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티 나지 않는’ 명품을 ‘티 나지 않게’ 쇼핑하는 사람들
프랑스 부유층들은 ‘티 나는’ 명품에 열광하지 않는다. 특히 명품 옷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중에 프랑스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가 브랜드라면 ‘꽁뜨와 데 꼬똥(comptoir des cottons)’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의류 브랜드다. 하지만 파리지엔들도 가방과 액세서리, 구두 등 잡화 아이템에 관해서는 ‘예외’다. 아시아 국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욕심을 한껏 낸다.
1, 2. 라발레 명품 아울렛 마을 3. 파리의 명품 거리인 몽테뉴가에 있는 막스마라 숍
1, 2. 라발레 명품 아울렛 마을 3. 파리의 명품 거리인 몽테뉴가에 있는 막스마라 숍
상표 노골적인 명품은 “Oh, No”

한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롱샴’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모든 계층에서 두루 좋아하는 브랜드다. 한 예로, 롱샴 패브릭백은 이곳에서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책가방으로 인기가 높다. 부유층 마나님들은 같은 롱샴이라고 하더라도 가죽 가방을 든다.

구두는 ‘토즈’가 인기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의 할머니들. 상류층 할머니들은 ‘샤넬’의 액세서리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의 명품족과 다른 점이라면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대문짝만한 스타일은 지양한다는 점이다. 상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손가락질을 받게 될 수도 있다.
[Special] ‘티 나지 않는’ 명품을 ‘티 나지 않게’ 쇼핑하는 사람들
프랑스에서도 VIP와 VVIP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고객 카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 세일의 혜택을 제공한다. 많으면 10~15%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밤 늦게까지 숍의 문을 열어두고 고객의 방문을 기다린다.

명품은 선호하되 ‘알뜰족’이라면 팩토리 세일(공장 세일)을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파리 북쪽 허름한 공장지대에 가면 세계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 ‘버버리’의 공장 창고가 있다.

공장 세일은 봄과 가을 두 번 정도 여는데 발품을 열심히 팔면 제대로 된 버버리를 완전한 파격가에 건질 수 있다. 단, 공장 세일 역시 초대장을 받는 사람만 갈 수 있다. 이전 세일에 주소를 남기면 초대장을 받을 수 있으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물건이 좋아야 명품으로 인정하고 구매한다. 중산층이면서도 명품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과는 명품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다르다. ‘명품의 메카’ 파리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소개한다.

50%까지 특별 할인 ‘방트 프리베’
[Special] ‘티 나지 않는’ 명품을 ‘티 나지 않게’ 쇼핑하는 사람들
‘방트 프리베(vente privee)’란 명품 브랜드들이 창고에 쌓인 전 시즌 상품들을 비우기 위해 후원해주는 회원들에게만 50%의 할인가로 판매하는 특별한 기회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원래의 개념을 탈피해 보다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대개는 인터넷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지는데 회원 가입도 대부분 무료지만, 간혹 어떤 사이트들은 1년 회원비 10유로(약 1만5000원)를 받고 있다.

방트 프리베는 물건의 카테고리를 정해 이벤트하듯 날짜와 시간까지 명확하게 정해 초대장을 e메일로 발부한다. 그럴 경우 회원들은 재빠르게 구입을 클릭해야 된다. 잘만 하면 명품들도 보통 70~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다소 대중적이긴 하지만 ‘방트 프리베’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명품 세일인 셈이다.

방트 프리베 없는 명품 매장들
[Special] ‘티 나지 않는’ 명품을 ‘티 나지 않게’ 쇼핑하는 사람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방트 프리베’ 하면 인터넷 쇼핑을 먼저 떠올릴 정도다. 그만큼 명품 온라인 쇼핑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는 명품 부티크가 있는 파리의 생토노레나 몽테뉴 거리의 매장들은 방트 프리베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공식 세일을 실시하기 전 사전 세일(presoldes) 때만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프랑스에는 매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6주간 공식적인 세일이 열린다. 명품 매장들이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공식 세일이 있기 며칠 전에 할인된 물건을 미리 선보이는 형태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엘리제궁 근처에 있는 ‘프라다’ 매장은 공식 세일이 있기 전에 고객들에게 전화를 한다고 한다. 할인 폭은 공식 세일과 같은데 고객들을 위한 특별 할인이라고 하니 직원은 어기뚱한 표정을 짓는다. 생토로네 거리에 있는 ‘페라가모’는 보통 50% 할인된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파리 외곽 라발레 마을은 1년 내내 명품 세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지방시’ 매장
파리 외곽 라발레 마을은 1년 내내 명품 세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지방시’ 매장
그럼 어떤 사람들이 그들의 VIP 고객이 되는 걸까. 명품 브랜드들은 중앙본부(maison)에서 고객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는데, 리스트에는 오래전부터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등재돼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한국인들이 여행하면서 공식 세일 기간 외에 특별 할인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렇다고 명품의 고장, 파리까지 가서 그냥 올 수는 없는 일이다. 방트 프리베가 바로 이럴 때 필요하다고 하겠다. 1년 내내 명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파리 외곽 명품 아울렛 마을 ‘라발레’
여름 세일이 한창인 파리 쁘렝땅 백화점
여름 세일이 한창인 파리 쁘렝땅 백화점
파리에서 유로 디즈니 방향으로 35분쯤 차를 타고 가면 명품 아울렛 매장들이 즐비하게 있는 라발레 마을을 만난다. ‘크리스티앙 라크르와’에서 ‘지방시’, ‘살바토레 페라가모’, ‘겐조’ 등 무려 90여 개의 명품 브랜드들이 이전 시즌 제품들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기본 할인율은 33%. 그리고 자주 더 높은 할인율로 세일된 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

VIP카드를 만들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1년에 6회 정도 발행하는데, 프랑스에 1월과 6월에 있는 공식 세일 전에 있는 사전 세일의 혜택 및 방트 프리베의 초대장도 받을 수 있다. 사전 세일은 공식 세일 일주일 전쯤 연락을 해주므로 부지런하기만 하면 세일된 가격으로 미리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방트 프리베 초대장은 매년 5월과 11월에 발송한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라발레 마을의 방트 프리베의 경우, 브랜드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평균 30% 정도 할인했다. 이미 할인된 가격에서 또다시 30%를 빼준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할인 행사는 단순 관광객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오로지 회원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비밀 세일’이다. 단, 방트 프리베의 VIP카드 가입은 무료다. www.lavallevillage.com으로도 신청할 수 있는데, 매년 경신해야 된다.

라발레 마을은 거의 연중무휴, 1월 1일과 노동절인 5월 1일, 그리고 12월 25일만 문을 닫고 362일 영업을 한다. 영업 시간은 월~금요일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일요일은 평일과 같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다.
[Special] ‘티 나지 않는’ 명품을 ‘티 나지 않게’ 쇼핑하는 사람들
파리=글·사진 박언영(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