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land

라플란드는 어디?

북극. 영원한 얼음과 눈의 나라. 그곳은 사람들에게 미지의 땅이자 신비의 세계다. 차마 범접하지 못할 동화 같은 곳이다. 그나마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을 꼽아 보자면 에스키모나 알래스카 정도.

하지만 그 이름조차 낯설기만 하다. 하물며 라플란드(Lapland)라니. 도대체 어디에 붙은 땅 이름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 라플란드가 어떤 곳인지부터 속 시원히 알고 가자.
[The Explorer] 북극으로 가는 길 라플란드
지구에는 북극권(Arctic Circle)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지점 이상부터는 엄청 추운 지역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 북위 66도 33분 이북이 그에 해당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스키모들이 사는 알래스카 지역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알래스카와 반대쪽에 해당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의 북쪽, 엄밀히 말하면 핀란드의 영토 약 3분의 1 정도가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지역이 라플란드다.

1년에 눈이 내리는 기간이 9개월, 1월에는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고작해야 2~3시간이다. 반면에 여름이라 할 수 있는 7, 8월에는 거의 해가 지지 않는 그런 라플란드에 누가 살까 싶지만 이곳에 사람이 거주한 역사는 상당히 길다.
[The Explorer] 북극으로 가는 길 라플란드
사실 라플란드라는 명칭 역시 랩족의 땅이라는 뜻으로 핀란드가 나라로 온전히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던 이름이다. 이곳에는 라플란드의 대표 부족이라 할 수 있는 사미족을 비롯한 다양한 부족들이 일가를 이루며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살아 왔다.

자, 대충 감이 왔다면 지도를 접고 본격적으로 떠나 볼 차례다. 라플란드 여행 코스의 가장 대표 코스는 라플란드의 관문 역할을 하는 로바니에미(Rovaniemi)로 가는 것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에서 야간 기차로 약 10시간 정도 달리면 닿게 되는 이곳이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이유는 딱 하나, 산타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산타클로스

6. 산타마을 우체국은 전 세계 어린이에게서 날아온 카드로 휴일이 없다. 7. 크리스마스는 핀란드의 명절이자 최고의 관광철이다. 도시 어디를 가든 산타클로스를 소재로 만든 소품을 만날 수 있다.8. 라플란드에 흩어져 사는 소수 민족들의 전통 의상.
6. 산타마을 우체국은 전 세계 어린이에게서 날아온 카드로 휴일이 없다. 7. 크리스마스는 핀란드의 명절이자 최고의 관광철이다. 도시 어디를 가든 산타클로스를 소재로 만든 소품을 만날 수 있다.8. 라플란드에 흩어져 사는 소수 민족들의 전통 의상.
산타클로스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사람은 속세에 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타클로스는 어린이들에게 꿈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빨간 산타 옷에 긴 수염을 달고 너털웃음을 날리며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할아버지는 핀란드에서 해마다 산타클로스 콘테스트에서 선발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관광 수입을 늘이고자 시작된 이 산타 마을은 해마다 전 세계 어린이로부터 수십만 통의 편지를 받고 수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핀란드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마을에 들어서면 북극권을 나타내는 선이 마을을 관통하고 있고 그 선을 넘어서야 공식적으로 북극에 들어선 셈이 된다.
마을 중심에 있는 산타 집에선 산타클로스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원하면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는데 물론 돈은 내야 한다.

그렇게 산타와 인증 샷을 찍었다면 요정이 부지런히 일하는 산타 마을 우체국에서 자기 나라로 엽서 한 장 보내는 것도 이곳에서 해 볼만 한 일이다.

북으로 북으로 GO! GO!

하지만 여기 로바니에미에서 지내는 것만으로 북극 왕국을 경험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본격적인 빙국(氷國)을 경험하기 위해선 더 북쪽으로 달릴 필요가 있다.

속살까지 드러낸 침엽수림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설경을 감상하며 북쪽으로 달리길 서너 시간. 도착한 이나리(Inari)는 북극권에서도 거의 최북단에 해당하는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다. 여기서 조금만 동쪽으로 가면 바로 러시아 국경이다.
라플란드에서는 어디를 가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새벽 일출을 보며 스노보드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부러움을 자아낸다.
라플란드에서는 어디를 가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새벽 일출을 보며 스노보드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부러움을 자아낸다.
이곳에는 라플란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스노모빌을 타고 설원을 즐기는 것. 영하 20~30도를 가볍게 오르내리는 평원에서 스노모빌을 타기 위해선 이중 삼중의 보온 장비가 필요하다.

혼자 벗고 입기에는 버거울 정도의 두터운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서면 스노모빌이 기다린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설원에 들어서서 달리기 시작하면 체감 속도는 근 100km에 달한다. 오후 2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스노모빌.
라플란드의 소수민족인 사미족. 사미족은 21세기에도 전통 의상을 입고 자신들의 풍속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라플란드의 소수민족인 사미족. 사미족은 21세기에도 전통 의상을 입고 자신들의 풍속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마치 영화 007 시리즈의 한 장면 속에 들어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노모빌이 너무 빠르고 자극적이라면 보다 전통적인 액티비티에 도전해 봐도 좋다.

개썰매. 야생 늑대의 후손 격인 개들이 내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침엽수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가는 썰매를 타는 재미는 스노모빌의 기계적인 파열음 속에서 드넓은 설원을 달리는 그 느낌과는 또 다르다.

마치 내가 원시로 돌아간 듯 온몸 속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흥분에 젖는다. 물론 이외에도 눈에서 즐기는 다양한 액티비티는 많다. 크로스컨추리스키에서부터 순록 썰매나 스노보드 혹은 사미족의 전통 가옥에서의 식사까지.

하루를 그렇게 지내다 보면 라플란드는 어느덧 어둠 속에 갇힌다. 북극권에서 보는 하늘은 유난히 맑기만 하다. 지구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추억과 사람은 너무도 낯설지만 신비롭다.
1. 야생미 넘치는 개썰매 타기2. 설원을 가르는 스노모빌은 라플란드가 아니면 힘든 경험이다. 3. 라플란드 어디를 가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4. 라플란드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아직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5. 겨울 스포츠의 천국, 라플란드
1. 야생미 넘치는 개썰매 타기2. 설원을 가르는 스노모빌은 라플란드가 아니면 힘든 경험이다. 3. 라플란드 어디를 가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4. 라플란드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아직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5. 겨울 스포츠의 천국, 라플란드
글·사진 한상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