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증권사들이 2011년 주식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해외 변수에 따라 단기조정은 있겠지만, 실적과 수급의 힘이 주가를 이끌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2009년과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 기대가 가득하다. 해외 변수에 따라 단기간 출렁임은 있겠지만 실적과 수급의 힘으로 코스피지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2009년은 유동성, 2010년은 실적, 올해는 재평가의 장세가 될 것’(삼성증권), ‘기업의 실적이 빨리 개선된다면 올해 코스피지수는 2630까지도 가능하다’(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400에서 최대 2600 선까지 갈 수 있다는 강세론자들도 적지 않다. 한국 증시의 가치(밸류에이션)가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질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유동성에 기반한 외국인 매수세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반면 이익 증가세 둔화와 원화 절상 등 변수에 따라 지수가 일시적으로 1900 선 아래로 조정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내년 증시 고점이 될 시기에 대해선 상반기와 하반기로 의견이 갈린다.
[Outlook on 2011 Asset Market] 한국 증시 레벨업 된다
지수 고점 깬다… 코스피 저평가 벗을 것

주요 증권사들의 2011년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는 1650에서 2600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지수 상단에 대해서는 대부분 2200 이상을 제시해 2010년 말 랠리가 더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1800~2600 선을 제시하며 가장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지수 목표치를 2450으로 설정했고 우리투자증권은 2420까지 갈 것으로 봤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토러스투자증권은 2011년 지수 상단을 2400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맥쿼리증권과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수 목표치를 2300으로 잡아놓고 있다. 거의 모든 증권사가 역대 코스피지수 최고치(2007년 11월 1일)인 2063 선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코스피 상단 2400 선은 한국 증시가 강세장을 보였을 때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11.5배까지 재평가될 것이란 가정을 토대로 산정했다”며 “지난 연말 강세장에서도 PER은 10배 미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적정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밸류에이션이 아직 낮아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들의 자산 성장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더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며 “2011년 증시는 기업가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2004~2005년과 유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화학, 미국의 IT 수요가 여전히 공급보다 많아 기업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중국 등 해외 변수는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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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가 2011년에도 이어질지도 큰 변수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는 2011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근거로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 유동성 증대, 미국 경기의 연착륙, 아시아 경기 모멘텀의 개선 등을 꼽았다.

다만 2010년 증시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던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발 리스크는 외국인의 투자심리와 직결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기업 실적이 2010년 3분기 꼭지를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 것도 부담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목표 지수를 2630 선으로 보고는 있지만 이익 추정치가 예상보다 더 떨어지면 상단이 2400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며 “다만 이익의 절대수준은 과거보다 월등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KB투자,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들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2011년 상반기에는 환율 갈등과 출구전략 등 글로벌 리스크로 변동성이 큰 조정 장세가 예상된다”며 “하반기엔 리스크에 대한 수습 방향성이 시장에서 공감대를 얻으면서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토러스, 이트레이드 등은 1분기 또는 2분기에 2011년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디스플레이·운수·유통 업종 호황 지속

증권사들은 2011년 업종별로는 전반적인 확장세 속에 자동차, 정보기술(IT), 운수, 유통, 화학 등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2010년 비약적 실적개선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자동차주는 2011년에도 활약이 예상된다. 환율에 대한 내성이 강화됐고 제품의 품질 개선과 신차 효과에 힘입어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IT 업종에선 디스플레이 부문이 패널 업체의 가동률 조절로 공급 및 재고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고 패널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와 유럽 지역의 액정표시장치(LCD) TV 교체주기가 다가오면서 선진 시장의 LCD TV 판매 전망도 긍정적이다.

모바일 제품 수요 강세로 2차전지 업체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전기전자 및 휴대전화 부문은 교체 및 신규 수요 증가로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패드 시장 확대 등으로 세트 및 전자부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업체의 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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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업종도 기대가 되는 분야다. 대신증권은 2011년 내국인 출국 수요는 2010년보다 15% 증가하고, 달러 약세로 중국, 일본의 입국자 수 증가세가 지속돼 항공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초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하면서 국내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 유통주와 종합상사주도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이밖에 2010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조선, 건설, 제약 등은 연초 바닥을 통과해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하고 있다.
[Outlook on 2011 Asset Market] 한국 증시 레벨업 된다
2011년 증권사들이 주목해야 할 주식으로 꼽는 ‘1순위’는 삼성전자다. 대우, 삼성, 우리투자 등 6개 증권사가 모두 삼성전자를 2011년 톱픽(최선호주)으로 내세웠다. D램 가격 회복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새롭게 등장한 IT 제품들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점이 삼성전자를 좋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생산 공정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서 더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하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해외 업체들은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하지 못해 점차 경쟁력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롯데쇼핑 등도 다수의 증권사들이 2011년 유망주로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신조선가 상승에 해양 설비와 특수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성장성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평가다.

현대제철은 제2고로의 본격 가동이 매출 증대 요인으로 꼽혔고, 롯데쇼핑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이 투자 포인트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삼형제’와 SK에너지,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화학주들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 말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금융주 중에선 KB금융이 주요 증권사의 톱픽에 올랐다.

이밖에 중형 옐로칩으로는 제일모직, OCI, 세아베스틸, 고려아연, 엔씨소프트, NHN 등이 실적개선과 함께 주가 강세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