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일이다. 2001년 9월 즈음이었는데, 오랜만에 군대 동기들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저녁을 먹고 당연히 술 한 잔을 더 하려고 호프집으로 갔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 살아갈 얘기를 하다가 우리는 TV에 시선을 멈추었다. 웬 비행기 두 대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박은 것이었다. 바로 ‘ 9·11테러’였다.

당시 펀드매니저였던 필자는 그 장면을 보고 눈앞이 깜깜했다. 펀드매니저의 눈에는 그 사건으로 인해 다음날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임이 선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전 종목이 거의 하한가를 기록했다.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됐고,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급히 펀드매니저 회의를 소집했고,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회의에 참석한 거의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지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만이 유일하게 지금이야말로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의 배경에는 패닉에 가까운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주식을 가장 싼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 깔려있었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거래 정지상태가 해소되자마자 필자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필자가 매집에 나선 당일 종합주가지수는 475포인트로 마감됐는데, 1년 뒤인 2002년 9월 12일 종합주가지수는 739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1년 만에 56%가 상승한 것이다.

역사가 순환하듯이 증시도 반복된다. 유사한 일이 2003년에도 있었다. 2003년은 중동에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는 이라크를 테러 배후국으로 지목하고 전쟁을 감행했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가는 폭등했고 주가는 여지없이 폭락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주가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유가는 폭락했다. 유가 상승으로 8510원까지 떨어졌던 대한항공의 주가는 1년 뒤 1만8350원까지 상승해 무려 115%의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런 투자자들에게 2001년과 2003년의 경험은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원리는 간단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이들이 주식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주식이 정상가치 이하로 하락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끔 주식이 정상가치 이하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위에서 9·11 테러와 걸프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예를 들어 항상 100원을 버는 항공사가 있다고 하자. 전쟁과 같은 갑작스런 이슈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회사의 수입이 50원으로 뚝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면 그 회사는 다시 100원을 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일은 사람들이 회사의 주가를 50원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때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하락하면 회사의 이익이 100원으로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면 투자자들은 주가가 싸다고 판단해 다시 사게 되고, 주가도 상승한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회적인 이슈에 놀라서 주식을 다 집어 던지고 그 돈으로 오히려 올라가는 종목들만 쫓아간다는 것이다. 정말 싼 주식은 비싸다고 팔고 정말 비싼 주식은 싸다고 사는 꼴이다.

우리나라에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좋을 때 주식을 사서 나쁠 때 파는 우를 범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주식투자의 기본은 간단하다. 나쁠 때 주식을 사서 좋을 때 팔면 된다. 요즘같이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투자의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CEO 칼럼] 돈 버는 투자와 돈 잃는 투자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