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주)제로투세븐 대표이사

처음 ‘제로투세븐(0 to 7)’이란 회사명을 듣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아동 의류 브랜드와 스킨케어 브랜드의 생산과 유통이다. 회사명 자체가 0세부터 7세까지의 유아동 즉, 제품의 타깃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확보하고 있는 (주)제로투세븐은 이태 전 매일유업의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의 3남인 김정민 대표가 취임하며 성장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직원 평균 연령 30대 초반의 젊은 기업, 제로투세븐을 찾았다.
[CEO Interview] 성공 가도, 그 ‘비책(秘策)’을 듣다
(주)제로투세븐은 한마디로 ‘젊은 기업’이다. 설립연도를 따져 봐도 올해로 10년째니 젊다고 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평균 연령 또한 30대 초반으로 역시 젊다. 하지만 이 젊은 회사는 300여 명의 직원들로 연 매출 15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성장의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0세부터 7세까지의 영유아를 위한 의류와 스킨케어 브랜드, 온라인쇼핑몰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제로투세븐을 이끌고 있는 김정민 대표 역시 ‘젊다’. 2008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지난해 ‘궁중비책’이라는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를 새롭게 출시하며 의류에서 시작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그의 열정도 그렇다.

창업 13년 만에 선친의 ‘그라운드’로 합류

세간에 알려졌듯, 김 대표는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 김복용 선대회장 슬하 4남매 중 3남이다. 김 선대 회장은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북청 사람으로, 혈혈단신 월남해 서울 광산시장에서 담배 자판으로 시작해 제분업으로 돈을 벌고, 1960년대 아시아개발은행의 차관을 들여와 대한민국 최초로 낙농개발을 시작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후 정부로부터 독립, 개인 기업으로 매일유업을 경영하면서도 각별한 애국관과 기업의 공익에 대한 철학이 뚜렷했던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CEO Interview] 성공 가도, 그 ‘비책(秘策)’을 듣다
2006년 작고한 선대 회장을 기억하는 매일유업 직원들 사이에서 김 대표는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로 통하기도 한다. 출중한 외모뿐만 아니라 젠틀한 매너와 명석한 두뇌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시쳇말로 ‘아버지 잘 만나 덕 보는 아들’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로투세븐의 대표이사로 부임하기 전 그는 13년간 CKCO&라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기 때문이다.

커피 등 식품 원자재 수입과 유통이 주 종목인 CKCO&는 1998년 분유 캔 뚜껑 수출로 100만 달러 수출의 탑 ‘우수기업인상’을 국무총리표창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CKCO&는 김 대표가 현재도 대표이사로 겸직해 경영하는 회사로, 특히 분유 캔에 밀착시키는 얇은 알루미늄 뚜껑소재인 EOE(Easy Open End)의 독점공급사로 모회사인 매일유업을 비롯해 경쟁사 두 곳에도 납품하고 있다.

형제들과 달리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지 않으셨는데, 뒤늦게 매일유업 자회사 대표이사를 겸직하신 이유를 무엇인가요.

“커피 수입을 하면서 한창 커피에 빠져 있을 때 큰형(김정환 매일유업 회장)이 제로투세븐을 맡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솔직히 망설였죠. 전임 사장이 매일유업 간부 출신인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결정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가족 경영자가 필요했던 시기였죠.”

겸직 대표이사로 계신 CKCO&가 같은 건물 몇 층 아래 있던데, 어떤 회사인가요.

“CKCO&는 창업한 지 15년 됐어요. 분유 뚜껑도 뚜껑이지만 커피 원두수입 등 주로 식자재 원료를 취급하는 무역회사로 커피 원두를 국내 유명 커피숍 체인에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로 공급도 합니다.

국내에서 EOE를 취급하는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죠. 매일유업에 근무는 안했습니다만 CKCO&가 매일유업과 같은 건물에 있어 사실은 아버지 일을 돕기도 했어요. 제로투세븐을 맡고 나선 양쪽 일을 겸하려니 번거로워서 CKCO&를 같은 건물로 이전한 거고요.”

어찌됐건 매일유업이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를 맡아 선친이 일구신 그룹 내로 진입하셨는데, 선친의 경영철학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50세에 창업하셔서 86세, 작고하시기 전날까지 일하셨던 분이에요. 이북에서 작은 아버지와 혈혈단신으로 월남하셔서 광산시장에서 담배 자판부터 시작해 이후 기업을 일구셨습니다.

담배 자판을 하실 때도 신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다고 해요. 제 경영철학도 한 마디로 신뢰경영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고, 모기업이 먹을거리를 다루는 만큼 조심스럽고요.”

제로투세븐은 어떤 회사입니까.

“모기업이 분유회사로 먹을거리가 주종이라면, 제로투세븐은 0세에서 7세까지 영유아의 먹을거리를 제외한 모든 사업 영역을 다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알로&루’, ‘포래즈’, ‘알퐁소’ 등 3개의 의류 브랜드와 1년 전에 론칭한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인 ‘궁중비책’을 생산·유통하고 있는데, 온라인 쇼핑 사이트(www.0to7.com)를 통해 4개 브랜드와 함께 유아동 도서의 독점 상품 소싱과 유통도 하고 있어요. 향후에는 제로투세븐이 생산하고 있는 의류 브랜드의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으로의 확장도 계획 중입니다.”

