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전통과 문화가 만나 새로운 명소가 되다
화요일, 오후 삼청동 입구는 평일임에도 젊은 여성들과 일본,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싣고 온 버스로 붐볐다. 크고 작은 식당과 액세서리점, 갤러리와 골동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선 메인 거리를 걸어 올라가자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중년층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삼청동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울의 여느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조금은 다르다. 많은 거리가 인구가 흐르는 곳이라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머무르기 위해 걷는다.

전통을 간직한 건물 앞에서 잠시 서서 감상할 줄도 알고, 골동품 가게나 갤러리 앞에서는 맑은 눈으로 미술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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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삼청동은 특별한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었다. 적어도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산 맑고(山淸), 물 맑고(水淸), 사람 또한 맑아(人淸) 삼청(三淸)이라 했다는 유래처럼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신만의 아우라를 간직한 곳이 삼청동이었다.

도교의 삼청전에서 유래한 이름, 삼청동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전통과 문화가 만나 새로운 명소가 되다
원래 삼청동이라는 이름은 도교의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 등 3위(位)를 모신 삼청전(三淸殿)이 있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북악산 자락에 터를 잡은 삼청동은 도심과 거리가 있는 데다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이전부터 집값이 싼 곳이었다.

이곳에 언제부턴가 예술가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갤러리가 운집한 인사동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집값도 싸,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더없이 좋은 보금자리가 됐다. 더구나 경복궁과 북촌이 가까워 문화적 코드도 이들과 맞았다.

초기 상권은 이들을 상대로 한 값싼 식당들이 주를 이루었다. 지금은 삼청동 명물이 된 ‘삼청동 수제비집’도 그즈음 이곳에 들어왔다.

이후 삼청동 수제비집은 배고픈 예술가들의 빈 속을 채워주는 명소가 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삼청동 주민은 예술가와 인근에 직장을 둔 공무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곳의 문화촌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1990년대 들어 재즈 카페와 갤러리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안국동과 소격동, 화동과 사간동 일대를 아우르는 지금의 삼청동 길이 시작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어쩌면 지금의 삼청동 길을 지리적인 위치보다는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문화벨트라고 하는 게 맞다.

실제로 삼청동을 찾은 때는 ‘2010 삼청로 문화축제’가 한창이었다. 삼청로문화축제운영위원회가 주최하는 삼청로 문화축제는 매년 가을 열리는데 올해는 10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이어졌다.

개막식 당일 삼청동 동사무소 강당에서는 삼청동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삼청로 문화축제를 보면 현재 삼청동 길의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축제에 참가하는 갤러리들은 보면 국제갤러리와 학고재화랑, 이화익갤러리, 갤러리 도올, 사비나미술관, 한벽원갤러리, 갤러리 베아트르, 아트파크, 갤러리 진선 등 13개 화랑이다. 이들이 자리한 곳을 보면 삼청동은 물론이고 소격동, 송현동, 화동, 팔판동 등을 아우른다.

박규형 아트파크 사장은 “축제는 삼청동뿐 아니라 가회동 등 인근 갤러리와 카페, 음식점 등이 함께 만드는 지역 축제”라며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현재 공사 중인 건물들이 모두 들어서면 문화특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전통과 문화가 만나 새로운 명소가 되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 급상승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삼청동 부동산 가격도 10년 사이 크게 올랐다. 청와대와 인접했다는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묶였던 탓에 한때 가격 싼 곳의 대명사였던 이곳이, 최근 10여 년 새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었다.

삼청동에서만 3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해온 이재복 단골부동산 대표는 “2001년 3.3㎡당 600만 원 하던 집이 지금은 6000만 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삼청동 초입, 대로변에 자리 잡은 건물은 3.3㎡당 1억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0년 직전까지만 해도 삼청동 부동산은 시장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개발제한과 한옥보존지구의 영향으로 집을 함부로 짓지 못했다. 그 덕에 오래된 건물이 많이 보존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이 아파트로 변모하는 동안 한옥과 전통 가옥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제한이 현재의 삼청동을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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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삼청동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게 학고재화랑이 들어서면서부터”라고 말했다. 학고재화랑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화랑들이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들을 근간으로 본격적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많은 상가들이 상권으로 진입했다. 삼청동 일대엔 네스카페 등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 전통의 맛집과 신흥 맛집 등이 들어섰다. 현재도 삼청동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런 수요로 인해 삼청동 대로변에는 기존 낡은 저층건물을 허물고 그곳에 새로운 상가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수요가 넘치다 보니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이 대표는 “99㎡ 상가가 2001년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가 150만~2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이라며 “하지만 길 하나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임대료는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곳은 임대수익률이 은행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어 “10억 원 정도 투자해서 카페를 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삼청동 길이 문화특구로, 서울 시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현재 삼청동 상권을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부 갤러리와 카페들이 이미 가까운 효자동과 부암동 등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학고재화랑의 한 관계자는 “3년 전 인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삼청동으로 옮겼듯이 지금은 부암동으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삼청동이 그랬듯이 최근 몇 해 사이 부암동에 터를 잡는 작가들이 늘고 있고, 카페와 갤러리들도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삼청동에서 시작한 문화벨트가 효자동을 넘어 부암동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삼청동 길. 키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인 삼청동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문화 인프라를 갖고 있다.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