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현대스위스금융그룹 회장

김광진 현대스위스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시작된 2010년 경영목표를 ‘격이 다른 금융’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전 임직원들에게 경영 혁신의 고도화를 주문했다. 3단계 경영혁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회장을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났다.

현대스위스금융그룹의 김광진 회장은 증권사 출신으로 1980년대 투자자문사를 이끌다 지난 1999년 현대신용금고(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0년 강남신용금고(현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2008년 중부저축은행(현 현대스위스3저축은행), 2009년 예한울저축은행(현 현대스위스4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지금의 현대스위스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이밖에도 자산운용사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프놈펜상업은행 등을 거느리고 있다. 덕수상고 출신인 김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에 뛰어든 후 11년 만에 자산 6조 원대의 금융그룹을 일궈냈다.

지난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현대스위스타워에 있는 회장실을 찾았다. 회장실 안쪽에서 기자 일행을 맞으며 김 회장은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자리에 앉은 후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둘째 아들인 가수 김종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한창 군대에서 박박 기고 있을 겁니다.” 말문을 연 그는 군대에 가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원래 기획사에서는 김종욱을 여느 연예인들처럼 문선대에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있는 집 자식들은 군대에서라도 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회장의 뜻에 따라 아들은 법무부 산하의 서울구치소로 배정받았다. 그런데 그곳에도 군악대가 있어, 결국 그곳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둘째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연 김 회장은 다시 회사 이야기로 주제를 옮겼다. 그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부서장급 이상은 세계경영연구원(IGM) MBA 과정을 거치게 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한다고 전했다.
[CEO Interview] “경영혁신으로 격이 다른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다들 어려운 것으로 압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언제쯤 진정될까요.

“얼마간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최근 근 1년여 만에 본부장 회의를 주재했는데,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더군요. 부산이나 대전,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풀리는 듯합니다. 수도권 상황은 여전한데,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으니까요. 거래만 활성화되면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PF 문제가 저축은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은 듯합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건설 경기가 활황이던 몇 년 전 만해도 너도나도 여기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저희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건설 경기를 읽고 빨리 들어갔다, 빨리 나왔으니까요.”

최근 현대스위스금융그룹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로 떨어졌는데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다 보니 일시적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것입니다. 현재 수익구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8·8클럽(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에 들 겁니다.”

수익구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주된 수익은 어디서 나옵니까.

“저희는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있습니다. 소비자 금융인 알프스론을 중심으로 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에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요즘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알프스론의 부실 우려는 없습니까.

“2001년 저축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상품 알프스론을 내놨습니다. 초기에는 신용카드 사태 등의 여파로 혼이 나기도 했지만, 잘 견뎌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2002년 신용등급평점시스템(CSS)을 도입했습니다.

CSS 등의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대출을 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대출 시장의 시스템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도 그룹사죠. 지분 구조가 어떻게 돼있고, 현재 경영 성과는 어떻습니까.

“프놈펜상업은행은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I홀딩스가 40%, 저희가 나머지 60%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올 들어 흑자 전환을 했고, 캄보디아에서 평판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캄보디아 진출은 어떻게 이루어진 겁니까.

“우리 조직의 체력으로는 해외 진출이 아직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준비는 해야겠죠. 사실 우리가 IMF 때 미국계 투자기관에 많은 수익을 안겨줬잖아요. 그때를 돌아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동남아 쪽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애초에 필리핀,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도 시장조사를 했는데, 최종적으로 캄보디아를 선택한 겁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전초기지인 셈이죠. 장기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죠. 그때를 대비해 직원들 교육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준비는 제가 좀 일찍 하는 편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위기나 전환기가 있었을 텐데, 현대스위스금융그룹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건설 경기가 호황이던 2006년이 제2금융권으로선 가장 돈을 잘 벌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호황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건 직원들을 교육한다는 건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할 일이 많아지면 제대로 교육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원 교육이 기업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경영 혁신 프로젝트를 감행했습니다. 영업에 힘을 빼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죠.”
[CEO Interview] “경영혁신으로 격이 다른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을 듯합니다.

