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Ocean Road

[The Explorer] 캠핑카로 즐기는 대자연, 그레이트 오션 로드
진정한 호주인들을 만나고 싶을 땐

호주는 어느새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나라가 됐다. 여행이건, 워킹홀리데이건, 어학연수건 간에 한번쯤 호주를 다녀온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호주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선뜻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가 많지 않음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오페라하우스, 양떼, 캥거루, 광활한 대지 그리고 음….”

하나의 섬으로 된 나라이자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이라고도 볼 수 있는 호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만큼 베일에 가려진 나라가 바로 호주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너무 제한적이다.

비행기로 마치 점을 찍듯이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다시 멜버른이나 퍼스로 여행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젊은 배낭 여행객 중에는 버스로 돌아다니거나 시드니에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해 일주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호주를 여행하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호주의 참모습을 알고 호주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 방법이 있다. 바로 캠핑카 여행이다.

해안길 500km를 달린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호주에서 캠핑카로 여행할 만한 곳은 여럿 있다. 기다란 해안선을 따라 점점이 늘어선 섬과 작은 소도시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케언스에서 브리즈번까지, 아니면 호주의 대표 도시라 할 수 있는 시드니에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멜버른까지, 혹은 진정한 아웃백을 찾아 볼 수 있는 애들레이드에서 다윈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그중에서도 진정한 호주의 자연을 만나고 캠핑의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당연히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로 연결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The Explorer] 캠핑카로 즐기는 대자연, 그레이트 오션 로드
멜버른에서 75km 떨어진 절롱(Geelong)에서 시작해 애들레이드 방향인 넬슨(Nelson)까지 437km 구간을 일컫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사실 단순한 해안도로에 불과하다. 때로는 산길로 두세 시간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꼬불거리는 도로에 멀미가 나기도 하지만 여행 내내 풍광 한쪽으로 펼쳐지는 바다의 드넓음을 감상할 수 있기에 그 묘미는 대단하다.

특히 이곳이 캠핑 코스로 좋은 이유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설악산 같은 험준한 산은 아니지만 캠핑장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인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하루를 즐기는 캠핑은 다른 지역에서의 캠핑에 비할 바가 아니다.
[The Explorer] 캠핑카로 즐기는 대자연, 그레이트 오션 로드
길은 비교적 간단하다. 멜버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 절롱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표지판을 발견했다면 이젠 걱정 없다. 앞으로 500여 km는 그저 그 표지판만 따라가면 된다.
[The Explorer] 캠핑카로 즐기는 대자연,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리고 길을 따라 나서면 바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남극을 마주하고 있는 바다의 광활함이 사람을 압도한다. 그 압도적 풍광에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 눈앞에 놓인 바다의 수평선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하다.

그런 풍광도 시작에 불과하다. 처음엔 너무도 황홀한 광경에 차를 멈추게 되지만 간사한 사람의 눈은 금방 풍광에 적응한다.

이제 펼쳐진 바다가 식상할 즈음, 드디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2사도(The Twelve Apostles)’가 눈앞에 나타난다.

2500만 년을 지나온 육지의 일부가 바다와 끊임없는 투쟁 끝에 조금씩 떨어져 나가면서 수십 m의 수직 절벽 섬으로 바뀐 모습이 마치 예수의 12제자 모습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풍화작용이 빚어낸 자연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저 말을 잃게 만든다. 특히 이 12사도라는 장엄한 느낌의 이름을 이해하려면 태양이 지는 시간, 고요하게 물들어 가는 절벽 섬들을 사열해 봐야 된다.

