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강남 문화거리의 중심에 서다
“권리금이 3억500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평균 상가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 임대료 1000만 원 선입니다. 이마저도 없어서 계약을 못할 정도죠. 가로수길에 1층 상가 점포가 나왔다면 안 보고 계약을 할 정도로 ‘몸값’이 오른 상태입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B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가로수길 상권은 최고 정점을 찍고 있다”며 “지난 2~3년 사이에 권리금, 보증금 등이 두 배 넘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 상권은 ‘가로수길 전성시대’다. 몇 년 전부터 압구정동, 청담동 상권이 쇄락하면서 가로수길이 강남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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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해를 가로수길 ‘최고의 해’로 꼽았다. 몸값이 최고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B부동산 관계자는 “7~8년 전 가로수길이 막 생기기 시작할 때 소자본들은 이미 다 쫓겨 자리를 내준 상태”라며 “이젠 더 이상 웬만한 자본금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진입장벽이 높은 상권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의 땅값은 3.3㎡당 1억 원 선이다. 이는 압구정동, 청담동과 비교할 때, 두 배 정도 비싼 수준이다. 물론 현재 최고의 강남 상권인 강남역은 3.3㎡당 평균 땅값이 5억 원에 달해 다섯 배 정도 비싸다.

가로수길 전성시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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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강남의 새로운 안테나숍으로 급부상한 신사동 가로수길은 특유의 운치와 문화를 상업적으로 잘 결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로수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이 길의 출발은 길게 쭉 뻗은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즐기는 ‘마니아층’에서부터 시작했다. 상권 전문가들은 현대고등학교 맞은편에서 도산대로까지 700m를 직선으로 잇는 지리적 특성에 주목한다.

김민홍 서울시 강남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는 “직선라인은 상권이 형성되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며 “서울에서 이 정도로 쭉 뻗은 길은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어느 도시든 운치 있는 길을 따라 상권도 형성되기 좋다고 설명한다.

또 비슷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집적효과 역시 가로수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가로수길 상인들은 20년 전부터 ‘문화거리’를 겨냥해 남달리 공들여온 성과라고 말한다.

건물주들은 1990년대 명동에서 강남으로 이탈한 패션 숍들을 적극 유치했고, 골방이 딸린 옛날식 점포 구조는 과감하게 폐기했다.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비싼 월세만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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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표 동방컨설팅 대표는 “사실 이곳은 가로수길만의 독특한 문화, 트렌드가 아니면 외부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특별한 테마를 찾기 어려운 곳”이라며 “어느 날 우연히 갑자기 뜬 상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유명 브랜드와 중저가 매장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3㎡(4평)짜리 수제 액세서리점 ‘파머’를 창업한 성혜수 씨는 “명동으로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고객들의 높은 소비 성향을 감안해 가로수길에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변화를 거부한 상권의 퇴락…로데오거리

가로수길의 부상은 로데오거리 등 화려한 과거를 자랑했던 압구정동, 청담동 상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가로수길이 ‘뜨는 해’라면 로데오거리는 ‘지는 별’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이제 더 이상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지 않는다.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별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가 지난해 초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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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오거리 상인들은 전성기였던 IMF 직전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중심부에 위치한 B의류 매장의 경우 2000년대 중반 하루 200만~300만 원이었던 매출이 올 들어서는 100만 원 아래에서 맴돈다.

이면도로 점포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중저가 여성 의류를 파는 C매장 대표는 “한 달에 며칠씩 공치는 날도 나온다”며 “최근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매출에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The Secret of Best Business Area] 강남 문화거리의 중심에 서다
로데오거리 퇴락의 주된 원인은 유동인구가 인근 상권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씨네시티 극장과 도산공원 인근이 활성화되면서 20~30대 고객층이 옮겨갔다는 것.

로데오거리가 변화의 노력 없이 압구정동의 후광에 안주하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은 가로수길과 청담동 등의 신흥 상권으로 급격하게 옮겨갔다.

서정헌 넥스트창업연구소장은 “기존 로데오 상권 중 미용은 청담, 패션은 학동사거리 등으로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범수 연세부동산컨설팅 CEO는 “지금 로데오거리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강남 외의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