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에 있어 한국 고객들은 ‘잘 모셔야’ 할 고객 1순위가 된 지도 오래. 하지만 서울 청담동 G백화점을 자주 출입한다고 해 VIP 또는 VVIP라 불러줄 순 없다. 명품 브랜드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관리한다는 VVIP를 위한 특별한 세일, 청담동 명품家를 밀착 취재했다.
2000년도 초반 강남 청담동에 ‘루이비통’과 ‘구찌’ 등이 로드숍을 오픈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선한’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잡화와 의류를 비롯해 들어본 것도, 아닌 것도 같은 유럽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까지 로드숍을 속속 오픈하면서 명품 시장 매출은 상승 가도를 달렸고, G백화점과 청담 사거리 사이 양쪽 거리는 지금과 같은 ‘명품거리’의 형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명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강남 ‘사모님’들의 리스트를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한국의 ‘강남 사모님’들이 VVIP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원한다면 해외로 ‘원정 쇼핑’도
상위 10%의 고객들이 꾸준히 매출을 올려만 줘도 ‘기본’은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마케팅 법칙이 명품 시장의 생리에도 여실히 적용될 듯하다.
‘귀한 고객’인 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VVIP 고객을 관리하는 방법도 매우 특별하고도 기발하다. 시쳇말로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L씨의 전언에 따르면 시계와 주얼리가 주력 아이템인 V브랜드의 경우, 연 평균 구매액 2억~3억 원대의 VVIP들은 1년에 한 번씩 비행기로 ‘모시는’ 지극히 프라이빗한 해외 원정 쇼핑을 진행한다고 한다.
외국에 나가서 구매가 발생할 경우, 현지의 숍과 국내에서 원정 쇼핑을 주최한 측 사이에 커미션이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원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는 V브랜드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 시계 수입사 직원에 따르면, 일부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도 극소수 VVIP를 스위스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행사장에 초청하기도 한다. 제반 비용을 초청 브랜드가 부담하는 것은 기본이다.
초대된 고객들은 스위스 박람회 현장에서 VIP 전시장을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다. 명품 시계 브랜드 VVIP의 경우, 한정판으로 생산돼 각국을 돌며 고객에게 ‘선’을 보이는 아이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과 함께 예약 구매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얼굴 공개’ 꺼리는 VVIP라면 자택에서
A브랜드는 재벌가 ‘사모님’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한 벌에 1000만 원 정도의 고가 의류. 50대 이상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여성 고객을 겨냥하고 있는 A사는 신상품이 나오면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이같이 특정 고객의 취향과 사이즈를 정확히 파악, 엄선한 상품만 가지고 진행되는 프라이빗 세일에서는 보통 3000만 원 선의 매출은 쉽게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G백화점에 있는 매장은 ‘쇼윈도’ 정도의 역할만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A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VVIP들은 애써 숍까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택을 방문하는 것은 의류뿐만 아니다. 보석 브랜드들도 마찬가지. 흔히 ‘슬로 무빙(Slow Moving)’이라 불리는 비수기에는 중간급 또는 수석 매니저가 ‘물건’을 챙겨 VVIP의 자택을 찾는다.
보석의 경우, 패션 액세서리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어필하는 만큼 매출이 발생하는 편이라고. 슬로무빙 시 고객의 집을 방문해서도 팔지 않고 매장을 지키고 있는 상품들은 ‘그제서야’ 일반 ‘워킹’ 고객들에게 판매된다. 최고 60%까지 할인 가격을 제시해 그다지 인기가 없던 아이템들의 자리를 하나둘씩 비우게 하기 위한 세일즈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렁크 쇼’는 일부 매출 기여도가 높은 최고 고객에게 보석을 판매할 때 트렁크에 담아 가서 보였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루이비통이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한 켤레에 기본 200만 원에서 출발해 수제의 경우 750만 원을 호가하는 수제화 브랜드 B사는 이탈리아 장인을 한국으로 초청, 예약한 VVIP 고객에게 맞춤 구두(비스포크)를 제작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수입 명품 차 B사는 세계의 VVIP를 대상으로 골프대회를 개회해 각국의 챔피언을 독일 현지로 초청, 글로벌 챔피언을 가리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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