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미국과 유럽 위주였던 외국인 자금이 중화권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차이나머니’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어 주목된다. 중화권 자금의 빠른 유입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수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던 외국인들이 돌아오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 물가 상승 우려로 긴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던 글로벌 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유럽의 신용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일본 대지진 등 갖은 악재로 한차례 조정을 받았던 국내 증시도 외국인 복귀에 힘입어 상승 엔진을 재가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위주였던 외국인 자금이 중화권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차이나머니’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선 차이나머니 유입 규모가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화권 자금의 빠른 유입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수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번 달엔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몰려있고, 6월에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MARKET ISSUE] 외국인 한국 증시로 ‘U턴’…차이나머니 늘어난다
외국인 ‘러브콜’ 지속

올 초 주춤했던 외국인들이 지난 3월 주가 급락을 계기로 다시 한국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 지난 3월 1조 원대를 회복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4월에는 8거래일 만에 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앞서 외국인은 올 1월 3435억 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2월엔 3조 4755억 원을 내다 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선진국 비중을 늘리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이머징마켓(신흥국)에 집중하면서 제1타깃인 한국 증시에 대한 ‘러브콜’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순유출로 돌아섰던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며 “미국의 2차 양적완화와 일본의 재해복구 자금 방출 등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글로벌 유동성은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이머징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매력이 여전히 높아 외국인 매수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지만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에 오히려 뒤진다. 그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뜻이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지표들도 상대적으로 낮다. 유가증권시장의 PER은 10배 남짓으로 앞서 2000 선을 돌파했던 2007년(13~14배)보다 아래에 있다. 주가가 올라도 경기 회복을 배경으로 기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어 당분간 저가 매력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2004년 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비중은 42%로 아시아 5개국 평균인 20.5%를 크게 웃돌았지만 지금은 30%대 초반으로 대만이나 인도, 태국 등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수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서방’이 온다

[MARKET ISSUE] 외국인 한국 증시로 ‘U턴’…차이나머니 늘어난다
국내 증시에서는 요즘 와타나베 부인(일본계 자금), 스미스 부인(미국계)에 이어 왕서방이 화두다. 차이나머니를 운용하는 주체를 뜻하는 속칭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 중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계 자금은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국내 주식을 모두 718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미국(4조6141억 원), 싱가포르(9116억 원)에 이어 셋째로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유럽계 자금은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중국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도 작년 말 3조 원에서 3월 말 3조8268억 원으로 24.7% 증가했다. 국가별 증가율로는 최고 수준이다. 보유 잔액은 미국계 자금이 154조 원에 육박해 비중이 가장 크지만 증가 속도는 중국이 가장 빠르다. 매입 규모가 매달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주식을 사는 중국계 투자자는 대부분 국부펀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투자공사(CIC)의 순매수 금액이 전체 순매수 금액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CIC는 올 들어 매달 2000억 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동, 유럽, 일본 등 해외 변수들이 잠잠해진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점유율을 넓혀가는 등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바이코리아’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차이나머니의 증시 유입규모가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순매수 규모가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데다 올 들어 유입규모가 매달 늘고 있어서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한국 투자비중이 높은 상투모건아태펀드의 과거 3년간 운용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 기관투자가들은 금융업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KT&G 등 필수소비재 관련주와 운수장비, 유통, 정보기술(IT) 등도 중화권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업종으로 꼽혔다.

유럽 국채 만기·美 양적완화

단기 변수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지만 단기적인 부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번 달엔 유럽의 국채 만기 등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많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5월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재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주요국들의 국채 만기가 올 들어 셋째로 많은 기간이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달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향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일단락 지을 경우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서 긴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3차 양적완화에 돌입할 경우 아직 경기 회복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여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재연장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추가 공급될 경우 투기자금 증가로 유가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한다면 기업실적 및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절반 이상이 ‘핫머니’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가파르게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조세회피 지역에 적을 둔 해외 투자은행(IB) 자금비중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차할 경우 차익을 실현하고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들 자금 대부분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이라며 “외환시장의 안정 여부가 외국인 자금 및 향후 장세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