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오 파피 오데마 피게 워치메이커

오데마 피게의 두뇌라고 말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기관 ‘르노 & 파피’의 창설자이자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창의적인 워치메이커 줄리오 파피(Giulio Papi)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0년 15세 때 4년 과정의 워치메이커 양성 학교에 들어가 3년 만에 전 과정을 이수하고, 18세에 오데마 피게에 입사한 실력자다.
[Spot Interview] ‘완벽’한 시계 제작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커, 자신을 소개한다면.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시계 제조자다. 이번에 나만의 시계 제작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시계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을 담아내는 일이다. 절대 고장 나지 않는, 완벽한 시계를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내 평생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든 시계를 볼 수 있지 않나. 아주 작은 시계 부품들을 모아 하나의 완벽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워치메이커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새로운 시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 시계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든 부분이다.”

제작했던 시계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델은.

“솔직히 내가 만든 모든 시계들이 아름답다.(웃음)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착용하고 있는 슬림하고 아름다운 로열오크 퍼페추얼 캘린더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계식 시계만이 가지고 있는 정통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많은 기능보다 대를 이어 물러줄 수 있는 정통성을 담고 있는 것이 기계식 시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후배 워치메이커들을 지켜보면서 스위스 시계 제작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젊은 후배들 가운데는 시계 제작의 외길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 열성적인 시계 제작자들이 많이 늘기 바란다.”

시계 제작의 철학이 있다면.

“쉽게 생각해보자. 기계식 시계는 평행이었을 때 가장 정확한 시간을 표현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고, 심지어 시계를 보관할 때에도 수직으로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이때 시계의 밸런스 안에 있는 부품인 헤어스프링에 문제가 생긴다. 정확한 시각을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간차를 2초까지 줄일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오데마 피게 시계만의 혁신적인 기술이다.”

투르비옹 기능을 탑재한 시계는 내구성이 약하다는데 사실인가.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투르비옹을 탑재할 경우 마찰이 많이 발생해 부품 마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데마 피게의 투르비옹 시계는 내구성을 장담한다. 수평, 수직, 어떠한 위치에서도 흔들림 없는 투르비옹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시계 제작 과정을 설명해 달라.

“간단히 말하면 연구→제작→피니싱→조립의 단계를 거친다. 먼저 신뢰성 테스트와 도구 엔지니어링 등 시계 제작에 앞서 다양한 연구 과정을 거친 후, 시계에 필요한 수십 가지 부품들을 제작한다. 이후 내부 각도와 모양, 인그레이빙 등의 과정 등 제작한 부품들을 일일이 아름답게 꾸미는 과정이 뒤따른다. 오데마 피게의 마지막 조립 과정은 한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글 김가희·사진 이승재 기자 hol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