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꼼데가르송 길이 어디에요?"
서울 한남동에 오픈한 명품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 매장) 1층 로즈베이커리. 나훈형 로즈베이커리 대표는 “하루에도 2~3명은 꼼데가르송 길이 어디냐고 묻는다”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꼼데가르송 길이 이슈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귀뜸했다.

최근 ‘제2의 가로수길’로 주목받고 있는 꼼데가르송 길은 서울 이태원 제일기획에서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650여 m 길을 일컫는 한남동의 신흥 상권이다. 지난 8월 말 명품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꼼데가르송 길’이란 별명이 붙었다.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꼼데가르송 길이 어디에요?"
꼼데가르송 길은 1년이 다르게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몇 달 사이 새로운 상점이 속속 들어섰다고 전했다. 이에 꼼데가르송 길은 낡은 주택과 트렌디한 숍들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태원의 낡은 건물을 임대한 세입자들이 2억~3억 원씩을 투자해 개성 있는 건물로 리모델링하면서 상권 형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꼼데가르송 길이 어디에요?"
전문가들은 이곳이 신사동 ‘가로수길’을 이어받을 이태원의 핵심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망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태원이라고 하면 외국 맛집과 패션 매장이 몰려 있는 이태원역에서 녹사평역까지의 거리를 떠올렸지만, 이젠 그 명성을 꼼데가르송 길에 넘겨줄 때가 왔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제2의 가로수길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장경철 부동산창업연구소 소장은 “이제 막 감각적인 맛집, 유명 건축가와 설치 미술가들의 숍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신생 상권”이라며 “앞으로 잠재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상권”이라고 전망했다.

맛집·멋집 한자리에…‘제2의 가로수길’로 뜬다

지난 30일 문을 연 꼼데가르송 건물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됐다. 일본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川久保玲)가 직접 건축 디자인을 총괄해 건물 자체가 큰 관심을 모았다.

꼼데가르송을 운영하는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 지역에 최근 패션 매장, 문화 공방, 유명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기존 리움 미술관과 어우러져 특색 있는 고급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꼼데가르송 맞은편에는 파리바게트로 유명한 SPC그룹의 ‘패션 5(passion five)’를 비롯해 유명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운영하는 ‘더 스파이스’ 등이 들어서 있다. 패션 5는 1층 디저트 카페, 2층 레스토랑 등과 SPC그룹 사무실이 있는 복합건물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벌써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 단체 관광객까지 밀려드는 등 작년보다 고객 수가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강진역 바로 앞엔 현대카드의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떨친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가 이 건물을 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2의 가로수길’로 주목받는 꼼데가르송 길. 꼼데가르송 길이 한남동의 신흥 상권으로 뜨고 있다.
‘제2의 가로수길’로 주목받는 꼼데가르송 길. 꼼데가르송 길이 한남동의 신흥 상권으로 뜨고 있다.
땅값 1년 새 두 배, 주목받는 상권

최근 젊은 인구의 유입으로 부동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소유한 부동산과 부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은 ‘또 다른 삼성타운’으로 불리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10년 전부터 삼성이 이 근방의 땅을 상당수 매입했는데, 6개월 전쯤 삼성 관계자가 ‘이 근처가 앞으로 많이 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패션거리로 부각되면서 이 일대 땅값과 임대료도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지난해 초 3.3㎡ 당 4000만~5000만 원이었던 매매가는 최근 7000만~8000만 원까지 올랐다. 현재 매매협상이 진행 중인 한 여관 물건에 대해 매수자는 3.3㎡당 6000만 원을 말했으나 매도자는 7000만 원 이하로는 못 판다고 고집하고 있다.

임대료도 올랐다. 대로변 1층 231㎡(70평) 월세가 600만~700만 원 선(보증금 1억 원 선)이다. 신축 건물은 월 700만~80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인근 고려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상가 임대는 없어서 계약을 못한다”고 전했다.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꼼데가르송 길이 어디에요?"
하지만 꼼데가르송 길은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이 선점한 상태다. 찾는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나오지 않다 보니 몸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 전만 해도 ‘리움 뒷길’ 외에 별 특징이 없던 이곳을 저평가된 상권으로 주목했다.

특히 이곳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의 이태원 상권이나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진입장벽이 높아진 가로수길을 대체할 상권으로 많이 찾고 있다. 현재 이곳의 권리금은 1억5000만 원 선으로 가로수길에 비해선 절반 정도 저렴한 편이다.

인근 글로벌 부동산 관계자는 “압구정 가로수길 등에서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점주들의 문의가 많다”며 “커피숍이나 맛집, 명품 숍 등 기존 강남 상권을 탈피하려는 업종들”이라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