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장세 대응전략

올 연말까지는 전 종목이 강세를 띠기보다는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가 기대 이상의 ‘서머랠리’를 펼치면서 연말까지 추가 상승 폭을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연내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길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 강세론자들은 목표치를 2000선까지 높여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썰렁하다. 개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들은 랠리에서 소외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타깃으로 삼은 일부 전략 종목들만 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주도한 탓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가 1700선을 회복한 지난 7월 9일부터 1800선에 근접한 8월 2일까지 지수가 3.73% 오르는 동안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15%를 기록했다. 개인이 공략한 종목들은 오히려 시장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반면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2.6%와 5.37%로 집계됐다.
[Market Issue] 외국인, 연기금 움직임 주시 저평가 중소형 종목도 유망
같은 기간 지수가 2.11% 내린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스닥 시장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은 기관이 5.89%, 외국인이 4.41%인데 비해 개인은 마이너스 3.79%로 지수 하락률보다 더 큰 폭으로 빠졌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나 기관은 수급 주도권을 갖고 연속적인 매매가 가능하지만 개인은 이러한 매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어서 수익률이 지수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을 이끌었던 주도주가 사라지고 개별 종목들이 약진하는 장세가 펼쳐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연말까지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지키겠지만 대세 상승기처럼 전 종목이 강세를 띠기보다는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Market Issue] 외국인, 연기금 움직임 주시 저평가 중소형 종목도 유망
우리투자증권은 종목 장세의 근거로 첫째, 주식형 펀드의 환매 급증, 둘째, 수급 주도세력의 시장 견인력 약화, 셋째, IT주의 부진 등을 들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고 기술적으로 과열 징후가 없어서 시장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 전체가 상승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1700선에 근접했던 7월 8일부터 약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6000억 원가량이 순유출 됐다. 올 들어 8월 5일까지 순유출 된 자금은 10조950억 원으로 작년 전체 순유출액(7조7000억 원)을 2조4000억 원가량 웃돈다.

올해 상반기 155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1800 근처까지 올라서자 환매 욕구가 커진 탓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한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를 중심으로 환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수 1800∼1900선에서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약 12조 원으로 추산돼 앞으로 지수가 오를 때마다 환매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지수가 추가 상승하더라도 주식형 펀드의 환매 압력 등 부담이 남아 있어 탄력적인 지수 상승보다는 종목별로 차별화된 상승세나 빠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종목 장세를 겨냥한 다양한 대응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수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을 분석하라는 주문이 많다. 특히 기관은 펀드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연기금의 동향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Market Issue] 외국인, 연기금 움직임 주시 저평가 중소형 종목도 유망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차별화로 절대수익이나 시장 대비 상대성과를 얻기가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펀드매물대 부담을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세와 투신권의 매도세가 부딪히는 대치 상황이 진행될 수 있어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 여부가 종목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과 연기금이 동시에 사들이면서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이 0.5배 이하인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PEG는 주가수익비율(PER)에 성장성을 가미한 지표로 통상 0.5배 이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아 장기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된다. S&T중공업, S-오일(S-Oil), 삼양사, 세아베스틸, SBS콘텐츠허브, 세방전지, 효성, 코오롱인더스트리, 한솔LCD, 메리츠화재 등이 이 기준에 적합한 종목으로 꼽혔다.

IBK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종목 중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 평균보다 덜 올라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을 추렸다. 주요 글로벌 펀드 내 포트폴리오 비중이 시장 대비 낮아서 앞으로 더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추가했다. 이 방식으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팬오션 등 조선주와 해운주, 농심·오리온 등 음식료주, 웅진코웨이·LG패션·한솔LCD·SK네트웍스 등이 유망종목에 포함됐다.
[Market Issue] 외국인, 연기금 움직임 주시 저평가 중소형 종목도 유망
개별 장세에서 힘을 발휘하는 실적 변수도 고려 대상이다. HMC투자증권은 어닝시즌 기간 중 향후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종목에 주목하라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어닝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가 올라간 종목의 주가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부터 각각의 실적시즌 기간 중 다음 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가 늘어난 기업은 실적시즌 이후 주가도 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매출만 늘어난 종목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가령 작년 3분기 실적시즌의 경우 다음 분기 매출이 상향조정된 종목은 1개월간 평균 주가가 0.97% 하락한 반면 영업이익 증가 종목은 6.01% 올랐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가 함께 올라간 종목은 7.75%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기간을 실적시즌 종료 후 3개월로 넓혀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HMC투자증권는 종목장세에서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동시에 상향 조정된 기업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서울반도체·대덕전자 등 IT주, 우리투자증권·기업은행 등 금융주, 대한항공·한진해운·모두투어·호텔신라 등 운송주와 여행관련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LG상사·코오롱인더스트리·SK에너지·CJ·국순당·S&T대우 등도 포함됐다.
[Market Issue] 외국인, 연기금 움직임 주시 저평가 중소형 종목도 유망
종목장세에선 중소형주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은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60일간 누적수익률 차이는 올해 8월 들어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사들이고 있는 일부 대형주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들이 소외된 탓이다.

박성훈 연구원은 “시장 에너지가 제한되다 보니 중소형주까지 매기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뚜렷한데도 시장 분위기에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떨어진 중소형 우량주들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이밖에 일부 테마주도 종목 장세에서 공략 대상으로 꼽힌다. 올 들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농산물 관련 주식이 대표적이다. 6월 말 이후 밀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고 원당, 대두, 옥수수 등도 10%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 우려를 자극해 증시 전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면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관련 종목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양종금증권은 농산물 가격과 주가가 플러스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대동공업, 동부하이텍, 경농, 동양물산, 성보화학, 삼성정밀화학, 남해화학 등을 제시했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