마치 인간의 죄를 대신하듯 시간의 영겁 속에서 파도의 도전에 묵묵히 맞선 그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지금 남아 있는 바위는 7개로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하면 12사도 상의 장엄한 모습은 불과 수백 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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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찾는 관광객들 중에는 유달리 가족 관광객이 많다.
2, 3, 4.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풍광들. 각 바위에는 12사도 상(2번)과 런던 브리지(4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해안은 대자연이 연출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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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충분히 경험했다면 이젠 숲을 보러 가자. 오트웨이 국립공원(Otway national park).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붙어 있는 이 공원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천연림으로 유명하다. 최근까진 사람의 출입이 통제됐지만 지금은 수년간의 공사 끝에 숲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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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m 높이까지 쭉쭉 솟아 오른 나무들 사이로 철제 다리를 길게 이어 놓아 마치 하늘 정원을 걷듯 걸을 수 있다. 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자면 마치 수만 년 전 원시림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요한 숲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와 나무가 두런두런 나누는 소리 말고는 들리는 것이 없다. 바깥세상의 모든 근심이 이곳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모습일 뿐이다. 수천 년을 이렇게 지내왔고 앞으로 수천 년도 그렇게 지낼 것이 분명하다. 지금 자연의 정복자인 양 걷는 인간의 모습은 그저 하찮은 존재와 다름없다.

캠핑카 여행의 A to Z

캠핑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트레일러 형식으로 일반 차량 뒤에 연결해 다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차량과 캠핑 시설이 일체형(motorhome)인 것, 밴(van) 형식의 차량을 간단하게 개조해 만든 것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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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형식은 저렴한 대신 운전이 다소 까다롭고 밴 형식은 간단하고 쉬운 대신 차량 내에 주방이나 화장실 시설들이 없는 게 단점이다. 이에 비해 일체형은 운전도 쉽고 차량 내에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특히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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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은 사람 수에 따라 두 명에서 여섯 명까지 지낼 수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캠핑카를 빌릴 때는 다른 도시나 다른 주로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전국적으로 체인망을 가진 렌터카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여행 중 사고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고 반납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럼 캠핑카의 시설은 어떨까. 차량 내부의 소파는 침대로 전환할 수 있고 냉장고, TV, 에어컨, 전자레인지, 식기 세트 등이 갖춰져 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인원수에 맞는 침구 세트, 야외 식탁과 의자 세트 등도 구할 수 있다.

물론 가스레인지와 샤워 시설 등도 있다. 사용법도 매우 간단하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정해진 장소에 주차한 후 차량에 연결된 전선 코드를 꺼내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 시설에 연결하고 하숫물은 캠핑장마다 마련된 덤 포인트(dump point)에 호스를 연결하면 그만이다.

호주인들이 캠핑에 열광한다는 사실은 지도책을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온갖 시설이 갖춰진 사설 캠핑장에서 무료로 전기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캠핑장까지 지도책에 점점이 연결돼 있다고 할 정도로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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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풍광이 좋고 캠핑하기 좋다고 소문난 지역은 캠핑 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은 물론 장기 캠퍼(camper)들을 위한 빨래방 시설부터 샤워 시설, 전자오락 시설,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까지 열리곤 한다.

이런 시설에 캠핑카를 주차시켜 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각종 레포츠(사이클링, 서핑, 부시 워킹 등)를 즐기고 저녁에는 다른 캠퍼들과 파티를 즐기는 것이 바로 호주인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인 셈이다.

이런 캠핑 지역을 이동하면서 만나는 호주인들은 얼굴에 여유와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자연을 사랑하고 거의 광적으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방법이 바로 캠핑카 여행인 셈이다.

캐러밴이 줄지어선 캠핑장과 캐러밴의 내부 모습. 호주인들은 캠핑장에 캐러밴을 주차하고 사이클링, 서핀, 부시 워킹 등의 레포츠를 즐긴다.
캐러밴이 줄지어선 캠핑장과 캐러밴의 내부 모습. 호주인들은 캠핑장에 캐러밴을 주차하고 사이클링, 서핀, 부시 워킹 등의 레포츠를 즐긴다.
[The Explorer] 캠핑카로 즐기는 대자연, 그레이트 오션 로드

글·사진 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