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신동호

화이트 셔츠 위로 레드 울 소재 기본 V넥 스웨터, 잔잔한 레드 데코 팬시얀 체크무늬 재킷을 걸쳐 트렌디한 룩을 완성했다. 팬츠는 기본 면 트윌 조직을 피치 가공(이름 그대로 복숭아 껍질 같이 얇게 기모 가공)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모두 PAL ZILERI 제품.
화이트 셔츠 위로 레드 울 소재 기본 V넥 스웨터, 잔잔한 레드 데코 팬시얀 체크무늬 재킷을 걸쳐 트렌디한 룩을 완성했다. 팬츠는 기본 면 트윌 조직을 피치 가공(이름 그대로 복숭아 껍질 같이 얇게 기모 가공)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모두 PAL ZILERI 제품.
점잖고 친근한 이미지가 대부분인 아나운서들 가운데 카리스마 넘치는 아나운서가 있다. 방송에서도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MBC 간판 아나운서 신동호. 스스로 ‘마초 기질 있는 아나운서’라고 말하는 그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했다. 평생 ‘초지일관’으로 한 가지 색을 지닌 고집스런 사람이 되겠다는 그와 나눈 이야기다.

8월 중순 거세게 퍼붓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햇살이 비추던 날, 신동호 아나운서를 만나러 갔다. 서울 MBC 여의도 사옥을 찾았던 이른 아침, 한낮의 무더위를 짐작하게 하는 매미 울음이 여의도 일대에 퍼지고 있었다.

신 아나운서는 벌써 5년째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MBC TV <생방송 오늘 아침>을 진행하고 있다. 그를 만난 곳은 <생방송 오늘 아침> 스튜디오. 그때 역시 9시 30분, 이른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 생방송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고 묻자 호탕하게 웃는다.

“제가 원래 아침잠이 많은 데다 사람 만나는 것까지 좋아하다 보니 밤 늦게 집에 가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계산해 보니 MBC 근무 19년 중 15년 넘게 아침 방송만 맡고 있네요. 천벌을 받나 봐요.(웃음) 그래도 이젠 나이를 먹어선지 방송에 전혀 부담이 없어요.

심지어 <생방송 오늘 아침>을 진행하면서 대본도 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져대는 통에, 담당 PD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아요. 5년을 매일 같이 만나다 보니 이골이 났는지 지금은 패널들도 재치 있게 대응하고 있죠.”

소신 있는 아나운서 손석희 교수가 멘토

그는 후배 아나운서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카리스마’ 있는 아나운서로 통한다. 그는 자신과 카리스마라는 단어의 매치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솔직히 아나운서는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적인 면이 많은 직업이에요. 방송 후 화장 지울 때마다 ‘이 나이 먹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MBC에만 50여 명, 전국적으로 아나운서가 2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들이 모두 ‘점잖은 아나운서’, ‘친근한 아나운서’들이니, 저 한 명 정도는 마초 기질 있는 아나운서가 돼도 좋지 않을까요.(웃음)”

신 아나운서는 지난 19년 동안 MBC의 뉴스 프로그램부터 교양, 시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중에도 아나운서 입사 3년차 때 맡았던 <마감 뉴스>는 그가 아나운서로서 성장하는 데 큰 발판이 됐다.

“<마감 뉴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제가 직접 썼어요. 그때 청취자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긍정과 부정을 넘나드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죠.”

그에게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맛과 향이 강한 반찬인 ‘굴비’였다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마치 ‘밥’ 같은 존재다. 현재 진행하는 <생방송 오늘 아침>은 애타게 찾지는 않지만, 없으면 배가 고파 꼭 찾게 되는 ‘밥’이랄까.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라 더 쉽지 않겠냐는 생각은 오산이다. ‘완벽하게 맛 좋은 밥을 짓기에는 아직 2% 부족하다’는 그는 스스로에 대한 담금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멘토’가 되는 선배는 바로 ‘손석희 교수(전 아나운서)’.

“MBC 입사 때부터 닮고 싶었던 분이에요. 손석희 교수도 굉장히 남성적인 기질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아나운서였어요. MBC에 사표를 낸 후 들어온 수많은 광고를 단번에 거절하며 ‘아나운서의 상업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의 그런 강직함을 존경합니다. 그분의 기질을 좇기엔 여전히 1만 분의 1에도 못 미치죠. 제겐 달려서 도착해야 하는 ‘깃발’ 같은 존재예요.”

