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형 브랜드마카(주) 대표

‘월급쟁이’로 살 것인가 창업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단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현실에 100% 만족하며 사는 보기 드문 유형일 것이다.

연봉이 ‘억’을 호가하는 전문직일지라도 ‘월급쟁이’로서의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양우형 브랜드마카(주)(www.brandmarka.com) 대표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CEO Interview] “프라이빗 명품 쇼핑 사이트, 한국에서도 말 됩니다”
펀드 투자 컨설턴트에서 회원제 명품 쇼핑 사이트를 오픈하기까지 전력투구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남다른 비전 때문이었다.

“ 미국의 프라이빗 쇼핑 사이트인 ‘길트(Guilt)’는 연 매출액이 6000억 원에 달해요. 회원 대상 세일을 주로 오전 9시에 실시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회원만 20만 명입니다. 프랑스의 ‘방트 프리베(Vente-privee)’는 연 매출이 8억 유로에 달하죠.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한국 시장은 잠재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어요. 4년 안에 연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브랜드마카’의 목표입니다. 가능하냐고요. 물론 가능하다고 봅니다.”

1조 원 시장에 도전장 던지다
[CEO Interview] “프라이빗 명품 쇼핑 사이트, 한국에서도 말 됩니다”
양우형 브랜드마카(주)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캐나다에서 성장한 그는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건너왔다.

캐나다 소재 대학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썼던 논문이 우연찮게 캐나다 주재 한국대사가 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

새마을운동을 보는 그의 참신한 시각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캐나다 대사가 외교통상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1996년 연세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연세대 재학 중에는 외교통상부 근무를 병행했고, 졸업 후엔 증권사와 창투사 등에서 투자 컨설턴트로서 이력을 쌓았다.

프라이빗 명품 쇼핑 사이트 대표로 변신한 것은 지난 7월. ‘투자’와 ‘컨설팅’이라면 내로라하던 전문가였던 ‘전적’ 덕분일까. 회원제 명품 쇼핑 사이트에 대해 기자가 긴가민가 하는 표정을 짓자 벌떡 일어나 화이트보드에 명품 아울렛 상품(재고상품)의 유통경로와 마진 구조에 대한 도식까지 그려가며 소상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회원제 명품 쇼핑 사이트인 ‘브랜드마카’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이유는 서구 유사 사이트들의 ‘대박’ 신화에 있다. 미국의 ‘길트’와 ‘오트 룩(Haut Look)’, 프랑스의 ‘방트 프리베’, 독일의 ‘브랜즈포프렌즈(brands4friends)’ 등 유사 사이트들의 매출이 1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2004년 방트 프리베를 필두로 프랑스에서 시작된 회원제 명품 아울렛 사이트는 2007년에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켰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동력을 제공한 주력은 e커머스(e-commerce)의 귀재랄 수 있는 ‘이베이’ 출신들. 여기에 ‘골드만삭스’ 등 투자전문회사들이 합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고 예상했던 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카(Marka)’는 ‘바다’를 뜻하는 터키어입니다. ‘브랜드마카’는 터키에 본사 마카포니(Markafoni)를 두고 있는 글로벌 쇼핑 얼라이언스(협력사) 가운데 하나죠. 마카포니는 현재 호주, 그리스, 우크라이나, 한국 등 15개국 협력사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원만을 대상으로 사전에 e메일 초대장을 보내 특별 세일을 실시하는데 주문에서 배송까지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아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속옷 판매가 좋습니다.”

프라다·루이비통 대체할 브랜드 발굴이 전략

브랜드마카의 주 타깃은 단연 여성이다. 현재 브랜드마카의 구매 고객의 75%도 여성이다. 25~35세의 구매력 있는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35~45세 여성을 서브 타깃으로 잡고 있다.

명품 재고상품 공급자(supply)와의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사입함으로써 신상품은 소비자가 대비 30~40%, 재고상품은 60~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현재 가방, 구두, 청바지, 티셔츠, 선글라스 등 40여 개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아서 산다는 회원제 명품 쇼핑 사이트의 성공에 있어 최대 관건은 ‘진품’이어야 한다는 것. 비일비재한 국내 쇼핑 사이트들의 ‘짝퉁’ 판매로 소비자들의 불신의 벽도 그만큼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품만을 취급해야죠. 최근에 팬티 기획전을 할 때 공급자가 저희한테 보내온 물건 10가지 중에 두어 가지가 가품이더라고요. 10개 중에 8개가 진품이니 두 개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겠다 싶어서였는지 가품을 보내왔기에 돌려보내고, 이미 주문한 고객께는 전화를 드려 재고가 없다고 양해를 구했어요. 100% 진품만을 취급할 겁니다. 한 사람이 퍼트리는 나쁜 소문은 100명에게 나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니까요.”

양 대표는 ‘브랜드마카’를 통해 되도록 국내에 소개되지 않는 브랜드를 소개할 생각이다. 프라다, 루이비통 등 천편일률적인 한국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 고객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계획이다.

얘기 중에 그는 휴대전화에서 사진 몇 장을 찾아 보여줬다. 미국 최상급 백화점인 ‘니먼 마커스’에서 판매 중인 슈즈 브랜드의 샌들 사진이었다. “니먼 마커스에서 얼마에 판매될 것 같냐”는 질문에 기자가 “300달러 정도”라고 대답했더니 그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대답을 이었다.

“네, 정확히 2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에요. 그런데 이 상품이 재고로 넘어가면 제가 얼마에 사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30여 달러 선에서 거래를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가격으로 아울렛 상품을 들여오면 결국 고객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아주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결국 서로 윈-윈 하는 셈이죠.”


양우형

현 브랜드마카(주) 대표
삼일회계법인 컨설턴트
GM 세큐리티즈, EZM 펀드 근무
연세대 정치학과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