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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은퇴 후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연금처럼 매월 꼬박꼬박 돈을 지급하는 ‘월지급식’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매월 돈을 빼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월지급식은 목돈을 투자한 뒤 매월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나눠 받는 방식을 말한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 펀드에 이어 대우증권의 월지급식 상품인 ‘골든에이지’는 출시 3개월 만에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상품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위험 성향에 따라 운용 방식을 잘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 가파른 증가세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4월 11일 기준)은 3246억 원으로, 불과 3개월여 만에 작년 말(1727억 원)보다 1518억 원(87.88%) 증가했다. 2007년 칸서스자산운용이 첫 상품을 출시한 이래 14개 펀드가 나왔다.
[MARKET ISSUE] 월지급식 투자상품으로 노후 생활비 걱정 뚝!
작년 12월 출시된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은 설정액이 1374억 원에 달한다. 현재 나온 월지급식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크다.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1’,‘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삼성스마트플랜실버K1’ 등도 최근 설정액이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은퇴 후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월지급식 펀드는 노후 대비용 성격이 강한 만큼 혼합형이 주를 이룬다. ‘삼성스마트플랜실버K1’과 ‘아이메자닌II증권1’,‘동양월지급식국공채공모주1’등이 채권혼합형이다. ‘삼성스마트플랜실버K1’은 채권에 펀드 자산의 95% 이하를 투자하며 주식 및 주식 관련 파생상품은 10% 이하만 편입한다.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1’,‘한국투자라이프플랜월지급식1’,‘동부머스트해브월분배식1’ 등은 주식 비중이 조금 더 높은 주식혼합형이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주식형도 있다.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한국투자압축포트폴리오분배형1(A)’ 등이다. 이 펀드들은 최근 1년간 올 증시 상승 덕분에 20%대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급락기에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월지급식 펀드는 2007년 칸서스자산운용이 처음 출시한 후 14개가 나왔고 설정액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월지급 방식은 매월 투자 원본의 일정 비율을 자동 환매해주는 부분환매 방식이 대부분이다.‘동부머스트해브월분배식1’과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분배식1’은 매월 0.5%를 지급하며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1’은 0.7%를 받게 된다.

투자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도 있다.‘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1’은 0.7% 이내에서,‘삼성스마트플랜실버K1’은 0.4~0.8% 사이에서 지정하면 된다. ‘삼성스마트플랜실버K1’은 연령에 따라 ‘즉시 지급’,‘거치 후 지급’,‘적립 후 지급’ 등 지급 개시 시점도 지정할 수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부분환매 방식은 펀드 수익률이 떨어질 때 투자 원본을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압축포트폴리오분배형1’은 10% 수익이 난 경우 이익금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채권 수익률 범위 내에서 지급액을 신축적으로 정하는 상품도 있다. 국외 채권에 투자하는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은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역외 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틴 글로벌 고수익 채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재간접 형태의 역내 펀드다. 원금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수익률이 낮더라도 손실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증권사들도 월지급식 상품 출시

국내 증권사들도 월지급식 상품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4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월지급식 소매채권을 특판 형식으로 판매했다. 만기가 각각 9개월, 1년 3개월인 대한전선 채권이 판매 대상이다. 지난 2월 발행된 이들 채권은 만기 때까지 매월 연 7~8%의 이자를 지급한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보유하고 있는 투자상품에서 매월 원하는 금액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 월지급식 서비스’를 지난 3월 새롭게 선보였다. 펀드는 물론 소매채권과 연금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대상으로 수익금을 인출해 사용하거나 적립식 상품에 재투자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미래에 발생할 수익금을 매월 미리 받을 수 있는 ‘다달이 보너스랩’을 판매 중이다. 가입 시 정해진 목표수익을 매달 나눠받은 뒤 만기 때는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5년간 받는 연 지급률은 1년차는 연 6.5%, 2년차는 연 7%, 3년차는 연 8%, 4년차는 연 9%, 5년차는 연 9.5%로 연평균 8%의 지급률을 계획하고 있다. 월지급금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대상 펀드를 1~5년 기간으로 배분해 운용한다. 또한 만기 전에라도 목표 투자금액에 도달하면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동양종금증권은 만기가 서로 다른 회사채 세 종류를 묶어 매월 이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한 ‘MY W 월이자지급식 채권플랜’과 적립식으로 국공채에 투자하는 ‘연금형 랩’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펀드에 투자된 목돈을 매월 자동 환매해 생활비를 지급하는 ‘월지급형 펀드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국공채 투자로 절세효과를 내고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POP 골든에그’를 판매 중이다. 출시 1년 만인 최근 2000억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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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급식 특허 주장 운용사도 등장

월지급식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자 ‘월지급식’ 운용방법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는 운용사도 등장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007년 1월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을 출시한 후 그 해 8월 ‘펀드 정액 분배금 지급방법(특허등록 10-0747516호)’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지만 업계가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철홍 칸서스자산운용 경영관리본부장은 “월지급식 펀드를 낸 다른 운용사들의 특허 침해 사실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상황”이라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칸서스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업계가 특허권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사용료를 지불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특허는 지적재산권으로 25년간 배타적 권리가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일반에게 사용을 허용하면서 받는 4%의 사용료를 업계에 요구할 방침이다.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수는 펀드 순자산의 평균 1.57%로, 0.063% 정도를 특허 사용료로 달라는 뜻이다.

펀드 약관상 운용 관련 특허는 펀드 비용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월지급식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특허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