아나운서로의 긍지 느끼도록 후배 도울 터

신 아나운서는 올해 아나운서국 아나운서1부 부장이 됐다. 부장으로서의 신동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부장직을 맡게 된 후 방송보다 후배 관리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일 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나운서들은 지금까지 맡게 되는 프로그램에 자신을 맞춰야 했어요. 진지한 프로그램이면 진지하게, 웃겨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아낌없이 망가져야 했죠. 가을 개편을 앞두고 아나운서들도 시사부터 예능까지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에 참여하자고 제안했어요. 먼저 아나운서를 정하고, 그 사람의 성향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믿거든요.”

신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자신의 일(방송)에 묶이게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에 묶이게 되면, 행간을 살펴보는 통찰력이 부족해지게 마련이라는 것. 이 고질적인 문제를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얼마 전 아나운서실에서 창고로 쓰던 공간을 후배들의 방송 연습 공간으로 바꿨다.

그는 녹음실과 회의 테이블을 갖춘 이 공간을 ‘프라이드 룸’이라고 부른다. 후배 아나운서들이 해당 방송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널리 살피며 그 이면을 보길 원하는 선배의 마음을 담았다.

“최근 들어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과거와 달리 힘을 빼고,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아요. 아나운서와 연예인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나운서도 승진하면 좋고 승진에서 누락되면 슬픈 일반 직장인과 같아요.

다만 얼굴이 알려져 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죠. 그럼에도 제가 평생을 아나운서로 살고자 하는 이유는, 아나운서로서 느끼는 보람 때문이에요. 제 말 한마디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남의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한 묘한 쾌감(?)도 있어요. 긴장과 흥분이 함께 한다고나 할까요.(웃음)”
화이트 기본 트윌 조직으로 100수 이상을 사용해 더 두꺼운 세번수(細番數) 원단으로 만든 셔츠와 함께 가볍고 따뜻한 모 소재의 체크무늬 사르토리알레 라인 슈트를 입었다. 퍼플 컬러 도트 타이와 행커치프로 컬러감을 맞췄다. 모두 PAL ZILERI 제품.
화이트 기본 트윌 조직으로 100수 이상을 사용해 더 두꺼운 세번수(細番數) 원단으로 만든 셔츠와 함께 가볍고 따뜻한 모 소재의 체크무늬 사르토리알레 라인 슈트를 입었다. 퍼플 컬러 도트 타이와 행커치프로 컬러감을 맞췄다. 모두 PAL ZILERI 제품.
“이제 조연으로 터닝할 때”

실제로 그는 마초 기질(?) 있는 아나운서가 분명해 보인다. 2009년 초에는 미디어 관련법 강행 반대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고, 지난 6월에는 <생방송 오늘 아침> 진행 중 배우 김부선 씨의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라 엄연히 말하면 한약”이라는 발언에 “김부선 씨의 생각과 좀 다르다. 하지만 김부선 씨가 오늘 밝힌 생각 때문에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면, 김부선 씨 편에 서서 싸울 각오가 돼 있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바로 소신이라는 게 그의 생각.

“10년 전과 10년 후를 비교했을 때 ‘늘 초지일관인 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먼 훗날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저 자식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옳든 그르든 색이 뚜렷한 사람이야’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일과 친구들을 제쳐둔 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그는 지난 8월 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방송인이자 공인 신동호가 아닌, 오로지 가장 신동호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번 휴가는 내년이면 고 3이 되는 딸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냈어요.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음식이 라면과 김치볶음밥인데 딸과 아내 외에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이번 휴가에는 제가 만든 라면과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어줄 딸과 함께 부대끼고, 놀아줄 생각이에요.(웃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우선순위는 늘 ‘자신’이었다. ‘주연’인 내가 있고, 거기에 일과 벗, 가족이 공존했다. 하지만 딸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조연’을 할 때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야흐로 ‘조연’으로서의 행복한 터닝 포인트를 앞두고 있다.


신동호 아나운서

경희대 영문학과
1992년 MBC 아나운서 입사
2001년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 수상
2006년 MBC 연기대상 TV진행자부문 특별상 수상
2008년 환경부 기후변화대응 홍보대사
현 MBC 아나운서국 아나운서1부 부장
2006년~ <생방송 오늘 아침> 메인 MC

글 김가희 기자 holic@hankyung.com 사진 김유철(FIEST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