“처음에는 말을 잘 안 들었습니다.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도 반대했으니까요. 돈도 잘 벌고 일도 많은데 이런 걸 굳이 해야 하느냐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어야 했습니다.

반발이 워낙 심해서 기획라인 전체를 빼고,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었죠. 프로젝트 이름을 변화(Change)를 의미하는 C-프로젝트(C-Project)라고 짓고, 당시 과장한테 전권을 맡겼습니다.”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였네요. 그렇게 시작한 C-프로젝트의 핵심은 무엇이었습니까.

“핵심은 교육이었습니다. 임직원을 상대로 강의를 마련하고, 직원들과 변화를 주제로 책을 읽고 토론을 했죠. 뿐만 아니라 외부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직원 교육에 관한 한 저희는 여느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는 직원들 교육비를 오히려 더 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5년째가 됩니다.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십니까.

“저희가 어느 금융기관의 임직원들보다 자격증이 많을 겁니다. 적어도 직원의 수준에 있어서는 어느 금융기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이게 현대스위스금융그룹의 힘입니다.”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보면 개인에 따라 경영 스타일이 많이 다르더군요. 어떤 분들은 증권사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있고요. 회장님은 그런 생각 안하십니까.

“향후 4년 안에는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증권사 인수·합병(M&A)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오겠죠. 직원들에게 약속한 게 있는데, 아마 5년 후면 상황이 무르익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합니다. 특별히 그런 이유가 있습니까.

“평소에 신뢰와 팀워크, 직원과의 약속 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슬로건이 ‘이웃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금융’입니다. 저에게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 직원들입니다. 스스로 CEO 중에서 직원들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CEO라고 자부합니다.”
"우리 슬로건이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금융’입니다. 제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직원들이니까, CEO로서 제일 먼저 그들을 생각해야죠."
"우리 슬로건이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금융’입니다. 제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직원들이니까, CEO로서 제일 먼저 그들을 생각해야죠."
그러자면 직원들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할 텐데요.

“제가 월급쟁이를 해봐서 직원들의 속을 다 압니다. 직원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또 어떤 것을 원하는지 먼저 알고 해결해주니까요. 대화도 많이 하고 직원들 앞에서 드럼도 연주합니다. 대리, 행원급까지 그룹 미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전에는 직원들 경조사도 모두 참석했는데, 지금은 인원이 늘어서 모두를 챙기지는 못합니다. 대신 카드를 써서 보내죠. 이제는 직원들도 제 진심을 아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감성적인 면이 많은데, 직원들을 대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드럼을 치시는 것만 봐도 감성적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드럼은 언제부터 연주하셨습니까.

“지금까지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가족뿐 아니라 제 자신도 많은 희생을 치른 거죠. 40대 중반에 들어서면 희생에 대한 보상을 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쉰이 되면 아내와 해외여행도 가고 드럼도 배우겠다고 결심해 실행에 옮겼죠.”

하필 왜 드럼이었습니까.

“어릴 때 드럼 치는 걸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악기보다 드럼이 좋아 보이더군요. 직원들에게 나이 쉰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어 더 열심히 했습니다.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회장이 도중에 그만둘 수는 없잖습니까.”

금융인으로서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2010년 경영목표가 ‘격이 다른 금융회사’입니다. 단기 목표는 그걸 이루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내실, 직원들의 역량,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금융회사들과 달라야겠죠. 우리 회사에 회장 직속에 ‘세인부’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고객감동 서비스부를 줄여서 세인부라고 부릅니다. 궁극적으로는 ‘세계가 인정하는 고객감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광진

현대스위스금융그룹 회장
덕수상고 졸업
중앙대 국제대학원(석사)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동아투자자문 대표이사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