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SC증권 사장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이 놀랄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이미 일본을 젖히고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중국 실물경제의 이처럼 빠른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야가 자산운용시장이다. 중국에서 자산운용업은 금융산업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0년 이래 연평균 60% 이상 성장을 거듭했다.
전 세계 평균의 6배, 우리나라보다 4.5배 빠른 속도의 성장세다. 특히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2007년에는 성장률이 100%를 초과하기도 했다. 2001년 금융시장 개방 이래 펀드 설립도 본격화돼 2010년 말 현재 총 운용펀드 수는 693개, 운용 금액은 2조5000억 위안을 상회한다.
중국의 자산운용사는 2010년 말 현재 60개사에 이르며, 그중 합작 자산운용사가 33개로 절반이 넘는다. 금융산업 중 가장 개방 정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 자산운용업의 특징
중국의 자산운용업은 우리나라와 꽤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와 달리 자산운용업은 자산운용사만 전업으로 할 수 있고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기관은 자산운용업을 할 수 없다.
다만, 운용 대상인 펀드의 판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공히 할 수 있다. 현재 상업은행을 통한 펀드 판매가 2010년 기준 77%로 압도적이며, 운용사 직판이 14%, 증권사 판매가 9% 수준이다.
둘째, 채권형 펀드가 80% 이상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주식형 펀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고속 성장의 바람을 타고 중국 기업의 주가 상승이 워낙 강해 주식형 펀드에 돈이 몰렸던 데다가 채권형 펀드는 채권의 유동성 부족, 가격형성 체계의 미비 등 인프라 부족으로 아직은 관심이 적기 때문이었다.
셋째, 중국의 주식형 펀드는 과거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처럼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그 비중이 90%에 달한다. 중국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2003년부터 자산운용사를 통해 주식시장 투자를 시작했지만 주식투자 위험 등을 고려해 아직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기금규모가 본격적으로 늘고 주식시장도 선물, 옵션 등 위험 헤지 수단이 다양해지면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외에 중국의 펀드 상품은 추가형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설정 후 만기가 되면 해지하는 단위형이 대부분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지만 규제가 많은 중국에서 아무나 자산운용업을 할 수는 없다. 적격기관투자자로 지정돼야 한다. 적격기관투자자 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제도는 외화자금을 관리하려는 차원에서 중국 기관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인정하는 제도로 2006년 4월 도입됐다. 2010년 말 현재 자산운용사, 보험, 은행, 증권사 등 96개사가 자격을 인정받았다.
기관별 투자승인한도는 펀드운용사가 31개사 386억 달러로 가장 크고, 보험, 은행, 증권의 순이다. 최근 외환보유고 급증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해외 투자가 가능한 중국의 적격기관투자자 승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기관의 우리나라 주식·채권투자 증가와 관련해 향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중국 기관은 주로 기금을 운용하는 개방형 펀드로 2010년 말 현재 25개, 이 중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는 8개, 투자규모는 25억 위안으로 작지만 향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 기준을 정한 것이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제도다. 2002년 12월 중국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 기관투자자 기준을 정하면서 도입됐는데, 2010년 말 현재 중국 증감회(CSRC)로부터 103개사가 자격을 인정받았으며, 그중 94개사가 약 190억 달러의 투자한도를 승인받았다.
자본시장 개방의 가속화 계획에 따라 적격 기관투자자 지정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증권·운용사들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QFII의 기준은 금융기관별로 운용자산규모, 사업경력 등 요건이 다르다.
증권사는 사업경력, 납입자본금 측면에서 여전히 까다롭지만,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은 최근 요건을 완화했고, 최근 중국의 CSRC가 펀드매니저 고유계정을 통한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자산운용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금융사의 중국 진출 현황
현재 중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관투자자 상황을 간단히 짚어 보자. 우선 우리나라는 QFII 진출이 늦은 편이다. 2008년이 돼서야 자격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10개사가 QFII이다. 그러나 지난 2년여간 중국 주식시장의 조정에도 불구, 이들 10개사가 설정한 중국 주식형 펀드금액은 증가세이며, 현재 8개 펀드의 설정 순자산액은 1조7600억 원 수준이다.
한편 올해 들어 중국 주식시장이 나름 방향성을 나타내면서 상승세를 보이자, 국내에서도 차이나 펀드에 대한 관심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작년 4분기 이전만 해도 중국 본토 주가는 조정상태였던 만큼, 국내 운용사들의 차이나 펀드 성적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실제로 작년 1년 차이나 펀드 수익률은 펀드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3~8%로 낮아 국내 펀드의 20~30%에 비해 훨씬 못 미쳤다. 그러나 작년 4분기부터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한 중국 주가는 최근 중국 정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소비 확대라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내 상하이지수가 15% 이상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차이나 펀드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최근 6개월 10% 이상 올린 펀드가 많고 국내 주가가 하락한 연초 이후로도 5~6%에 달한다.
과거 경험으로 봐도 중국 정부정책의 큰 줄기가 수립되면 상당기간 방향이 바뀌지 않아왔다. 따라서 이번 정책으로 내수관련주 중심의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중국의 자산운용시장은 주가 상승과 함께 또 한 차례 활황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운용사, 증권사들도 이러한 추세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앞서 언급한 중국 정부의 운용규제 추가완화 움직임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중국 운용시장 진출과 시장 변화에 맞는 펀드 운용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유신 SC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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