김 대표님 취임 후 매출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궁중비책’의 경우 출시 1년 만에 탄탄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하는데, 비결이 있다면요.

“3개의 의류 브랜드는 제가 오기 전에 출시됐는데,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로 백화점 대신 대리점과 대형 마트 등을 공략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유통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겨냥한 거죠. ‘알로&루’의 경우 국내 매장만 250개에 달하는데, 그 정도면 읍 단위까지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2008년에 출시한 ‘알퐁소’도 매년 150%씩 성장해 왔는데, 지속적인 대형 마트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라고 볼 수 있어요. ‘궁중비책’의 경우, 한방 원리에 기초한 제품으로 개발 기간만 2년이 넘게 걸렸어요.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개발비용이 50억 원에 달하는데, 다른 브랜드로 번 돈을 다 쏟아 부은 셈이죠.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져도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직원들은 ‘궁중비책’의 내년도 시장점유율을 10%로 내다본다고 하지만 제 욕심엔 안 차는 수치죠.(웃음)”

김 대표는 제로투세븐의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원동력을 “모회사인 매일유업을 통해 구축돼 있던 유통과 머천다이징(MD)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먹을거리 전문 기업인 매일유업과 그 이외의 영역을 다루는 제로투세븐은 시너지를 창출하며 영유아 시장의 전문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민 대표는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 김복용 선대 회장의 3남으로 4남매 중 선친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해진다.
김정민 대표는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 김복용 선대 회장의 3남으로 4남매 중 선친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해진다.
“중국 이어 러시아 유아동 시장도 노린다”

제로투세븐은 2004년 ‘알로&루’ 출시를 시작으로 2007년 ‘포래즈’, 2008년 ‘알퐁소’와 프리미엄 한방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인 ‘궁중비책’ 물티슈 론칭에 이어 지난해 ‘궁중비책’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하기까지 플러스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의류에서 시작해 스킨케어, 도서까지 “먹을거리를 제외한 영유아 시장의 전 영역”이라고 설명했던 김 대표의 설명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점진적 확장과 더불어 2007년 753억 원이었던 총 매출은 지난해 1520억 원으로 뛰어 올랐다. 2010년 총 매출을 186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현재, 제로투세븐은 내후년인 2012년 총 매출을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이후 매출이 날개를 단 데는 해외 시장 개척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알로&루’를 2008년 중국에 진출시켰는데, 중국 상하이 지사 직원만 40명가량 됩니다. 상하이 지사에서는 현지 사정에 맞게 상품기획도 하고 있어요. 현재 중국 내 직영 매장이 25개인데, 올해 말까지 대리점을 합하면 7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 2014년까지 매장 수를 400여 개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중국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쇼핑을 주로 백화점에서 하기 때문에 백화점을 공략했는데 소비자들 반응이 아주 좋아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몽골 지역에 대한 시장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러시아가 중국 다음으로 수출국이 될 것 같은데, 해외 시장 진출은 파트너를 찾아 흉내만 내서 되는 일이 아니에요. 지사를 차려서 정확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기호가 파악될 때 성공할 수 있어요.”

해외 판로 개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몽골, 일본 등지에서 러브콜이 많은데, 비즈니스 플랜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정식 파트너 또는 지사 설립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예정입니다. 옷을 도매로 무조건 팔다가 보면 브랜드가 망가집니다. 매장은 한두 개로 그친다 하더라도 브랜드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가 다르면 선호하는 디자인에도 차이가 날 것 같은데요.

“물론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품질입니다. 내구성과 편의성도 디자인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요. 저희 회사의 캐릭터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좋은 캐릭터라면 전 세계적으로 공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영유아 의류의 경우엔 사용하는 컬러가 대부분 비슷해요. 흰색 아니면 부드러운 색상이잖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다른 문화권이라고 해서 영유아 브랜드가 특별히 진입 장벽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영유아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실 것 같습니다.

“한국 영유아 시장은 저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산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봅니다.

‘알로&루’가 진출 2년여 만에 중국 1급 백화점에 급속도로 매장을 늘여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봐도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죠.”

두 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계신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별 다른 것 없고, 그저 많이 걷는 편입니다. 남산도 자주 올라가서 걸어요.”

형식을 싫어해서인지 김 대표는 사진 촬영을 꽤나 힘들어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사진 촬영 와중에 그가 직원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그의 고민은 ‘궁중비책’ 제품의 효율적인 광고 집행과 기업의 사회 환원에 관한 것이었다.

제로투세븐은 올해 만도 6억~7억 원의 기부금을 사회로 돌렸다고 한다. 직원에게 자선 바자회 등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행사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는 그가, 어깨 너머 기업의 공익성을 누구보다 고민했다는 선친의 사진과 오버랩 되며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민

(주)제로투세븐 대표이사
CKCO& 대표이사 겸직
조지워싱턴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8년 100만 달러 수출의 탑 우수기업인상
국무총리표창 수상

글 장헌주·사진 이승재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