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은 조건적 전망이다. 미래의 상황이나 내·외부적 영향에 따라 전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결론적인 전망보다는 조심스러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늘 결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지만 현재 경제 여건을 토대로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능성 있는 변화에 대해 되도록 여러 모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 포트폴리오 운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주요 여건이 다 맞았는데도 증시가 전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도 있다.

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투자 상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감독이나 배우들도 머리깨나 아팠을 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투자 상품만큼이나 복잡해져서 옳고 그름에 대한 구분이 모호했던 것 같다.

증시에 대한 전망 역시 과거와는 달리 변수가 되는 조건이 너무 많아져서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금방 놓치게 된다. 각종 경제지표를 분석해 경기 회복의 조짐을 파악해보고 알쏭달쏭한 중앙은행의 발언을 종합해서 정책방향을 점쳐야 한다.

더 이상 내릴 때가 없는 금리 대신 통화량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경기 부양을 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가치 하락, 물가 상승,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들과의 환율전쟁 등 검토하려다 미처 읽지 못한 자료만 자꾸 쌓여간다.

과거 좋은 제품과 능력 있는 경영인, 정직한 경영 방식 등을 검토하며 투자대상을 찾던 때와는 달리 영화 <월스트리트>처럼 모든 게 훨씬 복잡해졌다. 2009년 4월에는 금융시장 붕괴 위기로 벼랑 끝에 한 번 다녀왔고, 2010년 4월에는 유럽 국가 부도 위기로 다시 한 번 벼랑 끝에 다녀왔다.

이런 와중에도 증시는 주식, 채권, 원자재 할 것 없이 부동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산이 계속 상승했으며, 특히 주식은 소액투자자들의 참여 없는 반등을 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주위의 소액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투자에 대한 소극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통화량 증가로 인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모든 투자 대상이 불안한 상황이라서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 주택 차압과 관련해 사기 의혹이 제기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전역에서 주택 차압 절차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차압을 하려면 법원 절차를 거쳐야 하는 주에서는 다른 대형 은행들도 차압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투자자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증시에 대한 변수가 또 하나 늘어난 것이다.

주택 차압 사기 의혹의 핵심은 부실 대출로 인해 차압을 당하는 주택에 대한 권리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부동산 융자가 채권으로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대출을 처음 해준 은행과 융자 상환에 대한 관리를 하는 금융기관, 부동산 담보채권을 구입한 투자자 등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혔다. 또 부동산 시장의 하락으로 파산한 융자업체들로 인해 부동산 소유권의 이체 절차를 되짚어보는 것도 어려워 빠른 해결점을 찾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융자상환 불이행으로 차압 절차에 들어간 주택에 대한 권리대행 서류를 금융기관이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이 사태는 일시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서 차압 매물이 회수되며 매물 감소로 가격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재고량 해소 기간이 늘어나며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쪽이 대부분이다.

증시 쪽으로는 금융기관들이 과거 차압한 부동산들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고,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판매한 부동산 담보채권에 대한 가치 평가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번 분기 실적 발표기간에 금융업체들이 이 사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투자자들은 주시해야 할 것이다.


[Up-Front in US] 변화무쌍한 증시의 변수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재 엑셀랑스 애셋 매니지먼트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