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해외 원정 쇼핑 등 ‘지극히’ 프라이빗하게
‘명품 사랑’에 관한 한 서울도 ‘세계적’ 도시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에 푹 빠진 한국 여성들의 에너지는 아시아는 물론, 지구를 달굴 기세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에 있어 한국 고객들은 ‘잘 모셔야’ 할 고객 1순위가 된 지도 오래. 하지만 서울 청담동 G백화점을 자주 출입한다고 해 VIP 또는 VVIP라 불러줄 순 없다. 명품 브랜드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관리한다는 VVIP를 위한 특별한 세일, 청담동 명품家를 밀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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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에 날개를 단 것은 대략 2000년도부터다. 그 이전에 명품을 접할 수 있었던 장소는 주로 면세점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샤넬’, ‘루이비통’ 정도의 브랜드만 한국의 면세점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2000년도 초반 강남 청담동에 ‘루이비통’과 ‘구찌’ 등이 로드숍을 오픈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선한’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잡화와 의류를 비롯해 들어본 것도, 아닌 것도 같은 유럽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까지 로드숍을 속속 오픈하면서 명품 시장 매출은 상승 가도를 달렸고, G백화점과 청담 사거리 사이 양쪽 거리는 지금과 같은 ‘명품거리’의 형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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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브랜드들은 고객 ‘모시기’를 두고 날이 선 경쟁을 하게 됐고, 강남에서 이름 꽤나 알려진 숍마스터들은 브랜드를 옮겨가며 몸값을 올렸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숍마스터가 중요한 이유는 뻔하다.

그들이 명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강남 ‘사모님’들의 리스트를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한국의 ‘강남 사모님’들이 VVIP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원한다면 해외로 ‘원정 쇼핑’도
진정한 극소수의 VVIP는 해외 원정 쇼핑에 초대되기도 한다. 이런 해외 원정 쇼핑에서 VVIP들은 보통 10억~20억 원 상당의 물건을 구경한다.
진정한 극소수의 VVIP는 해외 원정 쇼핑에 초대되기도 한다. 이런 해외 원정 쇼핑에서 VVIP들은 보통 10억~20억 원 상당의 물건을 구경한다.
VVIP를 두고 펼쳐지는 명품 브랜드들의 ‘모시기’ 전쟁은 한 마디로 ‘열전(熱戰)’이다. 명품 보석과 시계 브랜드에서 15년 이상 숍마스터로 활동한 L씨는 “한국에서 VVIP라고 하면 아이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연평균 매출 2억~3억 원 선의 ‘매출 기여’를 해주는 ‘알짜배기’ 고객”이라고 귀띔한다.

상위 10%의 고객들이 꾸준히 매출을 올려만 줘도 ‘기본’은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마케팅 법칙이 명품 시장의 생리에도 여실히 적용될 듯하다.

‘귀한 고객’인 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VVIP 고객을 관리하는 방법도 매우 특별하고도 기발하다. 시쳇말로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L씨의 전언에 따르면 시계와 주얼리가 주력 아이템인 V브랜드의 경우, 연 평균 구매액 2억~3억 원대의 VVIP들은 1년에 한 번씩 비행기로 ‘모시는’ 지극히 프라이빗한 해외 원정 쇼핑을 진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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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지는 브랜드의 본사가 있는 나라일 수도, 인근 나라일 수도 있다는데, 행선지는 쇼핑할 아이템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4~5명 정도로 제한되는 이 같은 ‘원정 쇼핑’에서 VVIP 고객들은 보통 10억~20억 원 상당의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L씨는 “강매는 절대 아니지만 보통 10억 원 상당의 구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 구매가 발생할 경우, 현지의 숍과 국내에서 원정 쇼핑을 주최한 측 사이에 커미션이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원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는 V브랜드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 시계 수입사 직원에 따르면, 일부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도 극소수 VVIP를 스위스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행사장에 초청하기도 한다. 제반 비용을 초청 브랜드가 부담하는 것은 기본이다.

초대된 고객들은 스위스 박람회 현장에서 VIP 전시장을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다. 명품 시계 브랜드 VVIP의 경우, 한정판으로 생산돼 각국을 돌며 고객에게 ‘선’을 보이는 아이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과 함께 예약 구매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얼굴 공개’ 꺼리는 VVIP라면 자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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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 쇼핑까지는 아니더라도 VVIP만을 위한 ‘은밀한’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는 제법 많다. 강남 명품 백화점의 원조인 G백화점 내에 매장이 있는 스위스 럭셔리 여성 패션 브랜드 A사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자택 방문’ 세일즈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브랜드는 재벌가 ‘사모님’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한 벌에 1000만 원 정도의 고가 의류. 50대 이상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여성 고객을 겨냥하고 있는 A사는 신상품이 나오면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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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의 대표적 부촌 비벌리힐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

이같이 특정 고객의 취향과 사이즈를 정확히 파악, 엄선한 상품만 가지고 진행되는 프라이빗 세일에서는 보통 3000만 원 선의 매출은 쉽게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G백화점에 있는 매장은 ‘쇼윈도’ 정도의 역할만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A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VVIP들은 애써 숍까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자택을 방문하는 것은 의류뿐만 아니다. 보석 브랜드들도 마찬가지. 흔히 ‘슬로 무빙(Slow Moving)’이라 불리는 비수기에는 중간급 또는 수석 매니저가 ‘물건’을 챙겨 VVIP의 자택을 찾는다.

보석의 경우, 패션 액세서리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어필하는 만큼 매출이 발생하는 편이라고. 슬로무빙 시 고객의 집을 방문해서도 팔지 않고 매장을 지키고 있는 상품들은 ‘그제서야’ 일반 ‘워킹’ 고객들에게 판매된다. 최고 60%까지 할인 가격을 제시해 그다지 인기가 없던 아이템들의 자리를 하나둘씩 비우게 하기 위한 세일즈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벌가 사모님 등 대한민국 최상류층 여성 고객을 VVIP로 둔 브랜드들은 자택 방문 세일즈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재벌가 사모님 등 대한민국 최상류층 여성 고객을 VVIP로 둔 브랜드들은 자택 방문 세일즈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패션 마케팅 컨설팅사인 트렌드 위버의 정찬진 대표는 “우리나라 고급 백화점들에서 소수의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트렁크 세일은 일반화된 이야기다”면서 “A 백화점의 경우, 트렁크 쇼를 통해 고객 1인당 3000만 원 선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효과가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덧붙였다.

‘트렁크 쇼’는 일부 매출 기여도가 높은 최고 고객에게 보석을 판매할 때 트렁크에 담아 가서 보였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루이비통이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한 켤레에 기본 200만 원에서 출발해 수제의 경우 750만 원을 호가하는 수제화 브랜드 B사는 이탈리아 장인을 한국으로 초청, 예약한 VVIP 고객에게 맞춤 구두(비스포크)를 제작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수입 명품 차 B사는 세계의 VVIP를 대상으로 골프대회를 개회해 각국의 챔피언을 독일 현지로 초청, 글로벌 챔피언을 가리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