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 친위대는 ‘베른하르트 작전’에 들어갑니다. 친위대 중령 베른하르트 크루거가 지휘한 이 작전의 내용은 영국 파운드화의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찍어내 영국 경제를 붕괴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이 아이디어는 전쟁 초기인 1939년 독일 재무성이 입안했으나 친위대 장관 히믈러에 의해 묵살됐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길어지자 친위대가 직접 작전 실행에 나선 것입니다. 나치는 실제로 이 작전을 통해 최소 1억3000만 파운드의 위조지폐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2008년 국내에 개봉됐던 영화 <카운터피터>(counterfeiter)는 바로 이 작전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화폐의 타락’, 즉 통화 가치의 폭락이 국가나 정권의 존립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조선왕조 말기에 발행됐던 당백전 또한 화폐의 타락이 어떻게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에 소요되는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실제 금속 가치보다 20배나 부풀려 발행한 당백전은 엄청난 인플레를 야기했고, 결국 1년도 안 돼 폐지되고 맙니다. 얼마 전 발간된 <악화의 진실>이라는 팩션 소설은 이 당백전 발행의 비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은 이 화폐의 타락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위기 대처 과정에서 수조 달러를 찍어냈고 이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환율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아직까지는 외교적인 압박을 주고받는 선에 그치고 있지만 만약 각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통화증발 등 강공에 나선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자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도 최근 자신의 저서를 통해 ‘화폐의 타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이 같은 통화 가치 하락이 벌어질 때 유력한 대처 수단으로 주목받는 금 투자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올 들어서만 20% 넘게 뛴 금값의 향방과 금에 투자하는 방법, 경제 위기와 금값의 역사 등 ‘황금의 경제학’을 다각도로 짚은 기사입니다.

이번 호에는 또 최근 바닥 탈출론이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긴급 점검했고, 펀드 환매 추세 속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요령 등 다양한 투자 정보를 담았습니다. MONEY의 콘텐츠가 독자 여러분의 자산 관리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Editor note] 화폐의 타락에 대한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