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DAQ Issue

3분기에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더라도 4분기나 내년에는 실적이 호전될 만한 기업들이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코스닥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12월 결산법인 760개사의 3분기 매출은 19조8781억 원으로 2분기(19조8127억 원)와 비교해 0.33%(654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쳐 제자리걸음을 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40억 원 줄어든 1조2607억 원으로 1.10%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에 1조2747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이전부터 예상해왔던 국내 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가증권 시장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 분기 대비 0.57% 감소해 이 같은 실적 둔화세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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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은 9661억 원으로 2분기(7941억 원)보다 21.65% 증가했지만 뜯어보면 기대를 갖기 힘들다. 건설 -35.20%, 정보기술(IT)부품 -37.30% 등 대부분 업종에서 감소한 순이익이 인터넷 263.65%, 디지털콘텐츠 139.97% 등 IT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늘어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다음은 해외 자회사 매각으로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늘었으며, 엔씨소프트는 거액의 소송비용이 2분기에 반영된 데 따른 반사효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실적 둔화세는 코스닥 기업들을 모두 묶은 결과일 뿐 개별 기업에 따라 증권사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4분기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둔화되더라도 “될 기업은 된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중요한 점은 어느 기업이 될 기업이고 어느 기업이 안 될 기업인지 가려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과 ‘어닝 쇼크’를 나타낸 기업들을 토대로 한 번 알아보자.

스마트폰 관련 기업 ‘어닝 서프라이즈’

코스닥에서 증권사의 예측치를 가장 크게 뛰어넘은 종목은 덕산하이메탈이다. 매출 218억 원에 영업이익은 52억 원으로, 증권사들이 매출 184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으로 예측했던 것보다 많은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예측치보다 67.76% 많았다.

덕산하이메탈의 이 같은 실적호조는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덕산하이메탈이 생산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소재의 출하량이 갤럭시S 판매량 확대로 크게 늘었다”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내년 2분기부터 5.5세대 AMOLED 라인을 가동할 예정인 만큼 내년에도 가파른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멜파스와 인터플렉스 역시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터치스크린을 생산하는 멜파스는 증권사들의 예상보다 22.07%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와 KT향 태블릿PC 등에도 터치스크린을 공급하고 있다”며 “탄탄한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어 전통적인 비수기인 4분기에도 이익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플렉스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PCB)과 관련된 생산설비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전반기부터 설비투자를 진행해 생산규모를 80% 이상 증대시킨 것이다.

스마트폰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은 이들 종목 외에도 파트론, 아모텍, 이엘케이, 디오텍, KH바텍, 대덕전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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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바이오시밀러 관련 종목도 호조

2차전지, 바이오시밀러 등 신성장동력 관련 기업들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에 쓰이는 식각액을 만드는 테크노세미켐은 2차전지 전해액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 폭이 크지 않았던 사업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며 “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 생산에도 성공해 2010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 증가 폭이 매출 증가를 뛰어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에서는 파워로직스, 넥스콘테크, 상신이디피, 이랜텍, 포스코켐텍 등이 2차전지 관련 종목이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따른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3분기 실적이 증권사들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매출이 올해 본격화돼 3분기에 두드러진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관련 종목으로는 차바이오앤텍, 메디포스트 등이 있으나 제품 상용화에 따라 기업가치도 크게 차이가 나므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만드는 아이디스의 실적 개선도 눈여겨봐야 한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쟁업체들이 없어지면서 관련 시장점유율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쟁업체가 사라지면 가격협상력이 높아져 실적 호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납축전지 생산업체인 세방전지와 아트라스BX도 경쟁업체들의 도산이 올해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산화방지제를 생산하는 송원산업도 관련 글로벌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내년부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 악화는 ‘어닝 쇼크’ 불러

반대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업체들 중에는 전방산업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사례가 많았다. 1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증권사들의 전망과 반대로 18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에이스디지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LCD에 들어가는 편광판의 매출이 LCD TV 판매의 둔화와 LCD 패널 과잉공급 우려 등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단조업체인 태웅 역시 전방산업인 풍력발전의 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예측치에30%도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3분기에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더라도 4분기나 내년에는 실적이 호전될 만한 기업들이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봉원길 대신증권 스몰캡팀장은 “6월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LCD와 LED 분야의 업황이 3분기 내내 부진해 관련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다”며 “다만 해당 산업의 업황이 조만간 호전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용 피팅업체인 성광벤드와 관련해 이미나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201억 원이던 월별 수주가 하반기 들어 238억 원까지 회복됐다”며 “실적 실망감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