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다.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자문형 랩으로, 그리고 이제 헤지펀드로 이동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 및 레버리지의 후유증으로 환매 요청에 시달리면서, 금융위기의 파장을 지구촌 전역으로 전파시켰다는 비판을 받던 헤지펀드가 이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바구니 목록에 들어오게 됐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고위험 고수익 펀드로만 알려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헤지펀드에 대한 오해다. 본래 헤지(hedge·투자위험 또는 시장변동성에 대한 방어수단)의 개념에 충실한 헤지펀드는 대개 중위험 적정수익을 추구한다.

한때 ‘헤지펀드=조지 소로스’로 여겨질 정도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유명세를 치렀다.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는 존 폴슨(John Paulson)의 폴슨앤드코(Paulson & Co.)가 최고의 헤지펀드로 등장했다.

폴슨앤드코는 미국 주택 시장의 거품을 예상한 투자와 은행주 몰락에 대한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드높인 바 있다. 폴슨앤드코는 다수의 헤지펀드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했다.

헤지펀드 관련 업계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장기투자가 주가지수 및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수익률은 좋았다고 한다. 즉, 단순 수익률뿐 아니라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평균적으로 헤지펀드가 인덱스를 앞선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무수히 많은 해외의 헤지펀드 중에서 운용실적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운용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투명하며, 적정한 레버리지로 차입리스크가 과하지 않은 헤지펀드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헤지펀드 리서치 산업이 발달하고, 헤지펀드 중에서 우수한 펀드를 골라 담는 소위 ‘펀드 오브 헤지펀드(fund of hedge funds)’의 인기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런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의 흐름 속에서 정부가 최근 한국형 헤지펀드의 골격을 제시하고 국내 헤지펀드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헤지펀드 코리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와 같은 몇몇 투자자문사들은 이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으로 국내에서 제한적이나마 헤지펀드 스타일의 전략을 구현해 왔다.

현물주식과 지수선물옵션의 적정 혼합운용을 통해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모두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시현하며 고객들의 높은 호응과 함께 업계 및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선물옵션 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고 레버리지 투자는 위험하니 무조건 안하겠다던 투자자들도 헤징의 개념과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 전략의 특성을 듣고 공감할 정도로 절대수익형 펀드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에서 헤지펀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 미국의 헤지펀드 시장은 이미 몇십 년 동안 다양한 시장상황 속에서 무수히 많은 운용전략을 테스트해왔다. 규제에 손발이 묶였던 우리도 이제 새로운 헤지펀드 코리아의 시대를 열 기회를 맞았다.

이번 정부의 헤지펀드 규제완화책이 헤지펀드를 지향하는 국내의 자문사에 기회를 열어준다는 소식은 희망적이다. 그동안 헤지펀드 코리아의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해온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가슴이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경쟁력 있는 헤지펀드 운용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관리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일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국내 헤지펀드의 역량을 발휘할 때가 오고 있다. 준비된 자가 누구인지 선택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행복한 고민이 곧 시작될 것이다.
[CEO칼럼] 열리는 새벽, 헤지펀드 코리아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