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ouch of Spring
연기자 데뷔 16년. ‘사(士)’자가 붙는 화이트컬러 전문직 역할을 많이 한 덕에 사람들은 연기자 정찬을 ‘블루’ 컬러에 비유할 때가 많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그의 속내로 들어가 보면 사뭇 다른 컬러들이 도출된다. 옐로, 레드, 오렌지 등 열정을 대변하는 색채들 말이다. 우리보다 살짝 앞서 봄의 색채에 빠진 그는 생각보다 다양한 색채를 품고 있었다.![[Interview] 연기자 정찬, 봄의 색채에 빠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41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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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인생에는 사계(四季)가 있게 마련이다.”
사춘기 때 한 번, 군대 가기 전 한 번 세상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두려울 때, 잠시 ‘꽃샘추위’ 같은 인생의 겨울을 겪었다. 추운 것이 몸서리치도록 싫은 나는 사실, 여름을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사람들은 나를 블루나 퍼플 등 다소 냉철한 듯한 컬러에 투영하지만, 사실 내 속에는 옐로와 레드, 오렌지 등 제 스스로 가만히 잊질 못하고 튀어 오르고야마는, 그런 색채들이 꽁꽁 숨어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간간히 헛된 꿈을 꾼다. 이 세상이 그저 ‘여름’이라는 계절 하나만으로 영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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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기자 정찬, 봄의 색채에 빠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416.1.jpg)
“서른 초반부터인가 출연한 작품의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찍으면서 육감적으로 느끼는 것도 있지만 제3자의 ‘불편한’ 평가가 정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찬’이라는 연기자의 평생소원은 의외로 심플하다. 필모그래피에 딱 하나, 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기억할 작품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나에게 연기란 ‘완성’시키고 싶은 작업,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식탐의 영역이다.
고3 어느 날, 오랫동안 수입허가가 나지 않던 영화 두 편이 국내에 동시에 개봉됐다. <지옥의 묵시록>과 <양철북>이란 영화를 웬 욕심을 그렇게 부렸는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봤다. 그 후 일주일여 간 신종플루 같은 가슴앓이를 했다.
그 강력하고도 센세이셔널한 바이러스. 정확히 내가 퍼트리고 싶은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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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기자 정찬, 봄의 색채에 빠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418.1.jpg)
“솔직히 말해 난 팔색조형 연기자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는 인간 속에 있다.”
팔방미인형 연기자보다는 단색의, 좁고 깊은 연기자에 가깝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생활신조이자 자위(自慰)하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한 우물을 파고 있다는 소신은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는 평정심을 선사한다. 적어도 ‘프로’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받는 만큼 제대로 쏟아내야 한다는 직업의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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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기자 정찬, 봄의 색채에 빠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6420.1.jpg)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원 없이 책을 쓸어 살 때다.”
나는 지독한 활자 중독자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일 가운데 ‘쇼핑’이라는 행위를 나는 주로 서점에서 한다. 몇십 권의 책을 한번에 구입하며 할 일이 많아진 것에 한없이 즐거워한다.
5년 전부터는 ‘책의 바다’에 빠지는 것만큼 모터사이클 타는 재미에 빠졌다.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오감(五感)이 모두 동원돼야 하는 이 운동은, ‘두 바퀴 탈 것’을 컨트롤하는 무한 쾌감을 선사한다. 바퀴 두 개에 오감을 실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이 계절에, 어찌 즐겁지 않을 것인가.
Editor 장헌주 Photographer 김유철(Fiesta Studio) Stylist 박효진·양정원 Hair & Makeup 손은희
Cooperation | ALFRED DUNHILL(02-542-0385) BAUME & MERCIER(02-3438-6195) BRIONI(02-516-9686) ERMENEGILDO ZEGNA(02-2016-5325) GALAXY(02-2076-6411) IWC(00798-8521-6501) PAL ZILERI(02-3447-7701) POLO RALPH LAUREN(02-3670-8221) ROGER DUBUIS(02-3438-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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