇴출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봉신과 셀런의 퇴출이 이날 확정됐다.

봉신과 셀런은 자본금 전액 잠식 상태였다. 코스닥에서는 중앙디자인, 대선조선, 엠엔에프씨, 스톰이앤에프가 상장폐지된다. 자본금 전액 잠식과 3년 연속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사업 손실을 내는 등 상장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대규모 손실,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을 이유로 이번에 관리 종목에 새롭게 지정된 종목은 유가증권의 경우 케이알2호·다산리츠 등 6곳, 코스닥은 한림창투·세븐코스프 등 27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리 종목이란 상장법인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을 갖추지 않았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원인으로 부실이 심화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종목을 말한다.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