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 랑 크로노스위스 창립자 방한

1981년 창립한 이래 고집스럽게 기계식 시계만을 제작하는 크로노스위스의 창립자가 처음으로 방한했다. 여든이 넘은 노장, 마스터 워치메이커 게르트 랑(Gerd-R. Lang)의 녹슬지 않은 실력이 담겨 있는 2010년 신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그는 양 손목에 자사의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Spot Interview] 워치메이커의 ‘고집’, 새로운 전설을 만들다
양 손목에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이유는.

“여자가 귀걸이를 두 개 차듯 손도 두 개니까, 시계도 당연히 두 개를 차야 하는 것 아닌가. Why not.(웃음)”

어린 나이에 워치메이커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나. 기계식 시계에 매료된 계기는.

“내가 살았던 독일 뮌헨 근처의 마을은 유럽 기계식 시계들을 만드는 공방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시계공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시계를 내 삶에서 따로 분리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게 있어 시계를 만드는 일은 직업이 아닌 ‘취미’다.”

크로노스위스의 설립 이념은 무엇인가.

“흔히 나를 ‘시계의 전설을 지키는 현대의 워치메이커’라고 표현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바로 시계 브랜드 크로노스위스이고, 결과적으로 크로노스위스야말로 오랜 기계식 시계의 전통과 역사를 재탄생, 재발견해 지금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즉 내 안에 가득한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열정을 시계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지키는 브랜드 철학이다.”

크로노스위스의 역사가 담긴 시계 가운데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모든 시계들에 내 인생이 담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항상 착용하면서 대화하고 바라보게 되는 시계, 한마디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계는 ‘레귤레이터’다. 레귤레이터는 크로노스위스의 초석과 같은 존재로, 현재의 크로노스위스가 있도록 만들어줬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계다.”

앤티크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장인들의 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 만들어지는 자동차들을 20년이 지난 후에도 처음 나온 엔진과 부품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거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부품들로 가득 차 있는 앤티크 자동차들이 좋다.”

2010년 신상품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시계는 무엇인가.

“기존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보다 젊어진 크로노스위스로의 이미지 강화에 중점을 뒀다. 고객층을 넓이기 위해 젊은 기계식 시계 마니아에게 초점을 맞추고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해석하는 의미에서 ‘시리우스’를 제작했다. 크로노스위스의 대중화를 꾀하기 적절한 시계가 바로 시리우스로 젊은 콘셉트와 동시에 가격도 낮췄다.”

아시아 시장 중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에 론칭한 지 7년째다. 올해를 기준으로 아시아 마켓 중에서는 현재 톱 10 안에 들어있고, 앞으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신상품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판매하는 등 보다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크로노스위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더한 크로노스위스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특히 딸인 나탈리 랑(Natalie Lang)의 열정을 더해 기존보다 젊고 독특한 감성을 담은 시계를 제작할 것이다. 동시에 올 하반기 전문성 있는 비즈니스 CEO를 영입해 크로노스위스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다.”

글 김가희·사진 서범세 기자 hol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