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독림가의 성공 사례 김영남 SK임업 대표이사

SK임업은 30여 년 전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장학사업의 장기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산림녹화에 기여한다는 두 가지 취지로 만든 회사다. 세월이 흘러 이제 SK임업은 두 가지 목적은 물론이고 수익성까지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김영남 SK임업 대표로부터 성공의 열쇠를 찾아본다.
[Special] “울창한 산림이 있기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양한 사업이 가능합니다”
SK임업은 어떤 회사입니까.

“SK임업의 시작은 1972년입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치다 2004년 12월, 제가 부사장으로 있을 때 SK건설과 합병을 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5월 1일자로 다시 분사를 했습니다. 합병 전까지 조경과 소규모 건축, 토목사업 등을 통해 연간 8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SK건설에서 분사하면서 신설법인처럼 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적이 없어서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가 어려운 게 실상입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약 5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현재 전체 매출의 80~90%가 조경사업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매출 기반을 갖출 계획입니다. 그중 하나가 친환경 건축입니다. 일례로 SK그룹의 연수원으로 쓰는 수펙스(SUPEX) 시설공사를 우리 회사가 했습니다.

식물성 페인트, 짜맞춤 기법 등을 동원한 친환경 건축공법인데, 평당 1000만 원을 들여 지었습니다. 공사비는 많이 들었지만 친환경으로 지어진 최고의 건물이죠.

전남 화순에 세운 우드 펠레(Wood Pellet) 공장도 사업다각화의 일환입니다. 우드 펠레는 톱밥을 고압으로 뭉친 것으로, 보일러의 연료입니다. 오랜 준비 끝에 2009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수펙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충주 산청면 인등산 자락에 있는 연수원입니다. SK임업 충주사업소가 보유한 약 1170헥타르의 산림을 SK그룹 연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었습니다. 건물 가치만 약 100억 원입니다.

2009년부터 연수생을 맞이했는데, 22개동의 숙소와 강의동 3개, 관리·식당동 3개 등이 있습니다. 연간 2만 명 정도의 인원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Special] “울창한 산림이 있기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양한 사업이 가능합니다”
SK임업이 관리하는 전체 산림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전체로 보면 약 4000헥타르 정돕니다. 1972년 당시 선대 회장께서 사재 200억 원을 들여 조성하신 겁니다. 영동이 700만 평으로 가장 넓고 충주(350만 평)와 천안(150만 평), 오산(20만 평) 등에 산림이 있습니다.”

선대 회장께서 산림 조성에 관심을 가지셨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선대 회장이 장학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SK임업입니다. 당신께서 살아계실 때는 장학사업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지만, 사후에는 어찌될지 모르잖습니까.

사후 장학사업의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에 투자를 하신 거죠. 선대 회장께서는 산림을 매입한 후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셨습니다. SK임업 내에서도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과수원, 채석장, 조경사업 등을 해왔습니다.”

당시로서는 산간오지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인데, 회사 내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선대 회장께서 조림사업을 시작하실 때 당시 임원들이 기왕이면 땅값이 오를 서울 근교 산림을 사자고 했답니다. 그때 회장께서 ‘도시가 개발되면 기껏 키운 나무 다 잘라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땅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일언지하에 자르셨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땅값만 보면 장부가가 170억 원 수준이에요. 1989년 충남대에 약 300만 평을 기증해서 규모도 초기보다는 좀 줄었습니다.”

현재 산림의 가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순수 임목으로 치면 300억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향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초기에는 관광사업도 구상했다고 들었습니다.

“초기 기업명 ‘서해개발’에서 알 수 있듯이 안면도 일대를 개발해 관광사업을 병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안면도 일대를 매입하지 못해 순수 임업에 치중하게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주 사업이 조경인데, 조경사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조경수의 가격이 많이 올라서 원가가 매출의 90% 이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오산사업소에서 조경수를 직접 키우고 있지만 거기서 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실 원하는 조경수는 1, 2년 길러서는 안 됩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우드 펠레, 숲유치원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지금 SK임업은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조성한 산림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하는 지금 SK임업은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조성한 산림이 있기 때문이다.
숲유치원이라면 생소한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산림을 활용해서 어린이 체험유치원을 만드는 거죠. 향후에는 그곳에 휴양림과 실버타운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대자연 속에서 1~2년 머물고 싶은 분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수목장, 숲병원 등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SK임업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개인 독림가들은 산림 복합경영을 임업의 대안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요.

“개인독림가들 사이에 나무를 키우면서 산나물, 버섯 등을 채취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말하는 산림 복합경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의미합니다. 우선 임신부를 보죠. 최근에 자연 임신율이 30% 수준이라는 조사가 있었는데, 불임여성들이 산을 가까이 하면 임신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산에서 휴식을 찾죠. 수목장이 유행하면서 죽어서까지 산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한 말의 뜻을 아시겠죠.

많은 회사들이 미래의 신규 사업을 고민하지만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산을 활용해서 할 게 너무 많거든요. 비록 세월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해나갈 생각입니다.”

글 신규섭·사진 서범세 기자, SK임업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