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ouch of Spring
연기자 데뷔 16년. ‘사(士)’자가 붙는 화이트컬러 전문직 역할을 많이 한 덕에 사람들은 연기자 정찬을 ‘블루’ 컬러에 비유할 때가 많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그의 속내로 들어가 보면 사뭇 다른 컬러들이 도출된다. 옐로, 레드, 오렌지 등 열정을 대변하는 색채들 말이다. 우리보다 살짝 앞서 봄의 색채에 빠진 그는 생각보다 다양한 색채를 품고 있었다.
“사는 것이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인생에는 사계(四季)가 있게 마련이다.”
사춘기 때 한 번, 군대 가기 전 한 번 세상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두려울 때, 잠시 ‘꽃샘추위’ 같은 인생의 겨울을 겪었다. 추운 것이 몸서리치도록 싫은 나는 사실, 여름을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사람들은 나를 블루나 퍼플 등 다소 냉철한 듯한 컬러에 투영하지만, 사실 내 속에는 옐로와 레드, 오렌지 등 제 스스로 가만히 잊질 못하고 튀어 오르고야마는, 그런 색채들이 꽁꽁 숨어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간간히 헛된 꿈을 꾼다. 이 세상이 그저 ‘여름’이라는 계절 하나만으로 영속되기를.
“서른 초반부터인가 출연한 작품의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찍으면서 육감적으로 느끼는 것도 있지만 제3자의 ‘불편한’ 평가가 정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찬’이라는 연기자의 평생소원은 의외로 심플하다. 필모그래피에 딱 하나, 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기억할 작품 하나만 남기는 것이다. 나에게 연기란 ‘완성’시키고 싶은 작업,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식탐의 영역이다.
고3 어느 날, 오랫동안 수입허가가 나지 않던 영화 두 편이 국내에 동시에 개봉됐다. <지옥의 묵시록>과 <양철북>이란 영화를 웬 욕심을 그렇게 부렸는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봤다. 그 후 일주일여 간 신종플루 같은 가슴앓이를 했다.
그 강력하고도 센세이셔널한 바이러스. 정확히 내가 퍼트리고 싶은 것, 그것이다.
“솔직히 말해 난 팔색조형 연기자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는 인간 속에 있다.”
팔방미인형 연기자보다는 단색의, 좁고 깊은 연기자에 가깝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생활신조이자 자위(自慰)하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한 우물을 파고 있다는 소신은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는 평정심을 선사한다. 적어도 ‘프로’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받는 만큼 제대로 쏟아내야 한다는 직업의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원 없이 책을 쓸어 살 때다.”
나는 지독한 활자 중독자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일 가운데 ‘쇼핑’이라는 행위를 나는 주로 서점에서 한다. 몇십 권의 책을 한번에 구입하며 할 일이 많아진 것에 한없이 즐거워한다.
5년 전부터는 ‘책의 바다’에 빠지는 것만큼 모터사이클 타는 재미에 빠졌다.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오감(五感)이 모두 동원돼야 하는 이 운동은, ‘두 바퀴 탈 것’을 컨트롤하는 무한 쾌감을 선사한다. 바퀴 두 개에 오감을 실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이 계절에, 어찌 즐겁지 않을 것인가.
Editor 장헌주 Photographer 김유철(Fiesta Studio) Stylist 박효진·양정원 Hair & Makeup 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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