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r Issues at Stockholders' Meeting

3월은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시기다. 유가증권시장 661개, 코스닥시장 998개 등의 12월 결산사들이 올해도 대부분 3월에 주총을 열었다. 올해 주총의 트렌드는 크게 사업영역 확장, 소액주주 우대, 주주제안 활성화 등으로 나뉜다.
[Investment Cover] 올해 주총 최대 화두는 '신성장 동력'…너도 나도 사업영역 확장
‘녹색성장’이 사업 확장의 키워드

기업들은 정관 변경을 통해 앞 다퉈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06개사가 사업영역을 추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탄소배출권 거래부터 부동산 개발까지 다양한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대세는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등 이른바 녹색사업이다. 전체의 32.1%에 달하는 34개사가 정관상 사업 목적에 녹색사업을 포함시켰다. 녹색사업이란 신·재생에너지, 대기·환경오염 방지 등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사업을 포괄한다.

세부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20개사로 가장 많았고 환경보호 및 보전 12개사, 첨단 수자원 7개사, 탄소저감 구축·그린 정보기술(IT) 각 6개사, 친환경 안전농식품 5개사 등이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녹색사업을 도입한 기업은 287개사로 전체 653개사(금융사·외국사 등 제외)의 44%에 달했다. 상장협 관계자는 “이번 주총 시즌을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약 50%가 사업 목적에 녹색사업을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도 ‘영토 전쟁’

현대차는 친환경차의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현대차 계열 물류업체 글로비스도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업에 참여한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인 SK가스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저장하는 장치를 만드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건강과 의료사업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KT는 헬스인포매틱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클라우드컴퓨팅을 이용한 유전체 정보분석 서비스를 할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DNA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저장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 사이언스 부문을 키워온 SK㈜는 이 사업부를 분할해 SK바이오팜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을 현대중공업은 의료용 로봇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넣었다.

현재 사업을 강화하거나 시너지를 내기 위한 관련 사업 진출도 많았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종합상사인 SK네트웍스는 물류 부문 강화를 위해 운송사업을 확대한다. 화물자동차 운송·주선·가맹 사업과 택배업까지 추진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공연기획, 공연시설 운영, 전시 및 행사 대행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삼았다. 신세계는 스포츠레저시설 운영업 및 골프장업, 전자금융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도금강판 등 철강재 가공사업을 벌여온 포스코강판은 금속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비철금속 생산 및 판매에도 나서기로 했다. 도시가스 업체인 삼천리는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 목적에 끼워 넣었다.

건설업체들도 잇달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GS건설은 하·폐수 처리이용 사업에, 대림산업은 전자상거래 및 기타 통신판매업 등에 뛰어들 계획이다. 코오롱건설은 에너지 진단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며 한신공영은 신·재생에너지와 발전시설 관련 사업을 정관에 넣었다. 한라건설과 한진중공업도 각각 소프트웨어와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Investment Cover] 올해 주총 최대 화두는 '신성장 동력'…너도 나도 사업영역 확장
차등배당으로 소액주주 보호

올해는 최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덜 받는 ‘차등배당’도 늘어났다. 기업들이 소액주주 우대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실적을 결산하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차등배당 안건을 제시한 12월 결산법인은 3월 15일 현재 총 37곳에 이른다. 차등배당 건수는 2009년(2008년 실적 결산) 26곳에서 작년 33곳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방위산업체 빅텍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에겐 주당 40원을 지급하지만 최대주주는 배당을 받지 않는다. 작년엔 소액주주 80원, 최대주주 60원으로 차이를 뒀었다. 하지만 작년 전자태그(RFID)사업 투자 확대로 순이익이 2009년보다 47.3% 줄어든 26억 원으로 나오자 최대주주 박승운 회장 등이 배당을 아예 포기했다.

차량용 고무부품업체 동아화성도 5년 연속 차등배당에 나섰다. 동아화성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드리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동방, 아이에스동서, 우리산업, 한국화장품제조 등도 차등배당 정책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새얼굴’들도 다수 등장했다. 최대주주인 박문덕 회장이 배당을 포기한 하이트홀딩스가 대표적이다. 하이트홀딩스는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15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684만 주를 보유한 박 회장은 10억 원이 넘을 수도 있었던 배당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부진으로 365억 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하이트홀딩스 관계자는 “손실이 났지만 소액주주들 권익 보호 차원에서 배당은 하기로 했다”며 “박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당연히 배당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원시스, 대정화금, 이연제약, 케이티스, 케이티씨에스, 코라오홀딩스 등 작년에 상장한 새내기주들도 잇따라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이 새내기주들의 경영진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2009년 상장한 아주캐피탈도 2년째 차등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2대주주인 신한은행도 차등배당에 동참했다.

주주제안 성공사례도 나와
[Investment Cover] 올해 주총 최대 화두는 '신성장 동력'…너도 나도 사업영역 확장
75개 상장사들이 정기주총을 열었던 3월 11일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이 통과된 것이다. 경북지역의 사료업체 케이씨피드의 주총에서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액면분할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전 11시 경북 영천시 외곽의 케이씨피드 본사. 주총을 앞두고 회사 관계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주식분할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한 관계자는 “작년 7월 유상감자 주주제안으로 임시주총을 열었을 때도 전국 각지에서 주주들이 모여 많은 의견을 제시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번 주총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최대주주 정관식 회장 등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기업설명(IR) 활동이 부족해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지적에 동감한다”며 “앞으로는 IR 전담 조직을 두고 주가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케이씨피드의 주식 수는 111만 주에서 1110만 주로 늘어나며 액면가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진다.

경기도 고양에서 온 한 소액주주는 “작년 헬릭스에셋의 감자 주주제안으로 주가가 출렁일 때 회사 측의 대응이 부족했다”며 “앞으로도 회사가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헬릭스에셋은 지난해 케이씨피드 지분을 8.09%까지 늘리며 주당 5만 원의 유상감자를 제안한 후 임시주총 직전 주식을 전량 처분했고, 이 과정에서 10억 원가량의 차액을 챙겼었다. 이번에 주주제안에 나선 소액주주들은 헬릭스에셋 측에 동참했다가 헬릭스에셋이 빠진 이후에도 모임을 유지한 주주들이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상법(제363조의 2)상 제도를 보면, 상장법인의 경우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나, 비상장법인의 경우 3% 이상 보유한 주주는 이사 선임, 액면 분할 등의 안건을 주총에서 논의하도록 회사 측에 제안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안건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총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주주제안자는 주총에서 제안한 안건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소액주주’의 권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제안은 최대주주 측과의 표 대결에서 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올해 주총에선 케이씨피드를 포함해 동원수산, 신도리코, 푸드웰, 아남전자, 국보디자인, 태광산업, 대한화섬, 인선이엔티, 에이치앤티, 큐앤에스 등에서 주주제안이 등장했지만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hkang@hankyung.com
일러스트·이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