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규모가 급속하게 성장함에 따라 소위 백만장자라고 일컬어지던 부자 계층을 과거 어느 때보다 쉽게 주위에서 만날 수 있다. 재벌이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집이라도 한 채 남겨 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택을 증여할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의외로 많다.

현재 세법에서 부동산 증여 시 세금 기준은 시가다. 증여시점에서 증여한 부동산 주변에 유사한 부동산이 거래된 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정부고시 가격인 기준가격을 적용해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아파트 증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단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부동산과 달리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 쉽고 단지 내 실제 매매 사례가 많아 증여세에 대한 분쟁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세 부담이 적어 전세금을 끼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녀들이 직접 입주를 하는 시점에 전세금의 자금 출처에 대해 과세당국이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환하는 전세금의 출처를 따로 고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고객이 증여 신고를 한 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기존에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가치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시세 대비 증여는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증여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취·등록세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뿐만 아니라 4% 상당의 취·등록세도 납부해야 한다.

증여가 아닌 매매를 활용하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011년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85㎡ 이하, 9억 원 이하 주택은 2.2%, 9억 원 이상은 2.7%의 취·등록세만 부담하면 된다. 자녀가 무주택자라면 더 많은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무주택자인 자녀에게 9억 원 이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취·등록세에서 대략 2%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세법에서 정한 저가양도를 활용해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 특수 관계자 사이에서의 저가양도는 세법에서 시가보다 30% 정도의 낮은 가격이거나 30% 낮은 가액이 3억 원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저가양도를 인정해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예들 들어보자. 시가 9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하는 경우 자녀가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취·등록세를 4% 납부해야 하고 증여시점 대비 3개월 전후 기간 동안 증여한 가액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매매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증여가액이 변동돼 증여세가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약 1억9000만 원의 증여세와 취·등록세 3600만 원 등 총 2억25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모가 세금까지 부담할 경우 7100만 원 상당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9억 원짜리 아파트와 현금 2억2500만 원을 동시에 증여해야 하므로 세율이 30%에서 4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하고 그 현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하게 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저가양도의 기준치를 넘어서는 7억3000만 원 이상으로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현금 증여세 1억4300만 원과 아파트 취·등록에 따른 세금 1600만 원 등 총 1억5900만 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만약 세금까지 부모가 증여할 경우 총 증여액은 8억8900만 원으로 30%의 세율이 적용돼 약 1억8600만 원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파트 증여가 아닌 저가양도를 활용할 경우 취·등록세까지 감안해 약 1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최근 전세 값 상승을 보며 주택 증여를 고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 경우 주택을 증여하는 전략 또한 자산의 세대이전 과정임을 명심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ALTY COLUMN] 아파트를 증여하는 현명한 방법
박인섭

교보생명 광화문재무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