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우 제주마산업(주) 대표

제주마산업(주)은 농림수산식품부 클러스터 사업단으로 2008년 태동해 2009년 법인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현재 마유 비누와 말 태반 화장품, 말뼈를 이용한 건강식품을 생산하며 서울에 말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말 사업체다.

제주마산업에서 원재료로 쓰는 제주마는 조랑말과 호마 사이에서 태어난 토종말이다. 현재 제주마산업은 60여 두의 제주마를 관리하며, 다양한 부가사업을 하고 있다. 제주마산업과 같이 말에 특화된 부가사업 모델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말 산업은 주로 경마나 승마 중심이다. 이웃 일본에서 말 태반을 활용한 화장품이나 마유 비누 등이 나왔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제주마산업이 이 틈새시장에 진입한 것은 말 농가 소득에 기여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다.
사업 2기째를 맞는 제주마산업(주)은 올해를 사업 원년으로 잡았다.  제주마산업(주)은 다양한 말 관련 상품 중 특히 말고기 전문 식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업 2기째를 맞는 제주마산업(주)은 올해를 사업 원년으로 잡았다. 제주마산업(주)은 다양한 말 관련 상품 중 특히 말고기 전문 식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고’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에서 비롯된 브랜드 ‘제라한’

올 초 제주마산업 2기 사장에 선임된 양창우 대표는 법무사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승마공원에 인접한 제주마산업 본사에서 만난 양 대표는 올해를 사실상의 사업 원년이라고 했다. 법인 설립 후 2010년까지를 사업 준비기라고 본다면 올해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겁다.

“아직 매출은 미미합니다. 지난해까지는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준비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제주마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겁니다.”

제주마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제라한’이라는 동일 브랜드를 갖는다. 제라한은 제주도 방언으로 ‘제대로 됐다’, ‘최고다’라는 의미라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그만큼 ‘제라한’이라는 브랜드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유 비누다. 말기름을 활용해 만든 마유 비누는 2010년 7월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관공서나 특산품 코너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시장 반응이 의외로 좋다.

마유 비누는 특히 아토피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유의 지방산은 인간의 지방산과 95% 일치한다. 그만큼 흡수율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유 비누를 써본 아토피 환자들 중에 효과를 봤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1년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800만 명쯤 됩니다. 관광객들이 돌아갈 때 그냥 가기 섭섭하니까 너도나도 감귤 초콜릿 하나씩은 들고 가잖습니까. 마유 비누가 제주도 특산품으로 자리만 잡으면 감귤 초콜릿 못지않을 겁니다. 전체 관광객의 10%만 사가도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겁니다.”

잠실 1호점 이어 청담점 오픈 예정인 말고기 전문 식당

말고기 전문 식당도 기대가 크다. 지난해 말 잠실점을 오픈한 데 이어 올 상반기 2호점인 청담점을 열 계획이다. 말고기 전문 식당에서 판매하는 말은 모두 제주마산업 직영 목장에서 생산된다. 식용 말고기는 만 24개월에서 30개월 이내의 말을 도축한다. 이 시기가 돼야 말고기 특유의 풀냄새가 안 난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말고기는 일반 육류보다 색깔이 빨갛다. 꺼내놓은 지 1시간만 지나도 산화작용이 빨리 이루어지는데, 이는 철분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부, 특히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반대로 지방은 다른 육류에 비해 적습니다. 따라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말고기는 포화지방산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로부터도 안전합니다. 먹을 때는 쇠고기처럼 육회로도 먹고, 구이로도 좋습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말고기가 익숙한 편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식용으로 말고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말고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게 말고기 전문 식당 성패의 관건이다.

말고기 전문 식당은 맛, 서비스, 차별화된 인테리어 등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양 대표는 맛과 서비스는 기본이고, 특히 제주의 느낌을 살린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도심에 사는 이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 태반 화장품 ‘귀태’와 말뼈를 가공한 건강식품 ‘웰빙 마골’
제주마산업(주)이 말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 이밖에도 화장품, 비누 등의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제주마산업(주)이 말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 이밖에도 화장품, 비누 등의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제라한 귀태’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화장품도 있다. ‘제라한 귀태’는 말 태반을 이용한 화장품. 호주에서 말 태반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이 나온 적은 있지만, 말 태반을 기초로 한 화장품은 ‘제라한 귀태’가 처음이다.

‘제라한 귀태’는 말 태반에 피부와 연관된 아미노산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스킨과 로션, 에센스를 기본으로 영양크림, 아이크림까지 5종으로 출시된 ‘제라한 귀태’는 항산화와 항염증 성분이 있어 안티에이징과 피부 트러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양 대표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백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Interview] 말을 테마로 한 다양한 틈새상품
“말 태반 화장품의 한계는 다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말 태반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주산 조랑말들은 대부분 방목을 하는데, 새끼를 낳을 때는 숨어서 낳는 습성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태반 수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소 6시간 이내에 수거를 해야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현재 1년에 300두 정도의 태반을 수거하고 있는데, 수량 확보가 관건입니다.”

‘제라한 웰빙 마골’은 골다공증에 좋다고 소문난 말뼈를 가공한 건강식품이다. ‘제라한 웰빙 마골’에 쓰이는 말뼈는 주정을 통해 추출하는데, 추출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실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말뼈 추출물을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투약한 쥐뼈의 골밀도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양 대표는 ‘제라한 웰빙 마골’이 성장기 어린이와 골다공증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을 거라고 말한다.

“사업 초기여서 아직은 농식품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고기 전문 식당이 본궤도에 오르고 관련 상품이 관광 상품으로 인지도를 높이게 되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업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제주=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