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2000년대 초부터 기존 시가지에 대한 대규모 재건축과 도시 재생사업,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및 택지개발사업, 교통망 확충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굵직한 개발사업과 호재들이 많았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에는 전국 시, 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았다. 2006~2008년까지 3년 동안 인천 아파트 가격은 평균 51.2%라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전국 평균 26.1%를 앞질렀고 서울과 경기도의 30% 상승률보다 높았다.

청라지구는 송도·영종지구와 함께 IFEZ 중 하나로 3개 지역 가운데 규모는 가장 적지만 국제 업무와 금융, 관광 및 레저산업을 갖춘 구역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위치상으로는 인천 서구 연희동·경서동·원창동 일대 17.7㎢의 부지에 조성되며 면적은 판교 신도시의 두 배에 달한다.
[청라지구] 인프라 미비로 당분간 고전 예상, 내년 이후나 회복 기대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현재 분양가 이하 시세 형성

청라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본격화된 것은 2007년 말. 인천의 부동산 시장이 한창 뜨겁게 달궈졌던 시기다. 청라지구는 경제자유구역 중에서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관심을 끌었고, 분양 초기에는 분양 가격이 3.3㎡당 1300만 원 수준이었으나 2008년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분양 가격이 3.3㎡당 1000만 원대로 떨어져서 투자수익성까지 갖춘 지역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1차 동시분양에서는 2382가구 공급에 총 2만8198명이 몰리면서 최고 경쟁률 297 대 1, 평균 경쟁률 11.8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라지구는 분양할 당시부터 우려할 만한 요인을 안고 있었다. 우선 인천 전체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았다. 재건축 입주와 송도 신도시, 청라지구, 검단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들의 입주가 단기간 내에 몰리면서 입주 시점에 공급 과잉이 우려됐다.

특히 청라지구는 실수요가 많지 않은 대형 아파트 위주로 분양됐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이 위축되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하나, 대규모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즉 주거 지역뿐만 아니라 상업 지역의 개발이 동반돼야 장기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이 생기지만 청라지구와 송도·영종지구 모두 아파트 분양 이외에 추가적인 국제 자본이나 기업 유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자칫 잘못하면 장밋빛 전망들로 분양은 성공하겠지만 개발 지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우려됐다. 마지막으로 신흥 개발 지역의 경우 입주 시점에 인프라의 확충이 얼마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지역의 흥망이 엇갈리게 된다.

중장기적인 지역개발을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입주대란과 상당기간의 거래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청라지구의 현주소는 어떨까. 2011년 3월 현재, 청라지구는 초기에 분양한 중흥 S-클래스 13블록과 16블록, 웰카운티, 청라 자이, 호반베르디움, 서해그랑블, 광명메이루즈 등 총 7개 단지가 입주를 했고, 올해 11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당초 우려한 바와 같이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물은 많지만 수요가 없다. 지금 입주한 아파트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의 아파트들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보다 1000만~5000만 원 정도 밑돌면서 3.3㎡당 900만~ 13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마이너스 수준으로 거래를 하려는 집주인은 많지 않아서 거래는 많지 않다. 분양가가 낮았던 아파트는 다소 사정이 낫지만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인천 부동산 시장이 꺾인 후에는 미분양 아파트까지 나왔다.
[청라지구] 인프라 미비로 당분간 고전 예상, 내년 이후나 회복 기대
교통 여건 미비, 개발 속도 지연으로 당분간 회복은 어려워

아파트 이외의 개발계획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당초 청라지구의 주요 사업은 국제업무타운, 국제금융단지, 시티타워, 로봇랜드, 인천 하이테크파크, 농업복합단지, 골프장, 주거단지 등이지만 현재까지 주거단지와 골프장만 마무리 단계에 있고, 나머지는 사업 초기 단계다.

국제금융단지는 작년에 국제 공모를 했지만 사업시행자를 정하지 못해서 올해 다시 사업후보자를 선정해야 하고, 시티타워도 사업비 조달 문제로 아직 사업자 선정을 못했다. 하이테크파크 조정사업도 토지 보상과 공사 설계가 늦어져서 착공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쓰레기매립지, 서부주물공단, 발전소 등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됐던 교통 여건 또한 갖춰지지 못했다. 우선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은 무산될 위기이고, 현재로서는 대중교통을 통해 서울로 출퇴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시설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부족하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교통 대책을 발표했다. 청라지구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두 개 노선의 배차 간격과 노선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 청라역을 내년에 조기 건설해서 개통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기반공사는 2012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당분간 청라지구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의 입주 물량이 꾸준하고 청라지구가 속해 있는 서구 역시 올해 8000여 호, 내년에도 1만여 호가 입주 대기 중이다. 대형 아파트의 선호도도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지역 내 자생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서울 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흡입력도 부족하다.

입주가 마무리되고, 각종 인프라가 갖춰지는 내년까지는 고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청라지구의 청사진이 얼마나 원만하게 추진되느냐에 따라서 지역의 경쟁력과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개발계획과 외자 유치가 본격화돼 지역개발이 활성화되는 것이 급선무다.

김혜현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