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벳푸

겨울이 오면 많은 관광객들이 온천을 찾아 일본으로 향한다. 오이타(大分)현 중심에 자리한 벳푸(別府)는 겨울 온천 여행지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벳푸 온천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Tour of the Healing]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온천의 유혹
일본의 남쪽에 자리한 오이타현은 수많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곳으로, 국립공원 두 곳과 국정공원 세 곳이 있다. 그러나 오이타를 가장 오이타답게 하는 것은 역시 온천이다.

오이타현에는 온천여관이 밀집한 유후인(由布院) 온천과 강물이 풍부한 히타(日田) 온천, 탄산천으로 이름 난 나가유(長湯) 온천까지 수많은 온천이 있어, 온천의 본고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 중에도 오이타현의 중심부에 위치한 벳푸는 최고의 온천을 간직하고 있다.

하늘길과 도로를 달려 도착한 벳푸

벳푸로 가는 길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후쿠오카공항을 통하거나, 오이타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기자가 선택한 길은 후쿠오카공항을 거쳐서 벳푸로 향하는 길이었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20여 분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공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벳푸로 향하는 길.
[Tour of the Healing]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온천의 유혹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삼림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냈다. 버스로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벳푸는 해안선을 끼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도시였다. 벳푸시청에서 간단한 일정을 전해들은 일행은 버스를 타고 츠루미다케(鶴見岳)로 향했다.

노천온천들이 뿜어내는 증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이 버스는 산길을 달려 츠루미다케 자연공원의 초입에 닿았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오랫동안 관광객을 실어 나른 케이블카는 정상에 오르며 고도에 따라 다른 단풍을 선사했다. 절정에 오른 단풍이 한눈에 들어오자 케이블카는 이내 정거장에 관광객을 내려놓았다.
[Tour of the Healing]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온천의 유혹
산 정상에 오르자 벳푸 시내와 오이타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를 타고 어깨를 건 옆 산을 보자 정상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공원 입구로 내려오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은 건, 제법 맵싸한 산 공기를 양껏 마신 후였다.

츠루미다케에서 내려와 일행은 호텔에 짐을 풀었다. 벳푸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호텔은 크지는 않았지만, 고급 여관처럼 편안했다. 일행들이 시내 관광을 간 사이 기자는 호텔 내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온천에 몸을 담그자 따스한 기운이 여행객의 피로를 감싸주었다. 호텔 관계자는 이곳 온천은 아침저녁으로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바꾼다고 했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기가 섞여 서로 조화를 이룬다고 믿는 듯했다.

벳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노천온천

여행 이튿날은 온천에서 아침을 맞았다. 바뀐 잠자리 탓에 잠을 설쳤더니 몸이 뻐근했다. 다행히 온천의 따뜻한 기운이 고르지 못한 심신을 편안하게 했다. 아침을 먹고 벳푸 지옥순례길에 나섰다.
[Tour of the Healing]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온천의 유혹
지옥순례는 고온으로 펄펄 끓는 모습이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벳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곳에는 청색과 적색으로 물든 온천에서 진흙이 솟구치는 온천 등 다양한 온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부터 탕치(湯治·약탕에 몸을 담그는 치료요법) 온천으로 유명한 간나와(鐵輪) 지방에서는 고온의 온천 증기열을 이용해 채소와 고기, 생선 등을 쪄먹는 ‘지옥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실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를 쪄먹는 요리 체험도 가능하다고 한다.

오후에는 아프리칸 사파리와 하모니랜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벳푸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아프리칸 사파리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하모니랜드는 헬로우 키티를 비롯해 산리오의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테마파크다.
[Tour of the Healing]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온천의 유혹
오후 일정을 마치고 짐을 푼 곳은 벳푸시를 대표하는 숙소인 스기노이 팔레스 호텔. 가이드는 일왕이 묵는 호텔이라고 자랑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 탓에 감기 기운이 있던 터라 저녁을 먹은 후 곧장 온천으로 향했다.

1200평을 자랑하는 온천탕 ‘다나유(棚湯)’는 가이드가 자랑할 만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자 벳푸시와 바다 전경까지 한눈에 펼쳐졌다. 다음날 가슴에 남을 일출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음날은 구름이 짙게 껴 일출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 날 일정은 아쿠아리움과 야생 원숭이 서식지인 다카사키(高崎)산 자연동물원. 두 곳에서 기자는 특별할 것 같지 않은 곳을 특별하게 꾸미는 일본인들의 묘한 재주에 감탄했다.

뻔할 것 같은 아쿠아리움을 테마별로 재구성해 스토리를 만들고, 야생 원숭이 서식지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오이타현 나카츠(中津)시는 특별히 내세울 관광 상품이 없어 궁리 끝에 수백 개의 허수아비를 세웠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벳푸=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